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만 “대화하자” 행동은 ‘대북 자극’

2014.09.26 22:10 입력 2014.09.26 22:13 수정
이지선 기자

정부, 국제무대서 잇단 북 압박… 삐라는 ‘방치’

청와대와 정부가 북한을 향해 ‘대화를 하자’고 하면서도 정작 대화를 위한 행동은 취하지 않는 모순된 대북정책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다. 말로는 ‘대화’를 강조하면서도 남북 간 현안이 터질 때마다 소위 ‘원칙’을 앞세우며 실질적 성과는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화를 하는 것도, 하지 않는 것도 아닌 ‘같기도 대북정책’이란 평가가 나온다.

최근 청와대와 정부의 입장 발표를 보면 이 같은 태도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대표적인 것이 박근혜 대통령이 유엔 발언들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24일(현지시간) 북한과 국제사회가 유엔인권위원회의 권고사항 이행을 위해 필요한 조처를 취해야 한다고 거론했고 탈북자 인권과 관련해서도 주변국 협조를 요구했다. 다른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은 “유엔총회 기간 남북대화의 문이 열려 있다”고 했지만 북한이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문제들을 제기함으로써 사실상 대화의 문을 닫은 셈이다.

북한을 압박하면서도 대화 기회는 열려 있다고 말하는 방식은 그간 박 대통령이 발표해온 통일대박론이나 드레스덴 구상도 마찬가지다. 드레스덴 구상을 발표할 때는 북한 주민이 고통받고 있는 상황을 언급하는 등 북한 당국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취한 뒤 3가지 대북구상을 내놓음으로써 제안의 진정성을 스스로 훼손시켰다.

유엔총회, 8·15 경축사 등 기회 있을 때마다 남발되는 대북 제안도 문제다. 현실성도, 실현 가능성도 없는 제안이라는 점에서 북한의 동참을 유도하려는 의지는 찾아보기 어렵다. 결국 이런 것들은 ‘우리는 뭔가 하려고 하는데 북측이 받아들이지 않아 못하고 있다’는 명분 쌓기용 제안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번 유엔총회 기간에 열린 북한 인권 관련 고위급 회의에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북한에 남북 인권대화 개최를 제안했지만, 정작 이 회의에 참석하겠다는 북한 측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는 이율배반적 모습을 보였다.

최근 불거진 대북전단 살포 문제를 놓고도 정부는 헌법에 보장된 표현과 집회결사의 자유를 들어 제한할 수 없다는 원론적 입장을 강조했을 뿐이다. 대북전단을 살포하는 관련 단체 관계자들을 만나 적극적으로 설득하고 남북 고위급 회담을 성사시키려는 노력은 찾아볼 수 없었다.

원칙을 고수하는 것처럼 보이는 정부 태도는 달리 보면 대북전략 부재나 상황관리 실패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대북 문제 전문가는 “전략이란 상대방의 작은 변화라도 긍정적인 쪽으로 확대발전시키려는 것 아니겠느냐”면서 “북한이 지금 위기의식을 갖고 외교무대에서도 뛰고 있고 경제 개선조치도 취하려고 하는데 이를 기회로 이용하는 것이야말로 전략이고 협상”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북한을 상대하지 않으면 진보 진영이 비판하고, 상대할 경우는 보수 진영이 반발할 것을 의식해 지속적으로 어정쩡하게 줄타기만 계속한다면 남북관계를 국내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비판을 면하기도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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