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치워놓기 위한 편의주의 합의" 미 여성 전문가가 본 '위안부 합의'

2015.12.29 15:35 입력 2015.12.29 19:28 수정

위안부 합의에 대한 워싱턴 전문가들의 반응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압도적으로 환영하는 쪽이다. ‘이정표’, ‘역사적인 돌파구’ 등 찬사도 쏟아졌다. 특히 헤리티지재단, 전략국제문제연구소처럼 보수적인 안보싱크탱크들은 한·미·일의 안보협력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제거했다는 점을 가장 기쁘게 받아들인다. 다소 다른 결의 얘기는 세 명의 여성 전문가들에게 들을 수 있었다.

“걸리적거리는 이슈를 치워놓기 위한 합의”

2007년 미 하원에서 채택된 위안부 결의 초안 작성에 참여했던 아시아정책포인트의 민디 코틀러 사무국장은 전화통화에서 “걸리적거리는 이슈를 치워놓기 위한 편의주의적 합의”라고 평가했다. 그는 “위안부 여성들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 여성들에 대한 모욕이고, 이 분들을 다시 ‘상품’으로 만들어버린 합의”라고 했다. 그는 이정표라는 표현은 고노 담화 때와 달리 내각의 승인이 없는 총리의 “개인적 사과”에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했다.

또 “한국 정부가 앞으로 국제무대에서 이 문제를 제기하지 않겠다고 하는데, 가령 국립대 교수들이 외국 학회에 나가서 위안부 문제로 비판하면 어떻게 되는가. 뉴질랜드, 네덜란드, 필리핀, 대만 출신 위안부 피해자들의 보편적 인권 문제에 한국 정부는 이제 입을 다물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비판은 이 합의를 환영한 미국 정부로도 향했다.

왼쪽부터 민디 코틀러, 알렉시스 더든, 캐서린 문

왼쪽부터 민디 코틀러, 알렉시스 더든, 캐서린 문

코틀러 국장은 “미국이 이 합의를 적극적으로 승인한 것은 여성 인권, 보편적 가치를 중시하는 미국의 가치에 반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아베가 왜 역사를 부정하는지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중국 견제 같은 안보전략에만 관심을 갖는다”며 “미국이 당장은 몰라도 나중에 틀림없이 후회하는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사과가 충분했는지는 피해 여성들이 판단할 문제”

학계에서 아베 총리의 역사관에 대한 비판 성명을 주도해온 역사학자 알렉시스 더든 코네티컷대 교수는 e메일 인터뷰에서 “최종적이고 불가역적 해결”이라는 표현에 대해 “정책 결정자들은 그렇게 말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역사적으로 봤을 때 그런 표현은 실제로 사회가 작동하거나 인간 삶이 이뤄지는 방식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그는 “아베 총리의 사과가 충분했는지는 결국 피해 여성들이 판단할 문제”라며 “한국 정부는 이 여성들이 왜 합의에 만족하지 못하고 화가 났는지 경청해야 한다”고 했다. 또 “집단 피해의 역사를 기리는 평화의 소녀상을 대사관 앞에서 치워달라는 일본 정부의 요구를 한국 정부는 간단히 무시해줬으면 좋겠다”며 “이 기념물은 어떠한 정치적 합의도 넘어서는 문제이며 한국사회가 성노예 제도의 피해자들과 함께 토론할 사안”이라고 했다.

[관련 기사] “아베를 바꾸려면 미국 정부의 압박뿐”

“주어진 제약 하에서 최선의 합의…‘위안부’ 유일한 이슈가 돼선 안 된다”

주한미군 기지촌 여성 문제를 조명한 <동맹 속의 섹스>의 저자 캐서린 문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는 기자와 만나 “양국 외교관들이 주어진 제약 하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합의였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의 시민단체들이 위안부 문제를 쟁점화한 민족주의적 방식은 실제로는 다양한 여성 인권에 대한 더 중요한 논의들은 가려버렸다”며 “위안부는 많은 중요한 문제들 중 하나이지 지금처럼 다른 모든 이슈를 압도하는 유일한 이슈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이번 합의로 민간, 학계 차원에서 논쟁이 끝난 것이 아니며, 오히려 한·일 시민사회 내에서 더 많은 논쟁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관련 기사] 캐서린 문 “기지촌 여성 문제도 보편적 여성 인권과 인신매매의 관점에서 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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