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드 코리아’ 기적은 우연히 일어나지 않았다

2010.02.24 18:30 입력 2010.02.24 18:35 수정
김창영 기자

등록선수 200여명 불과… 연습장은 태릉이 유일

쇼트트랙 노하우 접목에 선수들 땀·눈물의 결실

“깜짝, 이변, 충격적인 승리….”

한국이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에서 메달을 추가할 때마다 외신들이 붙인 표제어다.

‘스피드 코리아’ 기적은 우연히 일어나지 않았다

자극적인 표현도 무리는 아닐 것 같다. 남녀 단거리(500m)를 동시에 석권한 데 이어 이승훈(22·한국체대)이 장거리(1만m)까지 접수하면서 단숨에 ‘빙상강국’의 반열로 올라섰다.

밴쿠버에서 한국이 빙상사를 다시 쓰고 있다. 9개의 금메달이 걸린 이 종목에서 한국은 24일까지 금메달 3개와 은메달 2개를 쓸어 담았다. 빙속 최강국인 네덜란드(금3·은1·동2개)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 누구도 예상치 못한 ‘빅5’ 추월 =이번 성적은 4년 전 토리노 대회까지만 해도 상상을 할 수 없었다. 한국은 1948년 생모리츠 동계올림픽부터 출전했지만 이전까지 스피드스케이팅에서 수확한 메달은 92년 알베르빌 대회에서 김윤만(1000m)이 은메달, 2006년 토리노 대회에서 이강석(500m)이 동메달을 딴 것이 전부였다. 여자는 정식종목 채택 후 50년 동안 메달과 인연이 멀었다.(표 참고)

10000m 금·5000m 은 이승훈, 500m 금·1000m 은 모태범, 500m 금 이상화(사진 왼쪽부터)

10000m 금·5000m 은 이승훈, 500m 금·1000m 은 모태범, 500m 금 이상화(사진 왼쪽부터)

네덜란드, 노르웨이, 러시아, 미국, 독일 5대국으로 고착화된 카르텔에 한국이 끼어들 여지는 없었다. 단거리와 여자는 독일·러시아·미국이 독보적이었다. 장거리는 네덜란드와 노르웨이가 독식했다. 빙속에서 5개 이상의 메달을 따낸 스타들도 모두 5대 강국 선수뿐이었다.

종합 1위를 달리고 있는 미국(금7·은9·동10개)도 스피드스케이팅에서만큼은 금1·은1·동1개에 불과하다. 이승훈이 쾌거를 이룬 1만m는 네덜란드가 98년 나가노 대회부터 3회 연속 금메달을 내주지 않은 텃밭이었다.

‘스피드 코리아’ 기적은 우연히 일어나지 않았다

◇ 불모지 개척한 ‘스피드 3총사’ =영원히 깨지지 않을 듯한 5강에 균열을 가한 주인공은 모태범(21), 이상화(21), 이승훈(22) 한체대 2007학번 3총사였다. 불모지 한국에 금메달이 돌아가면서 두 번, 세 번 놀란다.

한국은 초등학교부터 실업선수까지 등록 선수를 모두 합해도 200여명에 불과하다. 연습 시설과 환경이 좋을 리 없다. 2000년 개장한 태릉 국제실내스케이트장이 유일하다. 연습장의 실내온도도 빙질관리를 위해 1도를 유지하다 보니 발이 언 채로 연습하기가 일쑤다.

척박한 땅을 일군 밑바탕은 엘리트를 집중 육성하기 위한 과학적인 훈련방법, 고된훈련을 통한 땀방울이었다. 쇼트트랙 최강국의 노하우를 접목한 것도 원동력이 됐다. 체육과학연구원이 스피드스케이팅에 필수적인 근력을 강화하는 처방을 내놓은 것도 경기력을 향상시키는 데 주효했다. 남자선수들과 함께 훈련한 이상화는 170㎏에 달하는 바벨을 짊어지고 하체근력과 밸런스 감각을 키우며 금메달 꿈을 키워왔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