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국보법 개정’ 내홍

2000.12.11 19:21

국가보안법이 여야의 뜨거운 감자로 등장했다. 법 개·폐에 대한 당론을 정하지 못하고 논의만 무성하게 터져나오는 양상이다.

법개정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여온 민주당 내에서는 국가보안법 문제로 최고위원회가 양분된 상황이다. 11일 한국참전단체총연합회 회원 30여명이 민주당사를 찾아 반대 성명서를 전달한 가운데 재향군인회장 출신인 장태완(張泰玩) 최고위원이 법개정을 반대하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그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보안법을 항구적으로 개정하지 말자는 게 아니라 북한의 동향이나 국민여론을 감안할 때 현 시점은 개정할 때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인제(李仁濟) 최고위원도 “아직 국민적 공감대를 얻지 못한 상황”이라며 좀더 신중히 처리해줄 것을 당부했다.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정대철(鄭大哲) 최고위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7인소위를 구성해 개·폐 여부를 논의했으나 역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장태완 최고위원은 소위에서 “북한은 ‘적화통일’을 규정한 헌법과 노동당 규약 등을 개정하지 않았고 대규모 군사훈련과 서해의 북방한계선(NLL) 침범 등 군사적 면에서도 변화가 없다”며 “우리의 일방적인 법개정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이인제(李仁濟) 최고위원은 “법 2조의 ‘정부 참칭’ 표현을 삭제해 북한을 반국가단체에서 제외했을 때 국민적 정서를 해소할 방안이 마련되지 않았다”며 이의를 제기했고, 박상천(朴相千) 최고위원도 “7조의 찬양·고무죄 삭제 여부는 좀더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소위에 참석한 법무부측도 개정에 난색을 표했다.

이에 민주당은 12일 법무부, 국방부 관계자를 참석시킨 가운데 7인 소위를 다시 열기로 했다.

한나라당측은 ‘개정 반대’라는 내부 방침을 정했지만 소장파 의원들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는 지난 7일 원광대 특강에서 ‘현재로서’라는 전제를 내세웠지만 “불고지죄와 찬양·고무죄를 바꾸지 않는다는 게 당론”이라고 밝혔다. 이에 김원웅(金元雄)·안영근(安泳根) 의원을 중심으로 한 소장파 의원들은 “남북간 교류·협력시대를 맞아 반인권적 요소가 다분한 국가보안법을 전향적으로 고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이들이 민주당 의원들과의 연계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향후 당내갈등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우규기자 banc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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