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월북장면 CCTV 5차례 포착·녹화영상 보면서도 놓쳐

2022.01.05 13:28 입력 2022.01.05 14:38 수정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5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전동진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이 ‘철책 월북 사건’ 초동 조치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5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전동진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이 ‘철책 월북 사건’ 초동 조치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탈북민이 지난 1일 강원 동부전선 군사분계선(MDL) 철책을 넘어 월북하는 장면이 군의 GOP(일반전초) 폐쇄회로(CC)TV 감시카메라에 다섯 차례나 포착됐지만, 감시경계 병력이 이를 모두 놓친 것으로 드러났다. 탈북민 A씨는 1년여 전 귀순할 때와 동일한 방법으로 철책을 넘은 것으로 확인됐다. 군 당국은 경계태세 허점을 시인하고 사과했다.

5일 합동참모본부 전비태세검열실 조사결과를 보면 지난 1일 탈북민 A씨가 사건 당일 오후 6시36분쯤 육군 22사단 GOP 철책을 넘는 장면은 GOP 내 감시카메라 3대에 모두 다섯 차례 포착됐다. 군의 과학화 경계시스템은 경고음을 울렸고, 소대장 등 초동조치조 병력 6명이 6분만에 출동했다. 그러나 이미 A씨가 이중으로 GOP 철책을 넘은 뒤였다. A씨가 철책을 넘는 데는 4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나중에 확인 결과 A씨 발자국이 쌓인 눈 위에 남아 있었지만, 초동조치조는 현장을 확인한 뒤 “이상이 없다”고 대대지통실에 보고한 뒤 철수했다.

합참은 “GOP 감시병이 실시간으로 전송되는 CCTV 영상에서도 A씨가 철책을 뛰어넘는 장면을 상황 발생 당시 인지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군의 GOP 감시카메라 3대에는 A씨가 남측 철책을 기어오르고 넘어가는 장면, 북측 철책을 넘어 갈대밭으로 사라지는 장면이 고스란히 잡혔다. 해당 부대는 이후 녹화된 영상을 재생했을 때도 A씨가 철책을 넘어 월북한 사실을 또 놓쳤다. 녹화영상 재생 시 저장 서버에 입력된 시간과 실제 촬영 시간이 차이가 나 월책하는 장면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합참 관계자는 “근무 지침상 하루 두 차례 장비의 시간을 서로 맞추는 동기화 작업을 해야 하는데 이것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이때문에 서버에 기록된 시각과 실제 촬영 시각 사이에는 4분가량 차이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A씨가 철책을 넘어간 시간의 영상을 들여다본 것이 아니라 엉뚱한 시간대 영상을 돌려보고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 해당 대대의 지휘통제실장은 자체적으로 상황을 종료한 뒤 상급 부대와 대대장에게 보고도 하지 않았다.

해당 부대는 2일 오후 9시17분쯤에야 비무장지대(DMZ) 내 미상의 인원을 열상감시장비(TOD)로 식별해 특이상황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처음 인지했다.

앞서 A씨는 GOP 지역까지 군의 감시 장비가 설치돼 있지 않은 경로를 통해 이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지난 1일 오후 12시51분쯤 강원 고성 지역의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인근에 설치돼 있는 군의 CCTV 카메라에 포착됐다. 합참은 당시 “민통초소 관리 중대 상황실에선 초소 방향으로 이동하는 미상인원(A씨)의 모습을 CCTV로 최초 식별해 경고방송을 했다”며 “미상인원은 이를 듣고 마을 방향으로 이동한 게 (CCTV 영상에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군 당국은 이 영상에 찍힌 모습을 근거로 월북자의 신원을 2020년 11월 이른바 ‘월책 귀순’을 통해 우리 측으로 넘어온 탈북민 A씨로 특정했다.

A씨는 민통초소 CCTV 영상에서 사라진 지 약 5시간여 뒤인 오후 6시36분쯤 우리 측 GOP 철책을 넘는 모습이 감시카메라에 촬영됐다. 합참은 “(A씨가 경고방송을 들은 뒤) 민통초소를 우회해 GOP 방향으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씨가 이동경로로 택한 것으로 추정되는 곳엔 CCTV 카메라 등 군의 감시장비가 없다,

A씨가 GOP 철책을 넘어 DMZ 내에서 군의 열상감시장비(TOD)에 다시 포착된 건 그로부터 2시간여가 다시 지난 오후 9시17분쯤이다. 당시 GOP 대대장은 A씨가 우리 측 GOP 철책을 넘어 DMZ까지 진입한 사실을 몰랐기 때문에 처음엔 작전병력을 현장에 투입하면서 귀순 가능성을 염두에 뒀다고 합참은 전했다. 합참 관계자는 “(A씨가) TOD 장비에 찍힌 곳의 지형을 보면 군사분계선(MDL) 방향에서 우리 쪽으로 올라오는 형태로 돼 있다. 최초엔 MDL 방향에서 접근하는 것으로 판단했다”며 “그러나 이후엔 이동방향 등을 봤을 때 침투·귀순 가능성이 적다고 판단해 월북 가능성에 비중을 두고 작전을 실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현장에 투입된 군 병력은 A씨 신병 확보에 실패했고, 그는 같은 날 오후 10시49분쯤 MDL을 넘어 북한땅을 밟았다.

전동진 합참 작전본부장(육군 중장)은 “동부전선에서 발생한 월북상황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면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보완대책을 마련해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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