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동성애 반대’ 발언 논란 계속···캠프 측 “차별 안된다는 말”, 문 “기회가 되면(말하겠다)”

2017.04.26 14:43 입력 2017.04.26 14:47 수정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동성애 반대’ 발언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선대위 캠프 측에선 “차별을 반대한다는 것이 핵심”이라고 해명했지만, 당사자인 성소수자 측은 “동성애 자체에 찬반을 얘기한 것 자체가 인권의식 결여”라며 비판하고 나서면서다. 그 와중에 문 후보는 공식 행사 중 성소수자들의 직접적인 항의를 받았고, 이에 대해 “기회가 되면 (말하겠다)”는 말만 하고 있어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문 후보의 발언이 나온 것은 25일 JTBC·중앙일보·한국정치학회 주최 대선 후보 4차 TV토론에서다. 문 후보는 이 자리에서 홍 후보의 “동성애에 반대하느냐”는 질문에 “저는 뭐 (동성애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홍 후보가 이어 “좋아하는 게 아니고 반대하느냐 찬성하느냐”라고 묻자 문 후보는 “(동성애) 합법화를 찬성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앙일보-JTBC-한국정치학회 공동주최 2017 대통령 후보 초청 토론회가 25일 경기도 고양시 빛마루 방송지원센터에서 열렸다. 문재인 후보가 토론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중앙일보-JTBC-한국정치학회 공동주최 2017 대통령 후보 초청 토론회가 25일 경기도 고양시 빛마루 방송지원센터에서 열렸다. 문재인 후보가 토론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문 후보는 “군대 내 동성애가 국방전력을 약화시킨다고 보지 않느냐”는 홍 후보의 추가 물음에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홍 후보가 재차 “동성애에 반대하는 것이냐”고 묻자 “그렇다”고 했다.

이 발언은 성소수자 차별에는 반대하지만 동성애 자체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해석돼 비판이 나오기 시작했다.

논란이 일자 토론 직후인 26일 자정쯤 문 후보 측에선 기자들에게 짧은 문자메시지 공지로 설명을 했다.

문 후보 측은 ‘알려드립니다’라는 제목의 메시지에서 “오늘 TV토론중 홍준표 후보가 군대내 동성애 문제를 물어와, 문재인 후보는 군대내 동성애허용과 합법화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라며 “그리고, 토론 말미에 홍준표 후보가 다시 ‘동성애를 반대하느냐’고 질문을 했고, 이에 대해 동성혼 합법화에 반대한다고 밝히면서, 특히 성적지향 때문에 그 어떤 차별도 있어서는 안된다는 입장도 함께 밝혔습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누리꾼들을 비롯해 시민사회와 학계에서까지 비판이 쇄도했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과 교수는 “동성애로 사람을 차별하는 것은 반대지만 동성혼은 반대라는 발언은 ‘모순’이다. 인권변호사 출신 문 후보의 발언을 납득할 수 없다”고 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역시 “분명해 보이는 것은 문 후보가 동성애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런 준비도 하지 못한 것 같다. 이 문제가 가지는 사회적, 인권적, 정치적 파장을 생각할 때, 도무지 넘겨버릴 수 없는 문 후보의 무성의 내지는 무신경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TV앞에 앉아 자신의 입을 쳐다보고 있는 ‘그들’이 있음을 알았다면, 그의 발언은 마음 속에서부터 걸러지고 정제된 것이어야 했다”며 “그들의 고통과 눈물과 아우성을 염두에 둘 수 있었다면, 공감은 못하더라도 최소한 그렇게도 쉽사리 ‘반대’ ‘좋아하지 않습니다’ 등등의 발언을 거침없이 내놓아서는 안되었다는 말이다”라고 했다.

성소수자 인권단체인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는 25일 긴급성명을 통해 동성애 합법화 반대 입장을 밝힌 더불어민주당 문재인·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에게 사과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대선 후보 TV 토론이 ‘동성애를 반대한다’ ‘좋아하지 않는다’ ‘합법화 찬성하지 않는다’는 혐오 발언으로 점철됐다. 파렴치한 홍준표와 인권변호사 타이틀을 단 문재인의 합작품”이라며 “성소수자들 앞에 참회하라”고 말했다. 이어 “상식적인 인간이라면 군내 동성애가 국방력을 약화시킨다는 저질질문에 사실검증을 먼저 따져물어야 했다. 차별금지법은 동성애 합법화법이라는 것도 무지의 산물이거나 거짓말에 불과하다. 동성애는 불법이 아니다. 하지만 그(문 후보)는 비상식적 질문에 뻔뻔하게도 반인권을 커밍아웃했다”고 말했다.

또 “성적 지향은 찬성이냐 반대이냐의 문제가 아니며 자연스러운 인간 특성의 하나다. 서로 다른 피부색에 찬반을 따질 수 없는 것과 같다. 문재인의 발언은 성소수자의 존재, 인간의 다양성을 부정하며 사회적 편견과 차별을 조장하는 혐오 발언”이라고 했다.

문 후보 측은 다시 해명했다. 박광온 선대위 공보단장은 26일 오전 10시쯤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어제 보면 홍 후보가 ‘군대 내 동성애’ 표현을 썼는데 ‘군대 내 동성애’는 적합 표현이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성적 성추행이나 성폭행 등의 형태로, 인권 침해 형태로 나타나는, 그것에 대해 단호하게 반대한다 이야기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리고 마지막 답변에서 동성혼 합법화에 반대한다는 것은 성적 지향 때문에 어떤차별도 있어선 안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인데 그 두 가지 문제가 섞여서 혼선을 주었다는 의견이 있어서 분명하게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박 단장은 “그동안의 발언을 찾아보면 알겠지만 성적 지향 때문에 차별있어선 안된다는 것은 확고하다”며 “민주화를 위해 노력하고 인권을 위해서 산 변호사 시절부터 이러한 생각 분명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그래서 전체적으로 사회 구성원의 다양성을 수용하고 구성원 전체가 평화롭게 공존하는 방안을 마련한다는 아주 기본적인 철학 가지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어제 그 발언은 앞부분과 뒷부분을 분리해서 봐줬음 좋겠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26일 오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천군만마 국방안보 1천인 지지선언 기자회견에 참석, 인사말 도중 성소수자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시위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26일 오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천군만마 국방안보 1천인 지지선언 기자회견에 참석, 인사말 도중 성소수자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시위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이후 일부 성소수자 인권단체 활동가 등이 문 후보에게 직접 찾아가 항의하고 답변을 다시 요구하는 일이 벌어졌다.

26일 오전 국회 본관 앞에서 문 후보를 지지하는 국방전문가 1000명으로 구성된 ‘천군만마 국방안보 특보단’ 출범 행사가 열렸는데, 이 자리에 참석한 문 후보에게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 행동’ 소속 성소수자와 활동가 10여명이 ‘레인보우’(동성애 권리를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을 들고 “저는 동성애자다. 저의 존재를 반대하느냐”며 문 후보에게 뛰어간 것이다.

당시 이들에게 즉답을 하지 않고 행사를 마친 문 후보는 ‘동성애 반대 발언을 한 건 처음이었는데 번복할 생각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기회가 되면 (입장을 말하겠다)”고 짧게 말한 뒤 차량에 탑승해 국회를 빠져나갔다.

일단 문 후보 선대위 측은 “오후에 캠프 내 ‘성평등본부’에서 따로 다시 브리핑을 할 것”(박광온 공보단장)이라고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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