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토양 오염 심각한 곳에 공원, 정화작업이 최우선

2017.11.06 22:21 입력 2017.11.07 15:40 수정

공원 되기까지 남은 과제

박원순 서울시장, 손병석 국토부 차관, 안병옥 환경부 차관, 조명래 단국대 교수(왼쪽부터)

박원순 서울시장, 손병석 국토부 차관, 안병옥 환경부 차관, 조명래 단국대 교수(왼쪽부터)

용산미군기지에 주둔했던 미군 대다수가 평택으로 이전을 시작했지만 용산미군기지가 온전히 시민들 품으로 돌아오기까지는 긴 시간과 지난한 절차들이 남아 있다. 유류오염 조사 및 정화, 미군 잔류시설, 공원 조성 주체, 근대 문화재 등 산적한 과제들의 해법을 정부, 지자체, 전문가, 시민단체 등 용산미군기지 문제에 긴밀하게 관계해온 이들로부터 들어봤다.

■ 유류오염 정화비용은 누가

유류오염은 공원화 과정에서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현안이지만 한·미 양국의 외교관계와 비용 부담 문제가 얽혀 있어 가장 풀기 어려운 과제로 꼽힌다. 지자체와 전문가, 시민단체들은 오염자가 정화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기지 내부를 오염시킨 미군이 정화비용 모두를 부담해야 하며, 보다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수연 녹색연합 활동가는 “미군기지 부지 내 토양과 지하수가 얼마만큼 오염됐는지 국내법이 지정한 물질보다 더 많은 종류를 조사해야 한다”며 “토양이 심각하게 오염됐던 곳에 공원을 조성할 것이기 때문에 더 자세히 조사하고 정보도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미군과의 협상을 맡고 있는 환경부는 비용 문제로 인해 자칫 미국과의 협의에 장시간이 소요될 경우 부지 내 오염을 더욱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안병옥 환경부 차관은 “누가 비용을 분담할지에 대한 논의가 길어지면서 내부 오염을 방치하는 것은 오히려 국익에나 환경적인 중요성의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며 “신속한 정화가 필요한 곳은 먼저 정화를 하면서 비용 관련 협상을 병행하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부지 내부에 대한 전체 조사가 빨리 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미군 측을 잘 설득하는 작업이 전제조건이 된다”고 말했다.

■ 미군 잔류시설 어떻게 하나

용산미군기지 내 잔류시설 처리 방안은 유류오염 문제 못지않게 의견이 갈리는 부분이다. 전문가, 시민단체는 대체로 모든 부지를 온전히 회복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미국대사관, 미군 헬기장 및 방호부대, 드래곤힐호텔, 한미연합사 등 현재 잔류하기로 돼 있는 시설 모두를 부지 밖으로 이전시키는 것을 전제로 공원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도시계획·역사·건축 전문가들은 미군 잔류시설 외에 이미 반환된 부지에 설치돼 있는 시설 가운데 국방부도 이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는 “한미연합사 부지뿐 아니라 국가권력에 의해 점유된 땅도 다 복원해야 한다”며 “미군 잔류시설을 없애라고 하면서 우리 정부가 점유해온 땅을 그대로 둔다는 건 모순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원칙을 정해놓고 부지 경계선까지도 제대로 복원하는 것이 용산공원 조성의 올바른 정신이고 방법”이라며 “결국 국방부도 이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이들 시설이 다 나갈 때까지는 공원 조성을 하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안창모 경기대 교수는 “국방부가 정부세종청사 등으로 이전한다면 한미연합사령부도 따라갈 것이고 드래곤힐호텔도 용산에 있을 이유가 없다”며 “국방부가 이전하면 나머지 잔류시설들은 종속변수처럼 해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승효상 건축가는 “국방부가 남는다면 용산공원은 온전한 공원이 될 수 없다”며 “국방부가 서쪽 부분을 점유하고 있어 공원 접근성을 떨어뜨리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미국대사관처럼 외교적으로 잔류가 확정된 시설까지 뒤집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공원 중심부에 위치하게 될 헬기장이나 방호부대, 호텔 등은 빠른 시간 내에 평택으로 이전하고 잔류 시설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손병석 국토교통부 차관은 “온전한 복원도 중요하지만 현실 여건을 고려해야 한다”며 “미국대사관처럼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들을 포함해 잔류시설들에 대한 문제는 주무부처 입장에서 백지화하자고 말한다면 오히려 무책임한 처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로서 정부 입장은 한·미 합의를 존중하면서 세부 내용에 대해 협의해 실리를 찾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공원 조성 주체는 누가

정부, 지자체, 전문가, 시민단체 모두 공원 조성의 주체를 국토부나 서울시 등 정부의 단일 부처 및 지자체 등에 국한하는 것보다는 범정부적인 위치로 격상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며 시민 참여를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손병석 차관은 “공원 조성 주체를 최소 총리실 이상으로 격상시키면 더욱 효율적으로 사업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현재는 부처별로 맡은 업무를 진행하는 단계기 때문에 적절한 시기를 살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장현 용산구청장은 “현재처럼 부처별로 사업을 추진해서는 제대로 공원을 만들기 어렵다”며 “총리실 산하에 직속 기관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서울의 최상위 법정도시계획을 100명의 시민계획단이 주도해 만든 것처럼 용산공원 조성도 시민들에게 맡긴다면 최고의 공원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근대 문화재에 대해서는 미군과의 사전 협의와 철저한 조사가 선결과제라는 의견이 다수이다. 안 교수는 “미군과 문화재 문제를 공동으로 논의하는 구조를 만들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미군은 부대 내 시설, 기념물, 건축물을 담당하는 부서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상 문화재에 대한 현황 조사는 물론 건축물 내부에 대해서도 체계적으로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창간 기획-용산의 미래](6)토양 오염 심각한 곳에 공원, 정화작업이 최우선 이미지 크게 보기


■세대를 넘겨 진행하는 ‘대한민국 사상 첫 국책사업’ 돼야

경향신문의 용산공원 관련 설문에 답한 지자체장, 정부 고위 관계자, 전문가, 시민단체 활동가 등은 용산미군기지 반환 및 공원 조성사업이 단기적인 목표를 잡기보다는 세대를 넘겨서 진행하는 ‘대한민국 사상 첫 국책사업’이 되어야 한다는 대전제에 모두 동의했다. 유류오염 조사와 정화작업, 문화재 조사 및 발굴 역시 기간을 한정하지 않고 정밀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것에도 반대하는 이가 없었다.

의견이 갈리는 부분은 유류오염 정화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지와 미군 잔류시설을 어느 정도까지 수용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이었다. 응답자 중 2명은 유류오염 정화비용을 미군이 부담해야 한다는 문항에 원칙적으로는 동의하면서도 외교관계 등 현실적인 조건을 들어 ‘세모’ 표시를 했다. 또 공원 내에 잔류할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 대사관, 헬기장과 방호부대, 드래곤힐호텔, 한미연합사령부 등에 대해 응답자들은 잔류시설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원칙에 대해서는 모두 동의했다. 하지만, 한·미 양국이 잔류시키기로 확정한 시설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공원 부지 밖으로 빼기 어렵다는 의견도 다수 제기됐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