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목사가 외국인이라 대통령 부부 처벌 못한다?…권익위 ‘법리 해석’ 도마에

2024.06.12 20:41 입력 2024.06.12 22:11 수정

“신고 의무 없고 있어도 소추 안 돼”

“명품백 직무관련성 없다” 다수 의견

15명 중 7명 ‘대통령 송부’ 의견엔

“소수 의견이라 언급 않겠다” 일축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신고 사건을 종결 처리한 국민권익위원회는 12일 가방 수수가 윤석열 대통령 직무와 관련이 없어 신고할 의무도 성립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직무 관련성 판단 과정에서 당사자들에 대한 직접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권익위는 또 배우자가 금품을 받더라도 ‘제공자가 외국인이면 대통령은 신고 의무가 없고, 있더라도 소추되지 않는다’고 봤다. 부패 방지 주무기관이 부패 방지를 위한 법리를 축소 해석해 면죄부를 줬다는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승윤 권익위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객관적인 직무 관련성, 외부로 드러난 제공자(최재영 목사)의 진술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 (김 여사가 받은 명품가방은) 직무 관련성이 없다는 의견이 (전원위원회 내) 다수였다”고 말했다. 직무 관련성을 더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한 일부 위원들의 의견은 ‘소수 의견’으로 정리됐다.

최 목사와 대통령 부부에 대한 직접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정 부위원장은 직접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점을 두고 “처벌할 수 없는데 소환하면 직권남용 아닌가”라고 말했다. 청탁금지법은 공직자의 배우자가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해 일정액 이상 금품을 수수하는 것을 금지하고, 공직자는 이를 알게 된 즉시 서면으로 신고하도록 한다. 권익위는 직무 관련성이 없다고 판단하면서 윤 대통령의 ‘신고 의무’도 자동으로 소멸됐다고 봤다.

권익위는 직무 관련성이 인정된다고 하도라도 대통령의 신고 의무는 없다고 판단했다.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은 외국인이 건넨 물품을 ‘대통령 선물’로 규정해 관리하도록 하는데, 청탁금지법은 다른 법령에 따라 허용되는 금품은 금지 대상으로 삼지 않기 때문에 결국 ‘허용되는 선물’이므로 신고 의무가 없다는 논리다. 최 목사는 재미교포다.

헌법 84조에 규정된 대통령의 불소추특권도 고려했다고 했다.

권익위 해석대로라면 대통령 배우자가 대통령 직무와 관련해 누구로부터 어떤 금품을 받든, 대통령은 수사와 조사를 받지 않는다. 이 때문에 권익위가 관련 법들의 취지는 무시한 채 이 사건을 지나치게 수동적으로 다뤘다는 비판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부패 방지 주무기관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은 회피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정 부위원장은 “청탁금지법에 대통령 배우자의 제재·처벌 관련 조항이 없다는 게 너무 명확하다”고 밝혔다.

총 15명이 참여한 지난 10일 권익위 전원위 투표에서 김 여사 관련 신고를 ‘종결’해야 한다는 의견은 9표, ‘이첩’ 3표, ‘송부’ 3표였다. 윤 대통령 신고에 대해서는 ‘종결’이 8표, ‘송부’가 7표였다. 정 부위원장은 “소수 의견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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