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친노패권 청산·주도세력 교체…계파 갈등 조짐

2016.03.14 22:42 입력 2016.03.14 23:28 수정

6선 이해찬 공천배제 왜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76)가 단행한 현역 물갈이의 마지막 한 점은 결국 ‘친노 계파’ 정리였다. 친노 핵심을 에두르는 듯하던 ‘김종인표 물갈이’는 친노 좌장인 6선 이해찬 의원(64)을 쳐내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앞서 더민주는 문희상·유인태·신계륜·김현 의원 등 범주류, 친노 성향이지만 ‘정세균계’로 분류되는 강기정·전병헌·오영식 의원 등을 솎아냈지만 칼날이 문재인 전 대표와 가까운 핵심 그룹으로 향하진 않았다. 친노 물갈이 폭을 최소화해 부족한 인력풀에 숨통을 트고 조직적 반발 여지를 차단하는 한편 구심점을 도려냄으로써 친노 패권 청산의 상징적·실질적 효과를 극대화하려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b>28년 전과 뒤바뀐 ‘운명’</b>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의원(오른쪽)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왼쪽)가 1988년 4월 13대 총선에서 평화민주당과 민주정의당 후보로 서울 관악을에 각각 출마해 총선 유세장에 나란히 앉아 있다. 연합뉴스

28년 전과 뒤바뀐 ‘운명’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의원(오른쪽)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왼쪽)가 1988년 4월 13대 총선에서 평화민주당과 민주정의당 후보로 서울 관악을에 각각 출마해 총선 유세장에 나란히 앉아 있다. 연합뉴스

이 의원은 그간 더민주 ‘총선 물갈이’의 최대 화두였다. 김 대표는 당내 패권 청산을 물갈이 기준 중 하나로 제시했고, 이 의원은 노무현재단 이사장이자 참여정부 때 실세 국무총리를 지낸 당내 친노의 상징적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 의원은 1988년 13대 총선 때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끌던 평민당 소속으로 서울 관악을에 출마해 민정당 소속이던 김 대표를 꺾고 처음 배지를 단 악연도 있다.

당초 이 의원은 3선 이상 의원 중 성적 하위 50%에 속하지 않아 정밀심사 대상이 아니었다. 지역구인 세종시에서 본선 경쟁력도 상대적으로 나쁘지 않았다. 더민주는 이 의원 대신 참여정부 고위 공직자 출신 인사를 이 지역에 넣고 여론조사를 실시했으나 지지율이 매우 낮게 나타났다고 한다.

그런데도 비대위가 이 의원 공천배제를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가 처음부터 흘러나왔다. 더민주는 이 의원 지역구 공천 심사 결과 발표를 계속 연기하며 ‘자진사퇴’를 압박했지만, 이 의원이 지난 12일 선거사무소 개소식을 열며 ‘용퇴 불가’ 의사를 분명히 하자 전격적으로 공천배제를 발표했다.

이 의원 공천배제에는 김 대표의 뜻이 작용했다. 김 대표는 비대위 회의에서 “선거구도 전체를 위해 결단이 필요하다. 내가 악역을 맡겠다”고 했다. 특히 ‘반노 정서’가 강한 호남에서 국민의당과 겨루기 위해 친노의 상징적 인물을 쳐내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b>멋쩍은 ‘필승 기원’</b>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의원이 20대 총선 공천에서 배제된 14일 세종시 도담동 이 의원 선거사무소 실내에 불이 켜져 있지만 문은 잠겨 있다. 연합뉴스

멋쩍은 ‘필승 기원’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의원이 20대 총선 공천에서 배제된 14일 세종시 도담동 이 의원 선거사무소 실내에 불이 켜져 있지만 문은 잠겨 있다. 연합뉴스

당내 비노 세력이 총선 후 권력 다툼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야권 통합 명분을 만들기 위해 이 의원을 찍어냈다는 시각도 있다. ‘킹메이커’를 자임하는 김 대표 역시 문재인 전 대표에게 힘이 집중되는 것보다 여러 대권 후보들이 세력을 형성하며 관리 가능한 범위 안에서 각축하는 구도를 선호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문 전 대표는 이날 한 언론과 만나 “(이 의원 공천배제에 대해) 할 말이 없다”며 복잡한 속내를 감추지 못했다. 문 전 대표는 전날 밤 김 대표로부터 이 의원 공천배제 방침을 전달받았다고 한다.

이 의원 측은 강력 반발했다. 이 의원은 세종시에서 측근들과 함께 대책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이 의원은 “김 대표가 정무적 판단을 명분으로 공당을 마음대로 운영하고 있다. 불의와 사감에 의한 정치를 하고 있다. 그런 정치를 내가 용납한 적이 없다”며 격앙된 감정을 쏟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15일 공식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이 의원이 김 대표를 강력하게 비판하며 탈당한 뒤 무소속 출마를 결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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