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위안부 합의’ 후폭풍

“피해 할머니 협의 없이 최종 타결 운운 ‘최종적·불가역적’ 결코 쉽지 않을 것”

2015.12.29 22:42 입력 2015.12.29 22:51 수정

일 위안부 문제 전문가 요시미 요시아키 교수

“한국과 일본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가장 중요한 당사자인 피해자 할머니들과 아무런 협의도 없이 ‘최종 타결’ 운운하고 있습니다. 피해자들이 바라고 생각하는 것은 철저하게 무시된 거죠. 그들이 이번 합의안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입니다.”

[한·일 ‘위안부 합의’ 후폭풍] “피해 할머니 협의 없이 최종 타결 운운 ‘최종적·불가역적’ 결코 쉽지 않을 것”

일본의 대표적인 위안부 문제 전문가인 주오(中央)대 요시미 요시아키(吉見義明·69·사진) 교수는 29일 경향신문과의 전화인터뷰에서 “한·일 양국 정부가 얘기하는 ‘최종적, 불가역적 타결’이 실질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 정부가 ‘책임을 통감한다’고 했는데 책임소재가 분명하지 않고, 일본이 내겠다는 10억엔도 ‘배상’이 아닌 ‘지원금’으로 성격을 규정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삼았다. 요시미 교수는 “일본은 ‘법적 책임을 인정하고 배상하라’는 피해자들의 바람을 이번에도 외면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양국이 이번 합의를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타결’로 발표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피해자들과 협의를 통해 합의안에 대한 최소한의 동의라도 구했어야 한다”면서 “‘연내’라는 시한에 얽매여 졸속 협의를 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요시미 교수는 “합의안을 보면 한국이 정치적으로 패배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 고노 담화에서 일본은 역사교육 등을 통한 잘못의 재발 방지 등을 약속했는데, 이번에 일본은 한국 쪽에 10억엔을 내겠다는 것 이외에 아무것도 약속한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은 위안부 소녀상의 이전, 위안부 문제에 대한 비판 자제, 관련 자료의 유네스코 기록유산 신청 포기 등 일본의 요구를 모두 들어주겠다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면서 “결국 한국이 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위안부 자료의 세계기록유산 등록에 대해 “한국과 중국뿐 아니라 일본도 기록유산 등재에 나서는 것이 바른 태도다. 그래야 일본의 국격이 높아진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합의안을 ‘환영’하는 의견이 많은 것처럼 보이지만 최종 해결까지의 길은 아직 멀다”면서 “피해자들이 합의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한·일관계 개선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무척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은 교과서에 위안부 문제를 보다 확실하게 기술하고 후세에 대한 교육을 강화할 책임이 있지만, 앞으로 그 반대 방향으로 나갈 가능성이 높다”면서 “학자들의 위안부 관련 연구는 앞으로도 계속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요시미 교수는 1992년 1월 일본군이 위안소 설치와 위안부 모집에 관여했음을 밝히는 자료를 발표해, 이듬해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당시 관방장관이 위안부 모집의 강제성을 인정하는 담화를 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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