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친윤 김기현’ 체제 닻올린 여당, ‘여의도출장소’ 되지 말아야

2023.03.08 20:18 입력 2023.03.08 20:19 수정

국민의힘 당대표, 최고위원, 청년최고위원 후보자들이 8일 경기 고양 킨텍스 전당대회장에서 인사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국민의힘 당대표, 최고위원, 청년최고위원 후보자들이 8일 경기 고양 킨텍스 전당대회장에서 인사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국민의힘 새 대표로 8일 김기현 의원이 선출됐다. 김 대표는 당원 46만1313명(55.1%)이 참여해 역대 최고 투표율을 기록한 전당대회에서 과반인 52.93%를 득표해 결선투표 없이 당대표가 됐다. 판사 출신의 4선 중진으로 울산시장·원내대표를 지낸 친윤 후보가 보수여당의 방향타를 잡은 것이다. 여당은 지난해 7월 이준석 전 대표가 성비위 연루 의혹으로 징계·축출된 뒤 법원 송사까지 휘말린 비상대책위 체제를 8개월 만에 끝내게 됐다. ‘윤심’을 업고 집권당의 내년 4월 총선을 이끌 김기현호가 닻을 올렸다.

김 대표의 과반 득표는 윤석열 대통령과 윤핵관의 지원에 힘입었다. 결선투표를 노린 안철수·천하람·황교안 후보가 협공했지만, 당원들은 “원만한 당정관계”를 공언한 친윤 대표를 압도적 표차로 선출했다. 최고위원도 친윤계 김재원·김병민·조수진·태영호 후보가 당선됐고, 청년최고위원도 윤 대통령 청년특보를 지낸 장예찬 후보가 뽑혔다. 대선 1년 만에 당 지도부를 친윤계로 채워 ‘윤석열당’을 완성했다.

김 대표 앞에 놓인 과제는 녹록지 않다. 당심 100%로 룰을 바꾼 전대에서는 ‘민심 1위’ 유승민 전 의원과 저출산고령화위 부위원장직에서 해임된 나경원 전 의원이 출마 뜻을 접었다. 윤 대통령은 안 후보도 “국정운영의 적”으로 몰아세웠다. ‘용산 개입’ 시비로 들끓은 전대는 김 후보가 울산 땅투기 의혹을 제기한 안·황 후보를 수사의뢰하고, 안 후보는 대통령실 행정관의 ‘김기현 홍보물’ 전파 요청을 문제 삼아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을 고발하며 막을 내렸다. 미래 비전과 민생, 정당민주주의가 사라진 최악의 전대로 기록될 판이다. 대통령과의 거리만 따지고, 울산 땅과 행정관 단톡방 시비만 뇌리에 남긴 전대의 후유증은 작지 않다. 김 대표는 상처 입은 보수여당을 다시 일으켜세워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김 대표는 당선 후 “하나로 똘똘 뭉쳐 총선에서 압승하자”고 외쳤다. 윤 대통령은 전대에 직접 참석해 “우리는 더 강력하게 행동하고 더 신속하게 실천해야 한다”는 축사를 남겼다. 김 대표가 강조한 당정 호흡도 중요하지만, 대통령실의 ‘여의도출장소’가 되거나 총선 공천리스트를 하명받는 집권당으로 전락해선 안 된다. 경제와 외교안보까지 국내외 난제가 산적해 있다. 김 대표는 민심을 정확히 전달하고, 민생 정책을 개발하며, 야당과의 협치도 복원하는 여당을 만들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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