새누리, 문대성에 “박근혜 위원장 팔지말라”

2012.04.18 21:31 입력 2012.04.18 23:46 수정
박병률·이지선·강병한 기자

‘탈당 버티기’ 비난 박 위원장에 쏠리자 강경대응 선회

‘태권도 국민영웅’인 새누리당 문대성 당선자가 18일 등을 보이며 쫓기듯 국회 기자회견장을 빠져나갔다. 논문 표절·대필 의혹이 부풀 대로 부풀었지만 탈당은 하지 않겠다고 했다. 새누리당은 문 당선자가 탈당 거부 근거로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언급을 제시하자 화들짝 놀라며 대혼란에 빠졌다. 새누리당은 뒤늦게 “박근혜 위원장을 팔지 말라”며 자진 탈당을 촉구했다.

문 당선자는 이날 오후 1시50분쯤 국회 기자회견장을 찾아왔다. 기자들은 탈당 회견으로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전화 한 통을 받더니 돌연 발길을 돌려 국회를 빠져나갔다. 취재진이 따라가며 회견 취소 이유를 묻자 그는 “(탈당이 아니고) 논문 표절이 아니라는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탄 차량이 취재진에 가로막히자 문을 열고 빠져나왔다. 그는 “보도자료 내용 드리려고 나왔던 건데 그것에 대해 질문 있느냐”고 말했다. 다음은 문 당선자와의 일문일답.

- 탈당에 대한 입장을 밝혀달라.

“박근혜 위원장께서 국민대의 입장을 보고 결정을 하신다고 해서 나도 국민대 입장을 지켜보겠다. 국민대 내에서 여러 가지 빠르게 조속하게 진행되고 있으니까 나는 기다리겠다.”

- 탈당 안 하는 것이냐.

“아이, 당연하죠. 박 위원장께서 그렇게 얘기하셨는데 내가 새누리당하고 박근혜 대표에 반하는 행동을 해서 되겠느냐.”

- 논문 표절에 대한 국민 여론을 어떻게 생각하나.

“질문 하나 던지겠다. 내 논문이 표절이다 이렇게 말하는데 정세균 의원 논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 별개의 문제다. 본인 것부터 얘기하자.

“내가 말하려던 게 그런 내용이다. 왜 그거랑 나랑 별개냐.”

- 정 의원이 책임지는 행동을 하면 본인도 책임지겠다는 것인가.

“그분이 그렇게 하신다고 하면 나도 아주 신중하게 고려하겠다.”

- 정 의원이 어떻게 기준이 되나.

“이론적 배경은 인용을 다 한다. 그 인용에 대해서 문제제기하면 정 의원도 그쪽을 인용한 부분이 있다. 근데 뒤에다가 나는 참고문헌을 안 달았고, 정 의원은 달았다고 한다. 예를 들어 황우석 교수의 논문 전체를 복사한 뒤 참고문헌을 달면 그게 표절이 아니냐. 어떤 건지 모르겠다. 도저히.”

- (문 당선자 논문에) 이론적 배경 말고 오자도 같다는데.

“이론적 배경이 그게 글씨가 틀린 거다. 나름대로 운동과 공부를 병행하면 그럴 수 있는 부분 아닌가. (당신은) 항상 정확한가.”

- 오타까지 같다.

“하다 보면 틀릴 수도 있다.”

- 당에 누를 끼친다는 지적이 있다.

“국민대에서 최대한 빨리 발표하지 않겠느냐. 기다리고 있다.”

- 탈당계를 썼다고 들었다.

“안 썼다. 나는 탈당계가 있는지도 모른다.”

문 당선자는 오전만 해도 탈당을 생각했지만 점심을 넘기면서 생각이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마련한 초안에는 “오늘 새누리당을 탈당하고자 한다. 지금은 당을 위해 잠시 떠나지만 정정당당한 모습으로 복당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문 당선자가 입장을 바꾸자 당은 아수라장이 됐다. 한 친박 의원은 “오후 1시48분에 문자메시지를 보내와 국민대 결정을 기다리겠다고 하더라”며 “그러더니 사라져 연락이 안된다”고 말했다. 핵심 관계자는 “국민대에서 조속한 시일 내 결론을 내린다고 하자 문 당선자가 권영세 사무총장에게 전화를 해서 (탈당 불가의 뜻을) 전했다”면서 “문 당선자가 알아서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문 당선자가 전화 한 통을 받은 후 돌연 회견을 취소하면서 그의 입장 변화 배경을 놓고 새누리당에서는 하루 종일 구구한 억측이 오갔다. 문 당선자가 “박근혜 대표에 반하는 행동을 해서 되겠느냐”고 밝히면서 그의 버티기에는 박 위원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문 당선자를 향한 비난이 박 위원장으로 향하자, 당황한 새누리당은 밤 10시쯤 입장을 내놓았다. 이상일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본인이 당의 누가 되지 않겠다며 스스로 탈당 의사를 전해왔고 그렇게 될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는 최종적으로 탈당하지 않겠다고 해 큰 혼선을 빚었다”면서 “당에서는 당선인의 처신과 관련된 문제를 윤리위로 넘겨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별도 구두 논평에서 “문 당선자는 논문 표절과 관련해 박 위원장을 팔지 말고 스스로 책임있는 행동을 하기 바란다”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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