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변 +α’ 대 ‘제재 완화’…북·미관계 새 로드맵 나올까

2019.02.24 22:12 입력 2019.02.24 22:50 수정

싱가포르 합의로 구체화 되는 ‘하노이선언’

영변 핵폐기와 ICBM 개발 동결 수준서 합의 여부 쟁점

북한이 바라는 개성공단 재가동 포함 제재 완화 폭 관심

전격적인 종전선언 대신에 불가침선언 등 추진에 무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6월12일 싱가포르 카펠라호텔에서 열린 1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  싱가포르 | EPA연합뉴스 이미지 크게 보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6월12일 싱가포르 카펠라호텔에서 열린 1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 싱가포르 | EPA연합뉴스

오는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성패는 결국 양측이 어떤 합의를 도출하느냐에 달려 있다. 하노이 현지에선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미국의 상응 조치를 조합하고, 이행 순서를 배치해 합의문을 만드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북한이 영변 핵시설 파괴 이외의 ‘플러스알파(+a)’를 내놓을지, 미국이 경제 제재 완화 조치를 취할지가 최대 관심사다.

북·미 정상이 지난해 싱가포르에서 함께 가야 할 공동의 목적지를 공동성명으로 제시했다면 ‘하노이선언’에는 이를 위한 구체적 이행 방안을 담게 된다. 새로운 북·미관계,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미군 유해 송환이란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4가지 기둥을 중심으로 2차 정상회담의 의제를 점검해본다.

■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북·미는 싱가포르 공동성명 3번째 조항으로 ‘2018년 4월27일 판문점선언을 재확인하면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해 노력한다’고 합의했다. 남북 정상의 4·27 판문점선언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한 핵 없는 한반도 실현’을 담고 있다. 북한은 3차 남북정상회담 합의인 9·19 평양공동선언에서 동창리 실험장 폐기를 기본으로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적 조치를 약속했다.

미국 측 의제 실무협상을 이끄는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지난달 31일 스탠퍼드대 강연에서 미국이 원하는 비핵화 조치의 대강을 밝혔다. “동창리와 풍계리에 관련한 약속 이외에도, 김 위원장은 평양공동선언에서는 물론 10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방북 당시에도 플루토늄과 우라늄 농축 시설의 해체와 파괴를 약속했다. 영변에 있는 시설 이외에도 이런 장소들은 북한의 플루토늄 재처리와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전체를 아우른다.”

우선 북한이 지난해 5월 비핵화 선행조치라며 폐쇄한 풍계리 핵실험장 사찰이나 1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약속한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의 폐기와 검증은 쉽게 합의될 수 있는 사안이다.

영변 핵시설에 대한 폐기와 검증은 ‘하노이선언’의 핵심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영변 핵시설은 북한 핵 위기의 시발점이자 북한 핵개발의 심장부다. 5㎿ 원자로를 통한 플루토늄 재처리와 고농축 우라늄 생산 시설을 갖추고 있다. 영변 핵시설 폐기는 플루토늄 생산 중단과 핵무기 생산 능력의 상당부분 감소로 연결되는 의미 있는 조치다.

북한은 과거에도 영변 핵시설 동결은 합의했지만 사찰은 한사코 거부했다. 이 때문에 영변 핵시설 폐기와 사찰은 북핵 역사의 새로운 국면을 뜻한다.

미국 측은 영변 핵시설 폐기 이외의 ‘+a’를 얻어내는 게 목표다. 비건 특별대표는 ‘영변을 뛰어넘는 플루토늄 및 우라늄 농축 시설 폐기→포괄적 핵신고 및 전문가들의 사찰·검증→핵 물질과 무기,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 제거 및 파괴’를 비핵화 로드맵으로 제시한 바 있다.

미 정부 고위 당국자는 지난 21일 전화 브리핑에서 미국의 기대 사항으로 비핵화에 대한 공유된 이해 증진, 모든 WMD와 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동결, 최종적으로 비핵화 로드맵 합의를 제시했다. 미국 정부 당국자가 동결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미국이 북한의 핵 프로그램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동결을 목표로 설정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싱가포르 공동성명에서 북·미는 ‘평화와 번영을 바라는 두 나라 국민들의 염원에 맞게 새로운 북·미관계를 수립해 나간다’고 합의했다. 첫 번째로 적힌 합의 사항이다. 북한 입장에서 미국의 상응 조치가 비핵화 조치의 전제조건임을 보여준다.

미국은 이번에 국교 정상화로 가기 위한 중간단계의 조치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연락사무소 설치가 대표적이다. 연락사무소 설치는 70년간 이어진 북·미 적대관계 종식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 미국 입장에서 대북 경제 제재를 유지하면서 관계 정상화 의지를 보여줄 수 있다. 연락사무소 설치는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에도 포함됐으나 현실화되지는 못했다.

북·미 교류 증진 등 각종 조치들이 테이블에 오를 수 있다. 1차 정상회담 준비 당시 폼페이오 장관을 지원해 북·미 협상의 막후 채널로 활동했던 앤드루 김 전 미 중앙정보부(CIA) 코리아미션센터장은 22일(현지시간) 스탠퍼드대 강연에서 연락사무소 외에 여행 금지국 해제, 오케스트라 공연 등 문화교류 개시, 김 위원장 일가와 북한 고위 인사들에 대한 블랙리스트 등재 해제,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등을 미국이 북한에 제공할 수 있는 정치적 인센티브로 제시했다.

북한이 원하는 미국의 상응 조치 중 핵심은 경제 제재 완화다. 미국과 유엔의 제재는 김 위원장이 원하는 경제개발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미국도 ‘선 비핵화’ 입장에서 한발 물러섰다. 북한의 비핵화 조치 수준에 따라 제재 완화를 검토할 수도 있다며 여지를 남기고 있다.

석탄 등의 수출 제한을 풀거나 유류 수입 한도를 늘려주는 방안이 거론된다. 하지만 유류 수입 한도를 유연화하는 문제는 유엔 제재 사항이어서 별도 논의가 필요하다. 북한 경제를 옭아맬 핵심 카드를 미국이 선선히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많다.

개성공단 재가동과 금강산관광 재개가 제재 완화 카드에 포함될지 주목된다. 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두 사업을 전제조건 없이 재개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상태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19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견인하기 위한 상응 조치로서 한국의 역할을 활용해달라”고 밝혔다. 남북 철도·도로 연결은 물론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를 포함한 발언이었다.

대북 인도적 지원 확대 등도 거론된다. 김 전 센터장은 미국의 경제적 인센티브로 인도적 지원, 북한 은행의 국제거래 완화, 북한 수출·수입 제재 완화, 북한 경제구역 내 조인트벤처에 대한 제재 면제 등을 꼽았다.

■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두 번째 합의는 ‘한반도에서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공동 노력’이다. 평화체제 달성을 위한 대표적 조치는 종전선언이다. 남북 정상은 판문점선언에서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기 위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 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해 나간다’고 합의했다.

북한의 핵심 요구가 종전선언에서 최근에는 제재 완화로 옮겨간 상황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종전선언은 한반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핵심 사안으로 북한이 원하는 상응 조치 중 핵심인 것은 분명하다. 김 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다자협상을 제안했다. 미국도 종전선언이 이번 정상회담의 의제임을 공식화했다. 비건 대표도 스탠퍼드대 강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을 끝낼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2차 정상회담에서 전격적인 종전선언이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국도 속전속결 추진 구상에서 한발 물러나 순차적 진행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종전선언의 전 단계로 북·미 간 불가침선언과 평화선언이 추진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주한미군 철수 또는 감축 문제에 대해선, 트럼프 대통령이 22일 “아니다. 그것은 테이블 위에 올려진 것들 중 하나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 미군 유해 발굴 및 송환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4번째 조항은 ‘전쟁포로 및 행방불명자들의 유해 발굴을 진행하며 이미 발굴, 확인된 유해들은 즉시 송환한다’는 내용이다. 한국전쟁 사망 미군 유해 발굴과 송환은 양국 간 신뢰 구축에 긍정적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조치다.

북·미는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장성급회담 등을 통해 유해 발굴 계획에 대해 논의해왔다. 지난해 7월 미군 유해 55구가 송환됐다. 지난해 9월 장성급회담에서 미국 측은 장진호 전투와 운산 및 청천 전투 지역 등 미군 유해가 다수 묻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지역에 대한 공동 발굴을 제안했다. 이번 회담에서도 미국 제안 지역 등에 대한 공동발굴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