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한강~남산 잇는 걷기 명소…바로 옆 뜨고 내리는 군 헬기엔 아찔

2017.11.06 22:22 입력 2017.11.10 16:53 수정

미리 가본 2030년 용산공원

[창간 기획-용산의 미래](6)한강~남산 잇는 걷기 명소…바로 옆 뜨고 내리는 군 헬기엔 아찔 이미지 크게 보기

2030년 11월의 어느 날. ‘걷기 마니아’인 김용산씨(43)는 주말이면 새로운 산책 코스 탐방에 나선다. 서울 이촌동의 한강공원에서 출발해 용산공원과 해방촌을 지나 남산까지 이어지는 길을 걷다 보면 몸과 정신이 맑아지는 기분이다.

김씨가 즐겨 찾는 이 산책로는 2019년 용산미군기지 반환이 완료되면서 ‘웰빙 코스’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용산공원 조성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가 기지 반환이 끝난 직후 부지를 시민에게 임시 개방하면서다. 서울 도심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던 기지가 사라지자 남북을 오가는 길도 숨통이 트였다. 남산과 한강을 연결하는 생태축을 따라 자연을 즐길 수 있는 이 길은 김씨가 가장 좋아하는 코스다. 가끔은 초등학생인 아이를 데리고 와 ‘역사 교육’을 시키기도 한다. 일제강점기 군인감옥이었던 위수감옥, 조선시대 임금이 직접 제사를 지냈던 남단터도 보존돼 있다.

그러나 여전히 공원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는 미군 잔류시설이나 미국대사관 등은 김씨처럼 공원을 찾는 이들을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 김씨는 최근 열린 공원 조성 관련 토론회에서 “대사관이나 군사시설 때문에 공원 복판에 높은 담벼락이나 철조망이 있는 걸 보면 공원이 공원답지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이 뛰어노는 바로 옆에서 군용 헬기가 오르내리는 것을 보면 아찔한 생각이 들 때도 있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용산공원 조성에 대해 공론화가 시작된 2017년에는 이미 미대사관과 한미연합사령부, 미군 헬기장과 방호부대 등의 잔류가 결정된 상태였다. 한국 정부는 미군과의 협상에서 잔류시설을 최소화하려 노력했지만 지난 정부에서 이미 내준 부지를 다시 찾아오기는 어려웠다.

한편 기지 내부의 유류오염 정화와 문화재 조사 작업은 막바지 단계다. 김씨가 참석했던 토론회처럼 공무원과 전문가, 시민이 참여하는 대화의 장도 자주 마련되고 있다.

정부의 현재 계획대로 용산기지 반환이 완료되고 공원 조성이 시작될 경우 2030년쯤 용산공원은 이미 명소가 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 공원을 찾는 시민들은 김씨처럼 공원을 찾아 휴식하고 여가를 즐길 수 있다. 하지만 미군 잔류시설이 공원 중심부를 차지한 모습에서 답답함을 느끼는 경우도 많을 수밖에 없다. 반쪽짜리, 누더기라는 오명 역시 지금이나 2030년 이후에나 계속해서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다. 용산공원이 갈 수 있는 가장 가능성이 높은 미래인 동시에 그다지 바람직하지 못한 미래의 모습인 셈이다.

앞으로 용산공원이 조성되기까지의 과정은 부산시민공원의 사례를 보면 짐작할 수 있다. 제대로 오염 정화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았음에도 부산 캠프 하야리아를 반환받아 만든 부산시민공원은 기지 폐쇄부터 공원 조성까지 꼬박 10년이 걸렸다. 전문가들은 부산 사례로 볼 때 용산공원의 경우 2030년대에도 조성이 완료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용산공원 부지 규모는 부산시민공원의 5배에 달한다. 환경조사와 오염 정화 작업, 문화재 조사 작업 등에 걸릴 시간조차 예측할 수 없다. 국토부도 정부 부처로서는 이례적으로 ‘시간표’ 없는 사업을 추진하기로 한 상태다. 착공 및 준공 시점을 특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난해 겪은 ‘부처 나눠먹기’ 논란 이후 이 프로젝트의 성격을 다시 한번 규정하게 됐다”며 “용산공원은 전문가와 시민 등 관심 있는 모든 분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며 조성한다는 것이 우리의 첫 번째 원칙”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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