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위안부 합의’ 후폭풍

미 “큰 장애물 제거”…이젠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로 이동

2015.12.29 22:45 입력 2015.12.29 22:55 수정
워싱턴 | 손제민 특파원·유신모 기자

미 국무부 이례적 브리핑 “아베 사과, 모호성 없다”

‘중 견제’ 집중하려 서둘러 “합의 승자는 미·일” 평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대한 한·일 합의가 이뤄진 직후 미국과 일본은 기다렸다는 듯이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로 국면을 옮기고 있다. 위안부 문제를 타결하려는 주요 목적 중 하나가 한·일 군사협력의 장애를 제거하기 위한 것이었음을 보여주는 움직임이다.

한·일 정부의 위안부 합의가 발표된 직후인 28일 오전(현지시간) 미 국무부 고위관계자가 돌연 이 주제에 대해 전화회의로 특별브리핑을 한다고 공지했다. 미국이 제3국 사이의 일에 성명을 통해 입장을 밝히는 경우는 많지만 그의 설명은 그 수준이 아니었다.

<b>“학생들아, 미안하다”</b>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로하러 29일 경기 광주시 나눔의집을 찾은 유신고 학생들에게 박옥선 할머니가 연신 ‘미안하다’고 말하며 눈물을 닦고 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학생들아, 미안하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로하러 29일 경기 광주시 나눔의집을 찾은 유신고 학생들에게 박옥선 할머니가 연신 ‘미안하다’고 말하며 눈물을 닦고 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그는 이 합의를 “매우 강력한 이정표가 되는 합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타결만큼 전략적으로 중요한 합의”라는 수식어로 극찬했다. 그러면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사과, 반성, 책임 인정에 “어떠한 모호성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도 적절하고 건설적인 역할을 해왔다”며 합의가 도출되기까지 미국이 했던 역할을 소개하기도 했다.

미국 정부의 속내는 이 관계자가 한·미·일 3자 안보협력 문제를 거론할 때 드러났다. 그는 “중요한 사실은 이번 합의로 완전하고 확대된 협력을 가로막아온 중대한 정치적 장애물을 제거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발표된 수전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 존 케리 국무장관 성명에도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가 비중 있게 명시됐다. 라이스 보좌관은 한·일 정상들의 용기와 비전을 칭찬하며 “(한·미·일) 3자 안보협력도 진전시킬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미국이 원하는 한·일 간 안보협력은 군사정보공유, 미사일방어(MD), 군수지원 등에서 보다 더 강화된 협력을 포함한다.

조너선 폴락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이 합의는 아베 총리가 한국 문제를 뒤로 제쳐버리고 중국 견제라는 과제에 좀 더 집중하기 위해 급물살을 탄 측면이 있다”며 “이는 미국의 정책 결정자들, 특히 펜타곤 사람들에게 매우 듣기 좋은 음악일 것”이라고 말했다.

아베 총리도 합의 직후 박근혜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안보협력을 강화해 관계를 진전시키고 싶다”고 말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일본이 위안부 문제 타결을 통해 한·일 군사협력의 장애물을 제거함으로써 한·미·일 3각 공조를 강화해 중국을 견제하고 일본의 군사적 존재감을 키우려는 의도를 갖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청와대가 공개한 통화 내용에는 이 같은 아베 총리의 언급이 들어 있지 않았다.

위안부 문제 타결이 한·미·일 군사협력 강화라는 결과로 나타날 경우 한·중관계 긴장은 물론 동북아시아 안보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그로 인한 최대 피해자는 한국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 같은 상황을 가리켜 “이번 합의의 승자는 미국과 일본”이라고 평가했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