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 대타협 찢은 ‘지리멸렬 여권’

2015.05.07 22:01 입력 2015.05.07 22:03 수정

대통령 ‘가이드라인’… 친박, 지도부 공격 ‘뒤집기’… 당·청, 진실게임까지

공무원연금 개혁안의 국회 처리가 무산되는 과정에서 지리멸렬한 여권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여·야·정과 전문가들이 내놓은 합의안을 뒤늦게 거부하는 무책임을, 친박계는 대통령 ‘지침’에 따라 당 지도부를 공격하는 ‘홍위병’ 행태를 보였다는 평가다. 당 지도부는 ‘당 주도론’과 ‘청와대 눈치 보기’ 사이에서 소신도, 결단도 보여주지 못했다.

이 와중에 청와대에 대한 당 지도부의 불만이 여과 없이 그대로 노출되고, 개혁안 무산 책임을 두고 당·청이 진실공방까지 벌이는 난맥상도 노출했다. 4·29 재·보궐선거 승리로 불안하나마 동거에 들어갔던 당·청이 불과 일주일 만에 갈라서는 모습이다.

지난 6일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 무산은 여권을 후폭풍 속으로 몰고 가고 있다. 그간 잠복했던 내부 고질병이 한꺼번에 분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연금 정국’을 꼬이게 만들었다는 책임론에 직면했다. 청와대가 합의안에 “국민 기대 미흡” “월권” 등 제동을 걸고 나선 게 결국 처리 무산의 도화선이 됐기 때문이다. 청와대의 강경 기류는 오히려 야당에 불신과 투쟁의 빌미를 줬고, 여당 지도부의 협상 동력을 떨어뜨렸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번 합의안 파탄으로 각종 개혁 과제들이 모두 안갯속에 빠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새누리당 한 재선의원은 7일 “청와대와 야당이 강경하게 갈 거고, 그러면 더 어렵다. 이대로는 노동개혁 등도 다 안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친박계는 청와대 기류를 반영해 지도부 공격에 열중했다. ‘박 대통령 지시→친박계 실행’ 매뉴얼이 재현된 것이다. 친박계는 여야 원내지도부가 마련한 수정안을 거부했고, “비열한 거래” “지도부 사퇴” 등으로 반발했다. 이를 두고 “친박 최고위원 몇 분이 (개혁) 기회를 날려버린 것”(이혜훈 전 최고위원)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그간 ‘당 주도론’을 외쳐온 비주류 당 지도부는 이번 과정에서 역부족을 여실히 드러냈다. 지난 2일 대표·원내대표가 사인한 합의문을 나흘 만에 뒤집은 것이다. 특히 다수 의원들이 개혁안의 임시국회 처리에 찬성했는데도 이를 밀어붙이는 결단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김무성 대표는 당내 분란과 청와대와의 충돌을 의식해 소극적이었다.

이런 중에 계파 간, 당·청 간 갈등만 커지고 있다. 당 지도부는 청와대가 제동을 걸고 나선 데 대한 불쾌감을 대놓고 이야기하고 있다. 당 핵심 관계자는 이날 “개혁안을 통과시키든, 통과시키지 못하든 어느 쪽이든 (청와대가) 당을 질타하겠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앞서 김 대표는 6일 “(청와대가) 다 알면서 이럴 수 있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반면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7일 “협상 과정에서 청와대가 알고 있던 것과 다른 합의가 이뤄졌다”고 반박했다. 당·청이 합의문 내용 인지 여부를 두고 진실공방을 벌이는 격이다.

청와대와 당의 무책임과 무원칙이 드러나고, 계파 갈등과 당·청 갈등까지 겹치면서 여권은 그야말로 자중지란 상황이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