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부산 사상 손수조·문재인

2012.04.08 22:55

‘똑소리 나는 딸’ 대 ‘대선 나갈 큰 인물’

지난 6일 부산 사상구 주례동 주례럭키아파트 앞. 오후 5시반 문재인 통합민주당 후보가 아파트 입구에서 나 홀로 유세전을 폈다. 인파 속에는 유독 아이들을 데리고 선 젊은 부부들이 많이 보였다. 멀찌감치 떨어져 문 후보를 바라보고 있던 70대 할머니도 “사람 참 후덕하게 생겼다”고 말했다.

1시간 뒤 손수조 새누리당 후보가 같은 장소에서 유세를 시작했다. 손 후보 연설을 듣던 70대 한 할아버지는 “그놈(손수조 후보) 참 말 똑소리 나게 한다”고 말했다. 오후 7시 넘어 박근혜 선대위원장이 등장했다. 더 많은 인파가 몰렸다.

사상구는 19대 총선 최대 관심지역 중 한 곳이다. 잠재적 대권주자인 문재인 후보와 27세의 손수조 후보가 맞붙은 이곳은 언론들이 무려 20회나 여론조사를 했다. 서울 종로와 함께 가장 여론조사를 많이 한 곳이다.

새누리당 손수조 후보가 7일 부산 사상구 삼락공원에서 아침 운동을 나온 시민과 얼싸안으며 인사하고 있다. | 김영민 기자

새누리당 손수조 후보가 7일 부산 사상구 삼락공원에서 아침 운동을 나온 시민과 얼싸안으며 인사하고 있다. | 김영민 기자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7일 부산 사상구 엄궁동 농산물시장에서 한 상인과 대화하며 사인을 해주고 있다. |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7일 부산 사상구 엄궁동 농산물시장에서 한 상인과 대화하며 사인을 해주고 있다. |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 격차 크지만 긴장감 팽배
2030 투표율 당락 갈라
막판 ‘네거티브 공세’도

양측은 서로 강점과 약점이 있다. 손 후보는 당 지지율은 높지만 경력이 부족하다. 문 후보는 인물은 앞서지만 당세가 약하다. 부산 사상구는 1996년 지역구가 설치된 후 대통령선거, 국회의원, 구청장, 시의원 등 모든 선거에서 새누리당이 독주해온 선거구다. 민주당은 18대 총선 때 후보조차 내지 못했다.

언론사 여론조사를 보면 문 후보가 앞섰고 격차도 두 자릿수였다. 현지에선 다른 반응도 나왔다. 유세장에서 만난 이정식씨(55)는 “똥개도 자기 집 앞에서는 50%는 먹고 들어간다 안합디까. 내 주변을 보자면 대부분 언론에서 말하는 것처럼 그렇게 차이 안 날 겁니다”라고 말했다.

두 캠프는 팽팽한 긴장이 흐르고 있었다. 손수조 후보 측은 “두 자릿수가량 지고 있는 후보라 보기에는 바닥이 정말 좋다”고 말했다. 문재인 후보 측은 “노무현 전 대통령도 2000년 총선에서 3일 전까지 20%포인트 앞섰다가 결국 뒤집어졌다.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박근혜 위원장은 벌써 사상에 5번째 다녀갔다. 박 위원장 방문의 영향 분석은 엇갈린다. 박 위원장 지원 유세를 지켜보고 있던 40대 여성은 “박근혜씨가 어떻게 생겼나 싶어 나온 거 아입니까. 그래도 투표는 다르지예”라고 말했다. 반면 인근 상점에서 자영업을 하는 이성훈씨(51)는 “아무래도 박근혜씨가 오면 지지율이 올라갈 겁니더”라고 말했다.

[총선 격전지를 가다](16) 부산 사상 손수조·문재인

사상은 사상공단 때부터 자리잡은 20~30년 토박이가 많다. 또 아파트도 신혼부부보다는 40대 중장년층이 많이 산다. 하지만 주례·엄궁동 등에는 집중적으로 새 아파트들이 들어섰다. 젊은 사고를 할 수 있는 유연한 유권자들이 대거 자리를 잡았다는 얘기다.

손 후보는 지역 연고를 앞세운다. 사상에서 20년을 산 ‘사상 딸내미’를 강조한다. 하지만 문 후보는 1970~1980년대 노 전 대통령과 함께 무료변론을 하면서 사상 곳곳을 누비고 다녔다. 당시 무료변론을 해줬던 일부는 지금 유권자가 돼 있다.

엄궁동에 만난 박선동씨(45)는 “새누리당을 지지하지만 사상에서 당선된 사람이 대통령이 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며 “이번에는 굳이 토박이론에 얽매일 것은 아니어서 아직 누굴 찍을지 결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투표율은 사상 선거에서도 중요한 변수다. 특히 문 후보가 젊은 세대의 지지를 많이 받는 만큼 2030 세대의 참여 여부가 당락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선주씨(28)는 “김제동이 사찰당하는 것 보고 화가 났다. 나는 꼭 투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30대 의사인 임모씨는 “주변에서는 문재인씨 얘기를 많이 하는데 내가 투표할지 안할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선거 막판으로 흐르면서 네거티브 공세도 치열해지고 있다. 새누리당은 “문 후보는 선관위 등록 시 3채의 건물이 있는 양산 소유 별장 부지 중에서 11평짜리 사랑채의 신고를 누락했다”며 “무허가 건물이라는 것도 문제고, 무허가 건물을 선관위 재산신고에 누락한 것은 명백한 선거법 위반”이라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은 “송숙희 구청장이 지역주민 단체장과 주민들을 상대로 손 후보 지원을 요구하는 관권선거를 벌인 사실이 확인됐다”며 “공무원의 선거중립 의무를 밝힌 공직선거법 9조 등을 어긴 만큼 송 구청장을 고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네거티브 공방은 거세지만 누가 유리하다고 말하기 힘들다는 것이 현지 이야기다. 두 후보의 공통점이 ‘기존 정치인과는 다르다’는 이미지이기 때문이다. 사상 선거도 막바지로 향하고 있었다.

<시리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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