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전없는 국민연금 ‘탈석탄’에 “그린 워싱 안돼”···‘가습기 살균제’ 옥시 투자 논란

2022.10.11 16:35 입력 2022.10.11 17:24 수정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왼쪽)이 1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직원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왼쪽)이 1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직원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11일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여야 의원 대부분이 국민연금공단이 ‘탈석탄’ 등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고려한 투자 정책을 제대로 집행하고 있지 않은 점을 질타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에 책임이 있는 옥시의 영국 본사 레킷벤키저(Reckitt Benckiser)에 대한 투자액이 10년 동안 20배 가까이 늘어난 점도 논란이 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국민연금공단이 2021년 5월 기후변화 대응 차원에서 석탄 채굴·발전 산업에 대한 투자 제한 전략을 도입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이행 방안이 나오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았다.

최영희 국민의힘 의원은 “탈석탄 선언을 한 지 1년6개월이 됐지만 사실상 선언만 있고 아직 정책 수립은 답보 상태”라며 “글로벌 연기금이 탄소 중립을 향해 속도를 내는 것과 비교해 국민연금만 너무 소극적인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민연금공단은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으로 전락하지 않아야 한다”며 “세계 3대 연기금의 위상과 역할을 고려하면 지금 탈석탄 정책은 너무나 미진한데, 앞으로 기후 리스크(위기)는 점차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탈석탄 산업 투자 선언 등) 이렇게 안 하면 소위 ‘ESG 라운드’에서 살아남을 수 없으니 우리 국민연금도 세계적 추세에 맞춰 투자하겠다고 선언한 것 아니냐”며 “(국민연금공단이) 저희 의원실에 ‘석탄 채굴·발전 산업에 대한 구체적인 정의나 별도 분류 기준이 없다’고 답변했다. 기준이 있어야 투자 방향이 정확하게 설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탈석탄 투자 기준에 관한) 연구용역이 끝나고 여러 이해관계자 의견을 듣는 중”이라며 “올해 말 기금운용위원회가 단계적 제한 방안에 대해 논의할 거라고 알고 있다”고 밝혔다. 김 이사장이 언급한 탈석탄 투자 관련 연구용역 보고서에는 기업 전체 매출에서 석탄 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이 30% 또는 50% 이상일 때 투자 대상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기준이 담겼다.

반면 서정숙 국민의힘 의원은 “문재인 정부는 탈석탄 산업 투자 강요 같은 포퓰리즘적인 기금운용을 계속했다”며 탈석탄 투자 기조를 비판했다.

강선우 민주당 의원은 옥시 본사 투자 문제를 제기했다. 강 의원은 “2011년 레킷벤키저 투자액이 186억원인데 2022년 3월 투자액이 3291억원으로 17배 늘었다”며 “국민 건강을 해친 가해 기업에 투자하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태현 이사장은 ‘국민 목숨을 앗아간 기업에 대해서는 투자 자체를 제한해야 하지 않느냐’는 물음에 “딱 (잘라서) 말씀을 드리기가 곤란하다”면서도 “일반적으로는 그게 맞다”고 답했다. 이스란 보건복지부 연금정책국장은 “(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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