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건수사’가 부정부패 척결인가?

2015.04.15 21:37 입력 2015.04.15 21:46 수정
박동희 | 건국대 법대 명예교수

포스코건설에 이어 경남기업의 성완종 전 회장을 속칭 ‘속털이 수사’한 것이 박근혜 정권이 말하는 부정부패 척결이란 말인가?

[시론]‘별건수사’가 부정부패 척결인가?

거의 모든 정권마다 성역 없는 수사를 주장했다. 박근혜 정권도 예외는 아니다. 검찰의 ‘별건수사’는 자유민주주의의 핵심이며 자랑인 ‘행위책임원칙’에 위배되는 것으로서 사법정의가 아니다. 이는 독재정권들이 남발했던 유물이다.

발생된 범죄에 대한 행위책임원칙은 자유민주국가의 사법정의를 탄생시켰다. 사법정의는 알려진 범죄행위에 한정된 수사행위로서 법윤리, 법이론의 정확도, 법적용의 엄밀성 및 기소된 내용에 대한 정확한 판결 등이다.

사법정의가 말한 법적용의 원칙은 엄격한 해당 행위에 한한 ‘행위책임원칙’에 의해 인과관계의 확대 금지다. 이는 알려진 해당 행위에 대한 책임원칙에 입각해야 하고, 타 행위 즉 묻혀 있던 어떤 행위를 연관시키는 소위 ‘별건수사’ 및 ‘확대인과관계론’은 안된다.

별건수사는 자유민주주의의 권력남용 금지원칙에 반한다. 이에 따라 통일독일은 1999년 동독의 마지막 총리에 대해 ‘탈출 동독인 사살 사건’에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로만 기소, 6년6월형으로 처벌했다. 즉 전임자가 사살명령을 내린 증거 외에 당사자의 직접적 살인명령의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만일 이 사건에 대해 별건수사를 했더라면 그의 죄는 확대됐을 것이 분명하다.

별건수사는 사실상 보복이며, 원한 수사이고, 원성 수사이다. 약점 발굴(캐내기)이다.

검찰이 즐겨 쓰는 말이 있다. ‘법과 원칙에 따랐다’는 것이다. 명쾌한 말이다. 그러나 어떤 수사행위가 법과 원칙에 의한 것인지 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때로는 헛소리에 불과하다.

많은 수사 및 기소에서 어떤 대상자의 행위는 간단히 해당 행위로만 기소 처리되고, 어떤 행위자는 해당 행위와 직접적 관계가 없음에도 별건수사에 의해 처벌토록 처리한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있나”라는 말과 같이 어떤 정치 권력자는 전자에, 다른 어떤 피고인은 후자에 의해 처리된 적이 있음을 종종 감지할 수 있었다.

행위책임원칙에 위배되는 별건수사 문제를 좀 더 고찰해 보자면, 이것이 자유민주주의가 자랑하는 법치주의인가라는 탄식이 나온다.

수사를 앞둔 ‘성완종 리스트’ 주인공 8인에 대해서도 ‘별건수사’를 단행할까 안 할까? 다음으로 별건수사의 한계는 처자식 모두, 아니 장남에 한해서… 등등. 범죄구성요건에 대해서도 헷갈린다. 횡령사건? 아니 사기, 배임… 등등. 이는 자유민주주의가 요구하는 자의 금지원칙 및 법치주의에 위배되며 명확성의 원칙에 대한 도발행위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과연 법에 따라 처리하는 것이 법치주의가 아니냐고 말할 수 있을까?

인류 역사상 어느 독재정권이 법치주의를 부정했던가? 심지어 야만적인 오늘의 IS 집단도 법에 따라 한 행위라고 하지 않던가.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이 자유민주주의가 말하는 법치주의는 아니다. 자유민주주의의 법치주의는 ‘정의’다. 별건수사는 약점 발굴이지 정의가 아니다.

고 성완종 전 회장이 폭로한 정치부패에 대한 수사는 철저히 해야 한다. 정치부패가 대한민국 부패의 원천이다. 이는 정치인이 기업에 이익을 주며 금품을 갈취하는 ‘주고받고’식 교환범죄이기 때문에 이권을 행사하는 공무원까지 부패시키는 원흉 중의 원흉이다. 이 삼각관계의 부패균은 사회 곳곳을 썩히는 악성바이러스다.

우리나라는 세계 부패 순위 43위(2014년 기준)이다. 174위인 북한 및 소말리아 또는 100위를 기록한 중국보다는 우수하다고 하지만, 15위인 이웃 일본과는 비교할 수 없는 부패 국가임이 틀림없다.

부패 순위 13위인 독일은 크리스티안 불프(Christian Wulff) 전 대통령이 2007년 니더작센 주지사 시절 10월 축제(Oktoberfest) 체류기간 중 720유로(약 90만원)의 호텔 숙박비와 향응을 받았다고 대통령직에서 추방됐다.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고도 현재 연방법원에서 뇌물죄로 계류 중이다. 이것이 바로 성역 없는 수사다.

우리의 전직 대통령 비서실장은 누구와 함께 독일, 벨기에 등 여행 중 10만달러를, 현 국정 2인자인 국무총리는 무슨 박스를 받았다고 하는데…. ‘성완종 리스트’에 등장하는 8인은 검찰 출신, 경찰 출신 등 누구보다 사법정의를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언론의 보도가 사실이 아니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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