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코스 두번 타버린 크라머 ‘왜 이래, 아마추어같이’

2010.02.24 18:09 입력 2010.02.25 00:03 수정

빙속 10000m서 다잡은 金 놓친 ‘통한의 실수’

코치가 잘못 지시… 이승훈보다 앞섰지만 실격

어이없는 실수로 운명이 엇갈렸다. 이승훈(22·한체대)은 은메달이 금메달로 바뀌는 행운을 잡았지만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 세계 최강자 스벤 크라머(24·네덜란드)는 다 잡은 금메달을 눈앞에서 놓쳤다.

인코스 두번 타버린 크라머 ‘왜 이래, 아마추어같이’

밴쿠버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5000m 챔피언, 1만m 세계기록 보유자 크라머는 인-아웃 코스를 혼동하는 실수를 저지른 탓에 최고 기록으로 결승선을 끊고도 실격당했다.

크라머는 24일 캐나다 리치먼드 올림픽 오벌에서 열린 스피드스케이팅 1만m에서 맨 마지막 조로 나섰다. 레이스를 3분의 2쯤 마칠 때 그의 기록이 가장 빨라 2관왕을 예감할 만했다. 그런데 어이없는 실수가 나왔다.

1만m는 400m 트랙을 25바퀴 돈다. 한 바퀴 돌 때마다 인코스와 아웃코스를 번갈아 타야한다. 그러나 크라머는 18바퀴째로 들어설 때 주춤했다. 아웃코스를 탈 차례가 맞는데 게라드 켐케스 코치는 인코스를 지시했기 때문이다. 직선주로를 타고온 크라머는 코너 입구에서 급하게 인코스로 들어섰고 순간 크라머 오른쪽 발은 코너 입구에 놓인 고깔을 지나쳐 인코스로 들어갔다.


<b>“안쪽이야”</b> 스벤 크라머가 게라드 켐케스 코치의 지시에 따라 레이스를 이어가고 있다. 리치먼드 | 로이터연합뉴스

“안쪽이야” 스벤 크라머가 게라드 켐케스 코치의 지시에 따라 레이스를 이어가고 있다. 리치먼드 | 로이터연합뉴스

<b>“1등이다”</b> 스벤 크라머가 가장 좋은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기뻐하고 있다. 리치먼드 | 로이터연합뉴스

“1등이다” 스벤 크라머가 가장 좋은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기뻐하고 있다. 리치먼드 | 로이터연합뉴스

<b>“당신 탓이야”</b> 스벤 크라머(왼쪽)가 24일 캐나다 리치먼드 올림픽 오벌에서 열린 스피드스케이팅 1만m 레이스를 마친 뒤 코스를 잘못 탔다는 게라드 켐케스 코치의 말을 듣고 고글을 내던지고 있다. 리치먼드 | AP연합뉴스

“당신 탓이야” 스벤 크라머(왼쪽)가 24일 캐나다 리치먼드 올림픽 오벌에서 열린 스피드스케이팅 1만m 레이스를 마친 뒤 코스를 잘못 탔다는 게라드 켐케스 코치의 말을 듣고 고글을 내던지고 있다. 리치먼드 | AP연합뉴스

<b>“이럴 수가”</b> 스벤 크라머가 실격이 선언된 뒤 다른 코치로부터 위로를 받고 있다. 리치먼드 | 로이터연합뉴스

“이럴 수가” 스벤 크라머가 실격이 선언된 뒤 다른 코치로부터 위로를 받고 있다. 리치먼드 | 로이터연합뉴스

크라머는 이승훈보다 4.05초 앞선 12분54초50에 결승선을 끊었지만 심판진은 실격을 선언했다. 금메달로 알았던 크라머는 자신을 잘못 인도한 코치에게 화를 버럭 내더니 고글을 집어던졌다.

국제빙상연맹(ISU) 규정상 코스를 잘못 타면 무조건 실격이다. 크라머가 실격당한 근거다. 코스를 제대로 탔다고 해도 코스 변경이 코스 입구에 놓인 고깔을 지나 이뤄지면 이 또한 실격 처리된다. 과거에는 인코스를 타야 할 선수가 잠시 아웃코스로 잘못 들어섰다가 뒤늦게 인코스로 넘어가면 실격으로 간주하지 않았다. 아웃코스가 인코스보다 거리가 길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자 ISU는 2008~2009시즌에 앞서 코스를 이탈하면 무조건 실격 처리하는 쪽으로 규정을 바꿨다.

크라머는 결과적으로 아웃코스를 한 번 덜 탔고 인코스를 한 번 더 탔다. 그의 기록이 좋게 나온 이유다. 그러나 만일 크라머가 실수 없이 레이스를 마쳤다면 결과는 어떻게 나왔을까. 김관규 한국대표팀 감독은 “인코스는 아웃코스보다 바퀴당 3초가량 빠르다”고 말했다. 인코스를 한 번 더 탄 크라머가 아웃코스를 제대로 탔다면 금메달을 놓고 이승훈과 박빙의 승부를 벌였을 것이다. 그러나 레이스는 끝났고 판정은 정당했다.

크라머는 화를 가라앉히지 못했다. 크라머는 “내 실수가 아니어서 너무 화가 난다”면서 “나는 제대로 선택을 하려 했는데 코치의 말을 듣고 결정을 바꿨다”고 말했다. 켐케스 코치는 “내가 너무 큰 실수를 저질렀다.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재앙이었다”며 자책했다. 크라머가 만일 금메달을 땄다면 네덜란드의 동·하계 올림픽 통산 100호 금메달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다.

크라머의 실수는 이번이 두 번째다. 크라머는 2006년 토리노 올림픽에서도 비슷한 실수를 저질렀다. 당시 크라머는 팀추월 준결승에서 레인을 밟은 뒤 넘어졌다. 이 실수 때문에 스피드스케이팅 최강국 네덜란드는 결승에 오르지 못했고 동메달에 머물렀다. 크라머는 결국 4년 사이에 비슷한 실수로 2개의 금메달을 놓친 꼴이 됐다. 기록으로 보면 그는 여전히 세계 최강이지만 실수도 잦으면 실력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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