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로켓발사

공은 오바마에… 美 냉각기 거쳐 ‘직접 담판’ 갈듯

2009.04.05 18:02 입력 2009.04.05 23:28 수정
워싱턴 | 김진호특파원

“도발적 행동” 규정 불구 제재는 언급 안해

북한 추가도발 감행땐 냉각기 길어질 수도

북한이 5일 장거리 로켓 발사를 강행함에 따라 한 달여 동안 한반도를 감싸고 있던 하나의 불확실성은 걷혔다. 하지만 북한의 추후 도발에 대한 또 다른 불확실성의 그림자를 던졌다. 명분과 실리를 놓고 북한과 미국, 북한과 국제사회가 주고받을 맞대응에 따라 성격이 결정될 불확실성이다.

[北로켓발사]공은 오바마에… 美 냉각기 거쳐 ‘직접 담판’ 갈듯

일단 공을 넘겨받은 것은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다. 체코를 방문 중인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준비된 성명’을 통해 로켓 발사를 북한의 ‘도발적 행동’으로 규정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한 분명한 대응을 거듭 강조했다. 또 북한의 발사체를 ‘대포동 2호 미사일’로 규정, 인공위성이라는 북한의 주장과 상관없이 미사일 개발 목적이었음을 강조했다. 하지만 ‘제재’라는 단어는 포함시키지 않았다.

하지만 프라하 대중연설에서는 북한이 안보리 제재 결의 1718호를 위반했음을 지적하면서 “위반은 반드시 징벌(punish)돼야 한다”고 강조해 차이를 보였다. 대중연설에서는 북한의 발사체를 ‘로켓’이라고 표현했다.

오바마의 어정쩡한 접근은 미국이 단기적으로 대북 응징의 필요성과 함께 장기적인 6자회담 재개라는 상반된 목표를 갖고 있는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미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4일(현지시간) 심야 전화기자회견을 통해 북한의 로켓 발사 사실을 확인하면서도 “북한이 발사한 것이 위성이라는 보도를 접했지만 확인할 수 없다”고 말해 북한의 발사체가 위성인지, 미사일인지 구분하지 않았다. 미국은 1998년(광명성 1호)과 2006년(대포동 2호)에도 발사체의 정체를 흐린 바 있다. 북한의 제한된 도발에 ‘제한된 반응’을 보이는 셈이다.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 특별대표의 지난 3일 공개 언론 브리핑은 사뭇 뉘앙스가 달랐다. 보즈워스 대표는 대북 압박과 보상을 병행하는 전략을 시사하면서도 대화 쪽에 무게를 실었다. “미국은 북한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일 무언가를 줄 수 있다”면서 북한의 요구를 부분 수용하는 모양새를 취하기도 했다. “언제든지 방북할 용의가 있다”면서 북·미 양자협상 의지를 강조했다.

보즈워스는 우선 2·13합의를 이행하지 않고 있는 일본의 대북 중유지원분(20만t) 문제는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면 풀자고 제안했다. 미사일 협상 가능성도 흘렸다. 방북 기회에 미국의 의제뿐 아니라 북한의 의제도 함께 다룰 것이라면서 북·미관계 정상화 문제에 대한 양자회담 의지를 내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로켓 발사의 낙진이 가라앉고 나면 더 장기적인 6자회담 목표달성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미관계의 전망은 안보리의 대북 대응과도 무관치 않다. 북한은 ‘평화적인 우주이용권’의 행사를 안보리에 회부할 경우 6자회담에 복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터이다. 안보리 행동이 대북제재가 제외된 최소한의 응징에 그칠 경우 북·미 간 대화분위기는 의외로 빨리 조성될 수도 있다. 북한이 억류하고 있는 미국 여기자 2명의 송환문제가 대화의 촉진제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물론 보즈워스의 공개제안은 북한의 로켓 발사 전에 나온 것이다. 북한은 발사를 강행함으로써 그 이상을 요구하고 있음을 내비친 셈이다. 북한이 끝내 보즈워스의 신호를 무시하고 상황을 악화시키는 추가 도발을 한다면 북·미 간 냉각기는 길어진다.

오바마 행정부는 임기 말 외교적 성과에 배가 고팠던 조지 부시 행정부와 달리 서두를 이유가 없다. 미국은 핵무기와 그 운반수단(미사일)의 확산 방지라는 국제적 명분을 넓혀가면서 북한이 대화 탁자로 나올 것을 우회 압박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과 미국이 또 다른 전술적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은 머지않아 다가올 것으로 관측된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