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는 일상으로, 가해자는 감옥으로"…조주빈 첫 공판 앞두고 모인 여성들

2020.06.11 15:48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사이버 성폭력 대응센터, n번방에 분노한 사람들 등 시민사회 단체 회원들과 n번방 사건 피해자 공동변호인단이 11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법원 동문 앞에서 ‘우리의 연대가 너희의 공모를 이긴다-텔레그램 성착취 공동대책위원회 기자회견’을 하고있다. 이들은 기자회견 직후 참석자 모두를 하나의 빨간 줄로 이어 함께 연대하고 있다는 의미의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사이버 성폭력 대응센터, n번방에 분노한 사람들 등 시민사회 단체 회원들과 n번방 사건 피해자 공동변호인단이 11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법원 동문 앞에서 ‘우리의 연대가 너희의 공모를 이긴다-텔레그램 성착취 공동대책위원회 기자회견’을 하고있다. 이들은 기자회견 직후 참석자 모두를 하나의 빨간 줄로 이어 함께 연대하고 있다는 의미의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의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과 공범에 대한 첫번째 공판을 앞두고 여성단체들이 제대로 된 처벌을 촉구했다.

텔레그램 성착취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을 계기로 온라인 성착취 문제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응답은 분명히 달라져야 한다”며 “피해자는 일상을 회복하고, 가해자는 처벌을 받고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공대위는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의 해결이 멀었다고 주장했다. 피해자 공동변호인단 소속 오선희 변호사는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에 제대로 된 판결이 되지 않는다면, 피해자의 고통이 가중되고 유사한 사건이 확산될 것이 분명하다”며 “조주빈과 공범은 공소사실을 대부분 인정한다고 하면서도, 폭행 협박을 저지르지 않았다거나 피해자가 자의로 사진을 전송했다는 등 피해자에게 비난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수희 한국여성단체연합 활동가는 “여성에 대한 성착취 문제 해결은 이제 시작”이라고 말했다. 그는 “20대 국회 임기 만료 직전, 늦었지만 가해자 처벌과 피해자 구제를 위한 최소한의 기본적 조치들이 마련됐지만, 아직도 법으로 처벌할 수 없는 다양한 유형의 온라인 성착취 행위들이 존재한다”며 “성착취 피해자 보호 및 지원을 위한 체계, 새로운 양형기준과 처벌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 등도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4월과 5월 국회 본회의에선 이른바 ‘n번방 방지법’이 통과됐다. 디지털 성범죄와 관련해 형법, 아청법, 성폭력처벌법 등 6개 법이 개정됐다. 개정된 법안에선 불법 피해촬영물을 구입하거나 소지, 저장, 시청하는 행위를 처벌할 수 있게 됐다. 온라인 성착취 범죄를 가능케 하는 불법촬영물 유포 협박과 강요 행위 역시 처벌 대상이 되고, 미성년자 의제강간 연령 상향 등도 이뤄졌다.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사이버 성폭력 대응센터, n번방에 분노한 사람들 등 시민사회 단체 회원들과 n번방 사건 피해자 공동변호인단이 11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법원 동문 앞에서 ‘우리의 연대가 너희의 공모를 이긴다-텔레그램 성착취 공동대책위원회 기자회견’을 하고있다. 이들은 기자회견 직후 참석자 모두를 하나의 빨간 줄로 이어 함께 연대하고 있다는 의미의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사이버 성폭력 대응센터, n번방에 분노한 사람들 등 시민사회 단체 회원들과 n번방 사건 피해자 공동변호인단이 11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법원 동문 앞에서 ‘우리의 연대가 너희의 공모를 이긴다-텔레그램 성착취 공동대책위원회 기자회견’을 하고있다. 이들은 기자회견 직후 참석자 모두를 하나의 빨간 줄로 이어 함께 연대하고 있다는 의미의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공대위는 또 온라인 성착취 피해자가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지지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오 변호사는 “피고인들은 연일 반성문을 제출하고 있지만, 자신의 범행을 포장하려는 행동일 뿐, 피해자들의 피해는 전혀 회복되지 않고 있다”며 “피해회복을 위한 가장 빠른 길은 성착취 영상의 완전하고 영구적인 삭제이나, 피고인들은 이런 노력을 전혀 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사회가 요구하는 ‘피해자다움’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안경옥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공동대표는 “피해자들은 신상공개에 대한 두려움, ‘피해다자움’을 강요하는 시선 때문에 쉽게 피해를 드러내지 못했다”며 “가해자가 재판을 받는다고 끝나지 않는다. 피해를 드러내지도, 도움을 요청하지도 못하고 고통받고 있는 피해자를 치유하고, 그들이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일이 남았다”고 말했다.

‘n번방에 분노한 사람들’ 활동가 리아는 “가해자의 가해 사실 등에 이목이 쏠리는 동안 피해자의 회복에 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일탈계를 했든, 성매매를 했든, 착취와 폭력을 당해도 좋은 사람은 없다”고 피해자에 대한 연대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자발과 비자발, 구조의 피해자와 노동의 주체를 명확하게 구분할 수 없는 세상 속에서 사람들은 마치 구분이 가능한 것처럼 말한다”며 “‘가해자가 제일 나쁘지만, 피해자도 조금 잘못을 하긴 했다’는 시선을 완전히 차단하고 싶다. 정말로 당신(피해자) 잘못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재판장 이현우)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제작·배포) 등 혐의로 기소된 조주빈에 대한 1차 공판을 진행했다. 조씨의 공범 혐의를 받는 전 사회복무요원 강모씨(24), ‘태평양’ 이모군(16)도 함께 재판을 받았다. 앞선 공판준비기일에서 조씨 측은 “영상 제작 및 배포 등 대부분 범죄 사실을 인정한다”면서도 청소년성보호법상 강제추행, 강간미수 등 몇가지 범죄사실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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