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한발 물러나고 거국내각” 민주당 일각서 요구 솔솔, 왜?

2024.04.15 16:07 입력 2024.04.15 19:21 수정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해찬·김부겸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지난 10일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표상황실에서 방송사 출구조사를 확인한 뒤 손을 잡고 있다(왼쪽 사진).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윤재옥 공동 선대위원장·유일호 민생경제특위 위원장이 지난 10일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총선 개표상황실에서 출구조사 결과를 확인하며 침울한 표정을 짓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성동훈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해찬·김부겸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지난 10일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표상황실에서 방송사 출구조사를 확인한 뒤 손을 잡고 있다(왼쪽 사진).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윤재옥 공동 선대위원장·유일호 민생경제특위 위원장이 지난 10일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총선 개표상황실에서 출구조사 결과를 확인하며 침울한 표정을 짓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성동훈 기자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거국내각 구성을 촉구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고 여야가 국무총리 등 내각 인사를 함께 추천해 국회 중심으로 국정을 운영하자는 구상이다. 현재로선 거국내각 실현보다는 윤 대통령에게 야당과의 협치를 압박하려는 의도가 더 강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지원 민주당 전남 해남·완도·진도 당선인은 15일 SBS 라디오에서 “이제 윤 대통령에게만 국가를 맡겨선 안 된다”며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을) 탈당해서 이재명 대표와 만나 협치를 통해 내각을 구성하는 거국내각이 아니면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거국내각은 대통령이 국정운영 전면에서 물러나되, 야당 인사를 주요 내각 각료로 인선해 중립적인 행정부를 만드는 것을 뜻한다. 대통령의 역할을 축소하고 내각제적 요소를 가미하자는 취지다.

박 당선인은 윤 대통령 스스로 임기를 단축하는 방안도 언급했다. 그는 “5년제 대통령 임기를 4년으로 단축하고 중임제를 한다는 의미에서 (윤 대통령이) 내 임기 1년을 포기하겠다는 것은 본인이 결정할 문제”라며 “(대통령 임기 단축 개헌을 시도한다면) 국민이 듣기에는 헌정 중단으로 들릴 소지가 있다. 헌정 중단이 계속되는 이런 불행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언주 민주당 경기 용인정 당선인도 “총선에 나타난 이 엄중한 상황에 대해 대통령이 제대로 이해한다면 내각 총사퇴와 거국내각 구성이 있어야 한다”며 “야당 대표와 영수회담이 먼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지금이라도 이 대표를 만나 국정 기조 전환과 인적 쇄신 방안을 의논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 일각에서 거국내각을 거론한 것은 현재로선 대정부 여론전에 가까운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이 수용할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거국내각 구성 요구는 국민에게 심판을 받은 정권이기 때문에 윤 대통령이 권력을 내려놓으라는 뜻”이라면서도 “윤 대통령이 거국내각을 받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여당이 총선에서 참패해 윤 대통령은 남은 임기 3년간 탄핵이나 임기 단축 요구 등에 시달릴 텐데, 국가 위기 해소를 위해 거국내각을 구성하라고 압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이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도 거국내각에 대해 부정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제안도 하지 않은 거국내각을 야당이 먼저 얘기하는 게 무슨 소용이 있겠나”라며 “이 대표는 성남시장 시절이던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도 곧바로 탄핵으로 가야 한다고 했지 (문재인 전 대통령의) 거국내각 구성 제안에 반대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현 상황에서 국정운영의 책임을 나눠 가지는 것은 민주당으로선 부담이다. 민주당은 대신 22대 국회에서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특검) 도입법, 윤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을 연결고리로 정권 심판론을 강하게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거국내각은 역대 대통령이 리더십 위기를 겪을 때마다 타개책으로 거론됐으나 한 번도 제대로 실현된 적이 없다. 한국 정치사에서 거국내각에 가장 가까운 사례는 1992년 10월 출범한 현승종 내각이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 해인 1992년 충남 연기군수의 관권선거 폭로로 위기를 겪자, 민주자유당 총재직을 사퇴한 후 탈당하고 현승종 내각을 출범시켰다. 다만 노 전 대통령 주도로 임명한 현승종 내각은 야당에도 내각 추천 권한을 넘기는 거국내각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정부 임기 말에도 정치권에서 거국내각이 거론됐으나 실현되지 않았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진 2016년 10월26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새누리당 탈당과 거국중립내각 구성을 촉구했다. 새누리당은 야당이 주도하는 거국내각 구성은 ‘사실상의 대통령 하야 요구’라고 반발했다. 여야 합의가 지지부진해면서 정치권 논의는 거국중립내각 → 대통령 임기 단축 개헌 → 탄핵소추로 무게 중심이 이동했다. 촛불집회에서 퇴진 압력을 거세게 받던 박 전 대통령은 2016년 11월29일 하야 대신 국회에 임기 단축 개헌을 먼저 제안했으나 결국 탄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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