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회고록 후폭풍

하필이면 이때… 남북대화 재개 기싸움 중 비밀접촉 폭로, 악영향 우려

2015.01.29 22:16 입력 2015.01.29 22:18 수정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자신의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에서 재임 기간에 있었던 남북 간 고위급 비밀접촉 내용을 소상히 공개함에 따라 박근혜 정부의 남북관계와 대북정책에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남북이 대화 재개를 놓고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터져나온 이 전 대통령 회고록은 힘들게 유지되고 있는 남북대화 분위기를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전 대통령이 회고록에 공개한 남북관계 부분에는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중요한 사실도 꽤 포함돼 있다.

남북이 이명박 정부 초기부터 지속적으로 비밀접촉을 해왔으며, 천안함·연평도 사건 직후에도 국가정보원과 북한 국가안전보위부의 고위급 인사가 평양과 서울을 비밀리에 방문한 사실 등은 이번에 처음 밝혀진 것들이다. 이 인사들은 김숙 당시 국정원 1차장과 류경 보위부 부부장으로 추정된다.

또 이명박 정부 당시 북한 대남 채널이 2009년 통일전선부, 2010년 보위부, 2011년 국방위원회 등으로 변해왔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하지만 전직 대통령이 비밀리에 이뤄진 남북 간 접촉 사실은 물론 대화 내용까지 불과 수년 만에 모조리 공개한 것은 비상식적이다. 특히 회고록에 나온 남북관계 부분은 이명박 정부 대북정책을 미화하기 위해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으로 서술된 데다 북한을 비하하는 내용이 많이 있어 북한이 거세게 반발할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남북이 올해 들어 대화 재개 여건을 만들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전직 대통령의 ‘폭로’는 남북관계를 더욱 꼬이게 만들 수 있다.

또 당분간 남북이 비공개 접촉을 가질 수 없도록 함으로써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대북 전문가는 29일 “남북관계에서 물밑접촉은 상황 타개를 위한 중요한 수단인데 이 회고록 공개로 박근혜 정부는 북한과 물밑접촉을 할 꿈도 꾸지 못하게 될 것”이라며 “전임 대통령이 정부가 하는 일에 방해물을 조성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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