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비 등 최저임금 심의자료가 액수 결정 뒤 공개된다고요?

2024.06.14 16:11 입력 2024.06.14 17:04 수정

지난 13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4차 전원회의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3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4차 전원회의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가 최저임금 수준 심의를 마친 뒤에야 노동자 생계비, 유사 노동자 임금 등의 자료를 공개하는 것을 두고 최저임금 노동자들 사이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최저임금 수준 심의 과정에서 사회적 여론을 수렴하려면 사후공개 관행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최임위는 14일 박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보낸 답변서에서 “‘비혼 단신근로자 실태생계비 분석 보고서’ ‘최저임금 적용효과에 관한 실태조사 분석 보고서’ ‘임금실태 등 분석 보고서’ 등 세 가지는 노·사·공익위원이 합의를 통해 최저임금 심의 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만든 자료”라며 “보고서 작성 취지에 맞게 최저임금 심의에 활용하고 추후 심의 자료를 위원회 홈페이지에 공개해 심의 과정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임위 심의 독립성을 위해 내년도 적용 최저임금 결정 이후 심의 자료를 공개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최임위가 독립성을 유지해야 할 대상은 정부·대통령실이지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나 최저임금을 주는 사용자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저임금법은 노동자 생계비, 유사 노동자 임금, 노동생산성, 소득분배율 등 네 가지 요소를 고려해 최저임금을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비혼 단신근로자 실태생계비 분석 보고서’ ‘최저임금 적용효과에 관한 실태조사 분석 보고서’ ‘임금실태 등 분석 보고서’에는 이 네 가지 요소와 관련된 정보들이 담겨 있다.

최저임금 노동자들은 최임위가 국가안보 관련 사항도 아닌 내용을 뒤늦게 공개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미군부대 식당에서 캐셔로 일하고 있는 이수영씨(57)는 기자와 통화하면서 “최저임금 결정에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내용인데 왜 사후적으로 공개하나”라며 “최임위에서만 본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정보 공개 뒤 나오는 여러 의견을 수렴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한국지엠 하청노동자인 김태훈씨(33)는 “최저임금액 결정 전 공개하지 않는다는 건 사람들의 관심을 차단하겠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정보를 미리 제공해야 사회적으로 관심이 형성되고 어떤 수준이 적절한지에 대한 의견도 나오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률에 직접적 영향을 받는 연세대 청소노동자 문모씨(64)는 “노동자들도 최저임금 결정 과정을 알 권리가 있는데 왜 심의 중에는 비공개로 한다는 건지 의아스럽다. 우리에게 최저임금은 생존임금”이라며 “적극적으로 알려도 모자랄 판에 비공개한다는 게 황당하다”고 말했다.

최근 최임위 회의록·최저임금 결정 근거 등을 공개하도록 하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박해철 의원은 “국민의 알 권리를 최대한 보장하는 방향으로 최저임금 심의 관행과 법·제도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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