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중년의 ‘유머 강박’…소외되지 않으려 ‘아재 개그’

2016.06.16 22:21 입력 2016.06.16 22:28 수정

고독한 중년의 ‘유머 강박’…소외되지 않으려 ‘아재 개그’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의 ‘무한상사’ 코너. 유재석 부장이 던지는 철 지난 유행어에도 부하직원들은 박장대소를 한다. 이쯤 되면 애환이 서린 생계형 리액션이다. 이 코너에서 유일하게 끈끈한 동료애가 느껴지는 순간이다. 직장인들 사이에서 통용되던 ‘부장 개그’는 ‘아재 개그’라는 순화된 이름으로 왕성한 생명력을 얻었다. SBS 개그프로 <웃음을 찾는 사람들(웃찾사)>은 6월 초부터 ‘부장 아재’ 코너를 선보였다. 자칭 ‘개그감’ 충만한 부장 밑에는 정직원을 꿈꾸며 괴로움을 견디는 부하 직원이 있다.

지난해 여름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출연한 오세득 셰프도 말장난 유머로 주목을 끌며 ‘아재 개그’ 장르를 확보했다. 전을 부치며 “전 가지고 고민하는 걸 전전긍긍”하는 식이다. 이런 걸 말장난형 아재 개그라 한다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온라인 댓글 등에서 자주 쓰는 말투는 ‘아재체’다.

<마흔의 심리학>을 쓴 김진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아재 개그의 등장은 좋은 의미에서는 세대 간의 소통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그럼 왜 아재 개그를 할까. 그는 “아재 개그는 중년이 느끼는 소외에 대한 강박에서 비롯된다”고 해석했다. “아재 개그를 던졌을 때 사람들이 실소든, 폭소든 웃음을 터뜨리니 당사자 입장에서는 무언가 이해받는 느낌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맥락 없이 반복하는 것은 금물. 정서적인 차원에 기대 호감을 얻은 ‘아재’ 트렌드인 만큼 그 충족감은 일시적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김 박사는 “젠틀맨의 유머는 다분히 의도적이어야 하며, 그 의도는 반드시 선한 것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예민한 이슈에 대해서도 돌려서 말할 수 있는 배려의 유머가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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