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서울에 ‘옥류관 서울분점’ 있었다

2018.04.27 16:24 입력 2018.04.27 16:28 수정

경향신문 1999년 5월4일자 보도. 경향신문 자료

경향신문 1999년 5월4일자 보도. 경향신문 자료

김정은 위원장이 남북정상회담에서 ‘평양냉면’을 언급하면서 오늘 점심시간 서울 유수의 냉면 식당들은 밀려드는 손님으로 북새통을 이뤘습니다. 누리꾼들 중 일부는 “이번 기회에 한국에 옥류관 분점을 내달라”고 요구하기도 하는데요, 사실은 19년 전 ‘옥류관 서울 분점’이 강남 한복판에, 그것도 무려 두 군데나 있었습니다. 믿기 어려우신가요? 아래 사진을 보시죠.

1999년 촬영된 평양 옥류관 서울점 사진. 경향신문  자료

1999년 촬영된 평양 옥류관 서울점 사진. 경향신문 자료

어찌 된 일일까요. 사정은 이렇습니다.

‘평양옥류관 냉면 서울점’은 1999년 5월4일 오후 12시 강남구 역삼동 823번지에서 문을 열었습니다. 당시 언론 기사들을 보면, 개점식에는 강영훈 전 국무총리가 축사를 했으며 김덕룡 당시 한나라당 의원, 정대철 당시 국민회의 부총재, 조남호 당시 서초구청장 등이 참석했습니다.

옥류관 서울점은 대지 280여평에 지하 1층, 지상 3층짜리 건물로 평양냉면, 평양온반, 평양불고기 등 북한 음식 약 20여종을 제공했습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메밀을 비롯한 식자재와 식당운영에 필요한 집기류, 비품, 소모품도 북한에서 들여왔습니다. 북한 냉면 비법을 전수받았다고 주장한 재일조총련계 요리사 박수남씨가 주방을 맡았습니다.

하지만 옥류관 서울분점은 골치아픈 상황에 내몰렸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서울시 개포동에 문을 연 또 다른 평양옥류관이 상표권을 주장했기 때문입니다. 옥류관 서울분점을 낸 (주)발원무역은 “옥류관 분점개설에 관한 모든 권한을 위임받았다”고 주장한 한 일본업체와 계약을 맺었습니다. 한편 개포동 평양옥류관을 낸 (주)옥류물산은 한 중국업체와 계약을 맺었습니다. (주)발원무역은 (주)옥류물산을 상대로 상표 등 사용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했습니다.

소송은 결국 ‘무승부’로 끝났습니다. 1999년 8월24일 서울지법은 가처분신청을 기각했습니다. “두 업체 모두 비슷한 시기에 독자적으로 옥류관 분점을 추진해온 만큼 어느 한쪽에 남한쪽 독점권을 인정할 수 없”고, “어느 쪽이 북한측으로부터 진정하게 분점 개설권을 취득한 업소인지 여부뿐만 아니라 과연 이 음식점들이 과연 북한 평양에 있는 옥류관의 분점에 해당하는지 여부조차 분명하지 않다”는 게 그 이유였습니다.

평양옥류관 ‘본점’의 반응은 어땠을까요. 앞서 1999년 6월11일 북한 옥류무역회사 대변인은 중앙통신 인터뷰에서 강남구 역삼동에 문을 연 ‘평양 옥류관 서울분점’과 분점개설을 합의하거나 계약을 체결한 적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 대변인은 “평양 옥류관은 그 위치나 건물양식, 냉면 맛으로 세상에 널리 알려져 있어 우리 민족은 물론 다른 나라 사람들도 평양에 와서 옥류관 냉면 맛을 보았으면 하는 것이 공통된 심리”라면서 “사람들의 이러한 심리를 이용해 서울에 옥류관 분점을 내놓고 그것이 포용정책의 결과인 듯 선전하고 있는 것은 옥류관 분점이 포용정책 선전을 위한 사기와 협잡의 산물이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비난했다고 합니다.

19년이 지난 지금은 두 곳 모두 문을 닫은 것으로 보입니다. 평양옥류관 정식 분점이 서울에 문을 여는 날은 언제일까요. 냉면 애호가들에게는 상상만으로도 군침이 도는 일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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