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최고존엄’ 겨냥에 발끈 “맞대응보다 역이용 전략을”

2014.11.04 22:29 입력 2014.11.04 22:35 수정

삐라·유엔 인권결의안 집착하는 북한

북한의 최근 대외 메시지는 온통 대북 전단(삐라)과 유엔 인권결의안에 집중돼 있다. 핵, 제재, 5·24 조치, 금강산관광 등 북한이 중요시하던 현안들은 쑥 들어갔다.

대북 전단과 유엔 인권결의안은 이른바 북한의 ‘최고존엄’을 겨냥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대북 전단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를 비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유엔 인권결의안은 특정인이 아닌 북한인권 상황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제소하는 방안을 거론하고 있지만 ‘국가 최고 수준이 결정한 반인도적 정책’을 언급하고 있다는 점에서 김 제1비서가 자유로울 수 없다.

[뉴스분석]북 ‘최고존엄’ 겨냥에 발끈 “맞대응보다 역이용 전략을”

북한은 천신만고 끝에 성사된 남북 고위급 접촉이 무산되는 것을 무릅쓰고 대북 전단 살포 중단에 매달리고 있다. 지난 9월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리수용 북한 외무상과 함께 뉴욕에 온 최명남 외무성 부국장은 아직까지 뉴욕에 남아 유엔 인권결의안에서 ‘ICC 제소’를 삭제하는 임무를 수행 중이다. 최고존엄 훼손을 막으려는 북한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북한에 최고존엄은 정치적 이유와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 남한 사회에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에 최고의 사회적 가치를 부여하고 있는 것처럼 북한에서는 최고존엄에 대한 존중이 가장 중요한 가치다. 북한의 이 같은 정서를 보여주는 사례는 많다. 2003년 대구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회 때 북한 응원단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진이 비를 맞은 채 방치된 것을 보고 눈물을 흘리며 옷으로 싸안아 가져갔다.

북한은 6자회담이 진행 중이던 2005년 방코델타아시아(BDA)의 북한계좌에 동결된 자금을 돌려주기 전에는 대화하지 않겠다고 막무가내로 수년을 버텼다. 당시 미국은 북한이 2400만달러에 불과한 ‘푼돈’에 그토록 집착하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했다. 많은 전문가들이 다양한 분석을 쏟아냈지만 가장 해답에 가까운 설명은 한 탈북자에게서 나왔다. 그는 “장군님이 ‘해결하라우’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라고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 답했다.

적대 관계인 상대의 특수 상황을 모두 이해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대화를 하려면 최소한 상대가 우리와 다른 사고체계를 갖고 있다는 사실은 받아들여야 한다. 하지만 남과 북은 모두 상대의 입장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한 북한 전문가는 “체제와 환경이 다른 북한이 우리와 다른 가치체계를 갖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며 “대화의 출발점은 상대가 우리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우리가 보기에 별로 실익이 없는 최고존엄 문제에 집착하는 상황을 역이용하는 방안을 찾는 것이 현명하다고 조언한다. 실익도 없이 북한과 기싸움을 벌일 게 아니라 북한이 목을 매고 있는 요구를 들어주고, 그 대신 더 많은 것을 얻어내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북한과의 협상에 오래 참여했던 한 외교 소식통은 “뭔가를 집요하게 요구하는 것은 협상에서 큰 약점”이라며 “과거 북한과의 협상에서 북한의 절박한 요구를 더 큰 반대급부와 바꾸는 전략적 접근으로 성공한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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