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 개혁’ 무산 후폭풍

대통령 한마디에 ‘여야 합의’ 공수표… 야 “몽니” 부글부글

2015.05.07 21:54 입력 2015.05.07 22:04 수정

“국민 약속 못 지켜내 유감” 청와대 ‘여야 탓’ 혼란 조장

사회적 대타협 본질 무시… 여당서도 “이해 못해” 불만

박근혜 대통령의 ‘한 수’가 ‘연금 개혁’을 파국으로 몰고 갔다. 여야, 정부, 관련 단체와 전문가들이 4개월여 동안 밀고 당긴 끝에 마련한 합의안이 대통령 한마디에 휴지 조각이 될 상황에 몰렸기 때문이다. 여당은 박 대통령의 ‘공무원·국민연금 연계 반대’ 입장에 합의 나흘 만에 ‘파기’로 입장을 바꿨다. 야당은 “대통령의 몽니”라며 반발하고, 여당 일각에서도 “이해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갈등의 마지막 조정·해결을 책임진 대통령이 오히려 혼란을 조장한 꼴이다.

그럼에도 청와대 김성우 홍보수석은 7일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 무산에 대해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내지 못해 유감”이라는 공식 입장을 냈다. 연금 개혁 무산 책임을 정치권 탓으로 돌린 것이다.

국회 공무원연금 개혁 특위 새누리당 간사인 조원진 의원(왼쪽)이 7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공무원연금 개혁 실무기구 국민연금 개혁 관련 합의문’을 들어 보이며 그간 협상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 연합뉴스

국회 공무원연금 개혁 특위 새누리당 간사인 조원진 의원(왼쪽)이 7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공무원연금 개혁 실무기구 국민연금 개혁 관련 합의문’을 들어 보이며 그간 협상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 연합뉴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운데)가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공무원연금 개혁 특위 대책회의에서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합의 파기를 비판하는 의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 권호욱 선임기자 biggun@kyunghyang.com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운데)가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공무원연금 개혁 특위 대책회의에서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합의 파기를 비판하는 의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 권호욱 선임기자 biggun@kyunghyang.com

무엇보다 박 대통령이 이번 개혁안이 만들어지기까지 ‘사회적 대타협’의 본질을 무시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합의안은 여야와 학계·시민단체 인사, 공무원단체, 행정자치부·인사혁신처 인사 등까지 참여한 실무기구가 4개월여 동안 협상 끝에 일궈낸 것이다. 박 대통령이 합의안에 포함된 국민연금 논의를 비난하면서 “먼저 국민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고 했지만, 각계 이해당사자들이 머리를 맞대 만든 합의로 일종의 ‘동의’ 과정을 거친 것으로 평가해야 하는 부분이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상향도 50%란 목표치를 제시했지만, 이제부터 사회적 기구를 구성해 구체적 방안에 대한 여론수렴과 이해당사자 합의를 만들어 가겠다는 것이 본질이었다.

더구나 청와대는 “국민을 위한 개혁을 해달라”고 정치권에 주문했다. 청와대 시각에서 지난 4개월여 동안 마련한 연금 개혁 합의안은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탐탁지 않은 의제는 ‘반국민’으로 규정하는 셈으로, 독선·아집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새누리당의 한 중진 의원은 이날 “대통령이 문제를 대하는 방식이 전혀 바뀌지 않았다. 바뀔 기회를 국민들이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성완종 리스트’가 4·29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터져나오는 등 국정 난맥상에도 투표를 통해 정치적 책임을 묻지 않다 보니 불통과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이 심해졌다는 토로다.

청와대가 이날 ‘공무원연금 개혁을 처리한 뒤 국민연금을 추후 논의하자’고 밝힌 것도 비판을 받는다. 합의안이 무산되면서 다시 논의를 모아가는 과정은 더 어렵게 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민연금은 논의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국민연금 제도 개선도 국민생활과 직결된 사회적 의제다. 정부가 논의 자체를 봉쇄하는 것은 맞지 않다. 특히 당초대로 합의안을 통과시켰다면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은 별개”라는 청와대 주장대로 공무원연금 개혁은 일단락 짓고, 국민연금에 대한 논의에 들어갈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공무원연금마저 희생시킬 만큼 국민연금 논의를 꺼리는 배경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박 대통령의 ‘국민연금 트라우마’가 작용했다는 것이다. 공적연금 강화 논쟁의 불씨가 2013년 정부의 ‘기초연금’ 공약 파기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논의가 이어질수록 ‘약속의 정치인’ 박 대통령의 공약 파기 논란도 다시 부각될 수 있는 상황인 셈이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