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의 아픈 추억’ 탓인가… 박 대통령, 믿는 사람만 쓴다

2014.12.08 22:01 입력 2014.12.08 22:08 수정

폐쇄적 리더십… 왜

비선의 국정개입 논란을 촉발한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이 ‘과거사’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불통으로 이어진 지나친 보안, 측근은 있어도 ‘2인자’는 없는 박 대통령 리더십에 개인적 경험이 짙게 배어 있다는 풀이다.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후 겪은 배신에 대한 기억이 ‘믿을 수 있는 사람’ 일부를 중심으로 하는 국정운영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비선 권력’ ‘밀봉 인사’ 논란 등은 그 부작용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8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제7차 세계정책회의에서 기조연설을 마친 뒤 단상에서 내려오고 있다. |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이 8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제7차 세계정책회의에서 기조연설을 마친 뒤 단상에서 내려오고 있다. | 청와대사진기자단

▲ 부친 박정희 서거 후 겪은‘슬픈 과거사’ 상처 깊어
‘두려움 없이 가겠다’ 초연
‘문고리 3인방’ 15년 측근 밀봉·비선 논란 등 부작용

박 대통령 저서들을 살펴보면 이런 생각이 잘 드러난다. 박 대통령은 2007년 출간한 자서전 <절망은 나를 단련시키고, 희망은 나를 움직인다>에서 청와대를 떠나 생활할 때 겪은 ‘세상인심’에 대한 슬픔과 분노의 감정을 드러냈다. 그는 “사람이 사람을 배신하는 일만큼 슬프고 흉한 일도 없을 것이다. 상대의 믿음과 신의를 한번 배신하고 나면 그 다음 배신은 더 쉬워지면서 결국 스스로에게 떳떳하지 못한 상태로 평생을 살아가게 된다”고 적었다.

박 대통령은 지난 7일 새누리당 지도부 오찬에서 “(나는) 겁나는 일이나 두려운 것도 없기 때문에 흔들릴 이유도 없고 절대로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했는데, 과거 저서에 실마리가 있다. 박 대통령은 1993년 발간된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났더라면>에서 “타인의 인격이 잘못돼 있다 해서 그리 속을 끓일 이유는 무엇인가. 그들의 옹졸함과 권모술수, 그들의 부정과 변신, 나약함, 비겁함은 그들의 문제이다. 나는 나의 길을 걸을 뿐이고, 그들은 그들 길을 가고 있을 뿐”이라고 했다. 결국 여러 배신을 겪으면서 웬만한 일에는 초연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가장 큰 원칙은 ‘믿을 수 있는 사람’을 쓰자는 것이다. 어렵게 고른 만큼, 잘 바꾸지도 않는다. 실제 ‘문고리 권력 3인방’으로 알려진 비서관 3인방도 박 대통령과 15년을 같이한 사람들이다. 여권 관계자는 “아무리 바꾸라고 해도, 박 대통령이 수족 같은 3명을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2007년 대선후보 경선 때 한 측근이 “인재들을 좀 더 폭넓게 쓰시라”고 하자, 당시 박 대통령은 “믿을 만한 사람이 많지 않아요”라고 짧게 답했다는 에피소드도 있다.

그러다 보니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게 됐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정치인 시절 가깝다고 알려진 측근 의원들도 습관이나 기색으로 심기를 파악할 뿐, 박 대통령의 허심탄회한 생각을 들은 사람은 거의 없다시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위 친박이라는 새누리당 의원들도 사석에서 “솔직히 대통령을 잘 모른다”고 토로한다.

종합하면 박 대통령의 아픈 과거사에서 비롯된 정치 스타일이 집권 후 ‘비선 권력 논란’ ‘밀봉 인사’를 불러온 한 요인이란 해석으로 귀결된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장(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은 8일 “대통령 본연의 성격과 삶의 궤적이 대통령이 된 후 리더십에도 여기저기 드러나는 것은 문제다. 환골탈태하지 않으면 이후 국정운영에도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닫힌 리더십에서 열린 리더십으로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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