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1면 사진들

사진 좀 아는 사람이 이 조직에 있구나

2024.03.30 07:00

※신문 1면이 그날 신문사의 얼굴이라면, 1면에 게재된 사진은 가장 먼저 바라보게 되는 눈동자가 아닐까요. 1면 사진은 경향신문 기자들과 국내외 통신사 기자들이 취재한 하루 치 사진 대략 3000~4000장 중에 선택된 ‘단 한 장’의 사진입니다. 지난 한 주(월~금)의 1면 사진을 모았습니다.

■3월 25일 자

<청년을 위해 청년이...“투표로 함께해주세요”> 2030 유권자 네트워크 소속 청년들이 24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에서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전세사기, 이태원 참사, 해병대 채모 상병 사망, 서초구 초등교사 사망 등 청년들의 문제를 알리고 총선 투표를 독려하는 대자보를 들어 보이고 있다. 한수빈 기자

<청년을 위해 청년이...“투표로 함께해주세요”> 2030 유권자 네트워크 소속 청년들이 24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에서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전세사기, 이태원 참사, 해병대 채모 상병 사망, 서초구 초등교사 사망 등 청년들의 문제를 알리고 총선 투표를 독려하는 대자보를 들어 보이고 있다. 한수빈 기자

4·10 총선을 앞두고 청년들이 나섰습니다. 2030 유권자 네트워크 소속 청년들이 지난 24일 고려대에 모여 청년들의 총선 투표를 독려했습니다. 이들은 각각 전세사기 피해와 이태원 참사,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서초구 초등교사 사망 등 청년 문제를 알리는 대자보를 들었습니다. 총선을 2주일 정도 남겨둔 시기라 “투표하자”라는 청년들의 목소리가 주요 지면을 차지했습니다. 이건 순전히 직관적인 아쉬움인데요, 경사로 위쪽에 키가 큰 청년들이 서 있어서 대자보도 기울고 앵글이 불안정해 보였지요. 키 큰 두 청년이 왼쪽으로 가서 섰으면 좋지 않았겠나 했던 겁니다. 왼쪽 두 청년이 각기 문제의 당사자이고 전세사기부터 순서대로 서다 보니 그리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저 안정되지 않은 앵글이 위태로운 청년들의 삶을 보여준다고 한다면 너무 나간 해석일까요. 이날 경쟁했던 1면 사진은 130여 명(24일 현재)이 사망한 모스크바 공연장 테러 현장 사진이었습니다.

■3월 26일 자

<사직 행렬> 고려대의료원 교수들이 25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안암병원에서 교수 총회를 연 뒤 줄지어 사직서를 제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직 행렬> 고려대의료원 교수들이 25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안암병원에서 교수 총회를 연 뒤 줄지어 사직서를 제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려대 의과대학 교수들의 사직서 제출 사진을 보자마자 ‘오늘은 이 사진이구나’ 했습니다. 출근하자마자 본 사진이었습니다. 이날 오후에 연세대와 서울대 의대 교수들이 줄줄이 집단 사직을 강행했지만, 사직서 제출 장면은 모두 ‘비공개’였습니다. 아침 일찍 총회를 열고 집단 사직서를 제출한 고려대 의대 교수들은 보도용 ‘그림’을 만들어줬습니다. 총회가 끝나자마자 길게 줄지어 사직서를 냈습니다. 마스크를 썼으나 카메라 앞에서 자연스럽게 사직서를 냅니다. 친절하게도 사직서가 쌓여가는 함에는 궁서체로 ‘사직서’라고 써 붙였습니다. 일종의 퍼포먼스인데요, 사진을 좀 아는 사람이 이 조직에 있구나 싶었습니다. 종일 사진을 들여다봤지만 일찌감치 본 이 사진을 넘어서는 사진은 없었습니다. 너무 확실한 1면 사진이었습니다. 다음날 종합일간지는 일제히 고려대 사진을 1면에 썼습니다.

■3월 27일 자

<3월 하순에 ‘폭설’...계절 잊은 강원도> 강원 산간에 30cm가 넘는 눈이 내리면서 3월 하순에 대설경보까지 발효됐다. 26일 강원 양양군 구룡령 옛길 주변이 하얀 눈에 덮여 있다. 연합뉴스

<3월 하순에 ‘폭설’...계절 잊은 강원도> 강원 산간에 30cm가 넘는 눈이 내리면서 3월 하순에 대설경보까지 발효됐다. 26일 강원 양양군 구룡령 옛길 주변이 하얀 눈에 덮여 있다. 연합뉴스

겨울에 눈 내리고 봄에 꽃 피는 사진은 익숙합니다. 대체로 차가운 글 기사 속에서 보기 좋은 풍광은 사진뉴스로 가치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사진이 1면에 게재되는 일이 흔하지는 않습니다. 사건·사고의 수준이 되어야 비로소 1면 사진에 가까워지는 것이지요. 27일자 1면 사진은 강원 산간의 설경입니다. 이 사진이 1면을 될 수 있었던 건 ‘3월 하순에 내린 폭설’이었기 때문입니다. 사건이자 사고인 겁니다. 사진은 이상해지는 기후에 대한 우려를 유발합니다. 총선과 의정갈등 관련 사진을 제치고 1면을 차지할 수 있었습니다.

■3월 28일 자

<‘정치 1번지’ 종로, 최후 승자는> 4·10 총선 공식 선거운동 개시를 하루 앞둔 27일 서울 종로구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직원들이 각 후보가 제출한 선거 벽보를 확인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정치 1번지’ 종로, 최후 승자는> 4·10 총선 공식 선거운동 개시를 하루 앞둔 27일 서울 종로구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직원들이 각 후보가 제출한 선거 벽보를 확인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22대 총선 공식 선거운동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이날 시작된 재외국민 투표 사진과 당 대표들의 후보 지원유세 사진을 1면 사진 후보로 챙겼습니다. 사진의 완성도가 떨어진다고 재외투표 사진이 탈락하고, 여야 대표의 지원유세 사진은 어제 그제도 썼고 내일도 모레도 써야 할 사진이라 탈락했습니다. 결국 종로선관위에 제출된 선거벽보 사진을 골랐습니다. 4년 전에도, 8년 전에도 공식 선거운동 앞두고 한 차례씩은 쓴 총선의 클리셰 사진이지요. 진부해 다른 데로 눈을 돌려봅니다만, 다시 상투적인 사진을 선택하고 맙니다. ‘정치 1번지 종로’라는 상징성도 한몫했습니다. 종이신문을 새벽까지 만들던 시기에는 자정에 여야 대표의 첫 유세 일정을 찍어서 1면에 나란히 배치하기도 했습니다.

■3월 29일 자

<공식 선거운동 첫날...지지 호소하는 여야 대표> 22대 총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2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서울 용산역 광장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출정식에서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왼쪽 사진)  같은날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성동구 왕십리역 광장에서 시민들을 향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박민규·성동훈 기자

<공식 선거운동 첫날...지지 호소하는 여야 대표> 22대 총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2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서울 용산역 광장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출정식에서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왼쪽 사진) 같은날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성동구 왕십리역 광장에서 시민들을 향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박민규·성동훈 기자

공식 선거운동 첫날에 찍은 수많은 사진 중에 여야 대표의 사진을 1면에 맞춰 쓰기로 했습니다. 다양한 표정과 동작을 취하고 있는 대표들의 사진 중 배경이 단순한 사진들을 일단 추립니다. 사진 속 표정과 동작을 유심히 살핍니다. 어느 한쪽이 기울지 않도록 따집니다. 이렇게 기계적인 균형을 맞추다 보니 정작 남는 사진은 달랑 한 장씩이었지요. 손가락으로 각각 1번과 2번 기호를 표시하는 여야 대표들의 콤보사진을 1면에 썼습니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