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방호복을 입은 채 할머니와 화투 놀이를 하는 모습으로 감동을 준 사진 속 의료진은 삼육서울병원 간호사 이수련씨(29)로 밝혀졌다.

대한간호협회는 해당 사진이 올해 협회가 공모한 ‘제2차 간호사 현장 수기·사진전’ 출품작이라고 3일 밝혔다. 지난해 8월1일 서울 동대문구에 있는 코로나19 전담병원인 삼육서울병원 음압병상에 코로나19에 확진된 박모 할머니(93)가 입원했다. 중등도 치매 환자로 요양원에서 지내던 할머니는 확진 후 고열을 앓아 기운이 뚝 떨어진 상태였다.

코로나19 병동 간호사들은 할머니가 병상 침대를 꺼리자 병실 바닥에 매트리스를 깔았다. 고령인 할머니에게 격리병실 생활은 적적하기만 했다. 재활치료 간호 경험이 있는 간호사 양소연씨(33)가 치매환자용 그림 치료를 제안했다. 화투를 이용해 꽃그림을 맞추고 색연필로 색칠하는 것이었다.

양씨는 “치매에 보호자도 없이 홀로 병실에 계시는 게 너무 위험해 보여 입원 이튿날부터 놀이시간을 만들었다”고 전했다. 사진 속 주인공인 7년차 간호사 이수련씨는 “격리병상에서 환자가 말을 나눌 사람은 간호사 밖에 없다”며 “계속 졸기만 하는 할머니를 깨우고 달래 기운을 차리게 하는 방법이 없을지 궁리한 결과였다”고 했다.

간호사 10여명이 번갈아 할머니를 깨워가며 그림 치료를 멈추지 않았다. 식사 챙기기부터 기저귀 갈아주기까지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간호사들은 가족들과 영상통화를 주선하기도 했다. 가족들은 “곧 퇴원하니 기운 차리고 건강하세요. 사랑합니다”라며 할머니를 위로했다. 결국 할머니는 보름간 병원에 머물면서 증상이 완화돼 ‘음성’ 판정을 받고 퇴원했다.

이씨는 “코로나19 환자를 돌보면서 저도 감염될까 두렵지만, 제가 할 수 있는 건 환자들이 안심할 수 있게 배려하고 잘 치료받고 퇴원하시도록 돌봐주는 것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