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훈, 이제 남은 건 ‘세계 신기록’

2010.02.25 02:17

심폐능력 ‘황영조 급’ … 근지구력도 타고나

이승훈(22·한체대)은 1만m 마지막 25바퀴째까지도 31초대 초반의 속도를 유지했다. 결승선을 통과한 뒤에도 지친 기색이 없었다. ‘아시아인은 장거리에서 안 된다’는 편견을 깨고 세계 최강에 오른 원동력은 뭘까. 이제 그의 잠재력은 세계신기록까지 뛰어넘을 것이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승훈, 이제 남은 건 ‘세계 신기록’

이승훈의 최대 무기는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리스트 황영조에 견줄 만한 심폐지구력에 있다. 한국체육대학교 체육과학연구소가 2009년 6월 체육특기자 601명을 상대로 실시한 기초체력 테스트에 따르면 이승훈은 육상 중·장거리 선수들보다 10% 이상 앞서는 심폐지구력을 자랑한다.

체육과학연구소 윤재량 교수는 “이 자료는 이승훈이 쇼트트랙 대표선발전에서 탈락한 후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 훈련을 시작하기 전에 측정한 수치”라며 “ ‘VO2max추정치’의 경우 훈련을 통해 15%까지 커질 수 있는데, 그렇다면 전성기 시절 황영조(80대 초반)에 육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거리에 필수인 근지구력도 뛰어나다. 이승훈은 Z-점프(50㎝ 높이의 막대를 좌우로 반복해서 뛰어넘기) 횟수에서 남자 442명 중 3위에 올랐다. 이승훈이 “5000m보다 1만m에 자신있다. 길수록 좋다”고 말한 이유였다.

또 하나 놀라운 건 이승훈의 잠재력이 어디까지인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이승훈의 1만m 대회 경험은 이번이 3번째였다. 첫 레이스인 지난해 12월 전국종합선수권대회에서 14분1초64로 대회신기록을 세웠고, 지난 1월 열린 아시아선수권(일본 오비히로)에서 13분21초04로 한국신기록을 기록했다.

첫 세계무대인 올림픽에서 이승훈은 12분58초55의 올림픽 신기록으로 금메달을 따는 큰 사고를 쳤다. 코스 이탈로 실격된 세계신기록(12분41초69) 보유자 스벤 크라머(네덜란드)에게도 뒤지지 않았다. ‘리치먼드 올림픽 오벌’이 나쁜 빙질과 낮은 고도로 인해 ‘슬로 오벌’이란 별명이 붙을 정도로 기록이 저조한 곳임을 감안하면 올림픽 신기록은 대단한 성과다.

윤의중 전 국가대표 감독은 “처음엔 ‘아시아 최고만 됐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성장세가 놀랍다”며 “빙질이 좋고 고도가 높은 솔트레이크시티(미국)나 캘거리(캐나다)에서 탄다면 세계기록도 도전할 만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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