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MB 친인척 정조준

2011.12.10 03:05

이상득 의원 보좌관 영장… 사촌처남 4억 수수도 포착

검찰이 이명박 대통령의 친·인척을 정조준하기 시작했다. SLS그룹 이국철 회장(49·구속)에 이어 제일저축은행 유동천 회장(71·구속)의 ‘입’이 열린 것이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의 형인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76)의 박모 보좌관(46)은 이국철 회장에게서 5억~6억원, 유동천 회장으로부터 1억5000만원을 각각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이 대통령의 사촌처남인 김재홍 세방학원 이사(72)도 유 회장으로부터 4억원가량을 받은 정황이 포착됐다.

유 회장은 제일저축은행 고객 1만1663명의 명의를 도용해 1247억원을 불법대출받은 혐의로 지난 9월 구속됐다. 유 회장은 은행이 영업정지되고 검찰에 체포되기 전까지 사활을 건 로비를 벌였다. 수사 편의를 봐달라며 검사 및 수사관들과 수십 차례 통화하고, 금융감독원과 국세청에도 로비를 한 정황이 있다.

유 회장은 이 과정에서 현 정권 ‘최고 실세’인 이상득 의원 측에도 로비를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박 보좌관을 체포하면서 범죄와 연결된 것으로 의심되는 은행 계좌의 거래정보도 입수해 분석하고 있어 수수 금액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박 보좌관은 SLS그룹을 위한 로비자금 명목으로 대영로직스 대표 문모씨(42·구속)로부터 2009년 말부터 올 상반기까지 수차례에 걸쳐 달러를 포함해 현금으로 5억~6억원을 수수한 혐의도 받고 있다.

박 보좌관은 이상득 의원을 15년간 보좌해온 심복이다. 유동천 회장이나 이국철 회장이 ‘누구’를 타깃으로 돈을 건넸을 것인지는 짐작할 수 있다. 박 보좌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검찰은 그의 신병을 확보한 뒤 자금의 사용처를 집중적으로 추궁할 방침이다. 검찰은 계좌추적 과정에서 박 보좌관의 자금이 이상득 의원실 다른 직원 2명의 계좌를 거쳐간 사실을 발견하고 이들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해당 직원들은 “박 보좌관의 부탁을 받고 500만~1000만원가량을 몇 차례 송금해줬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유 회장이 “세방학원 김재홍 이사에게 로비자금으로 4억원을 줬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검찰은 계좌추적 등을 통해 이를 뒷받침할 물증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김 이사가 이 돈을 개인적으로 사용했는지, 청탁을 위해 금융기관 간부에게 전달했는지 등을 살피고 있다. 검찰은 조만간 김 이사를 소환해 혐의 사실이 확인되면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대통령 친·인척 외에 정권 실세들도 검찰 소환을 앞두고 있다. 검찰은 2009년 5월 일본에서 SLS그룹으로부터 수백만원어치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을 사온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51)을 다음주 초 불러 조사한다. 박 전 차관 역시 이상득 의원 보좌관 출신으로 현 정권에서 ‘왕차관’으로 불려왔다.

이국철 회장의 접대 주장에 박 전 차관은 이 회장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고, 당시 술자리에서 지인이 계산한 영수증을 공개했다. 그러나 SLS그룹 일본법인장이었던 권모씨는 최근 검찰에서 “(박 전 차관이 영수증을 공개한 술자리 이후) 술자리가 또 있었고, 그 술값과 자동차 렌트비를 포함해 400만원 정도를 계산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박 전 차관의 말이 거짓으로 확인되면 무고 혐의로 기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SLS그룹 로비 의혹과 제일저축은행 사건 수사가 모두 이 대통령의 친·인척과 측근 실세를 겨누는 모양새로 진행되고 있다. 현 정권이 검찰 통제력을 상실한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온다. 검찰로서는 ‘벤츠 검사’로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빼든 칼을 쉽게 거두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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