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고통 분담해 양극화 해소” 노동계 “노골적 희생 강요”

2014.12.22 22:49 입력 2014.12.22 23:05 수정
박철응 기자

‘쉬운 해고’ 강행 논란

최경환 부총리 ‘고용 유연성 확대해 경제 성장’ 강조

양대 노총 “합의 안된 대책 강행 땐 노사정위 틀 깨져”

박근혜 대통령이 22일 노동시장 개혁을 경제 성장의 필수조건으로 제시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원청과 하청 간 양극화를 줄이고 고용 유연성을 확대하자는 데 힘을 실은 것이다. 하지만 노사정위원회가 첫발도 떼지 못하고 삐걱거리고 있듯이 노동정책 해법이 다른 노동계와의 협의에선 난항이 예상된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내년도 경제정책 방향을 설명하면서 “독일·영국·네덜란드 등 노동시장 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한 나라가 그렇지 못한 나라에 비해 성장과 분배에서 모두 앞서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며 “내년에 반드시 노동시장 개혁 과제를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제조업 1년차 직장인 대비 20∼30년차의 임금은 영국이 1.6배, 독일이 1.9배인 데 비해 우리나라는 3.1배에 달한다”며 “반면 임금근로자 셋 중 하나인 비정규직의 시간당 임금은 정규직의 64.5%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노동시장 유연화를 내년도 최우선 과제로 꼽고, 그 핵심 과제로 ‘정규직 과보호 완화’를 짚은 것이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에서 세번째)이 22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15년 경제정책 방향’ 합동 브리핑에서 내년 경제정책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김정근 기자 jeongk@kyunghyang.com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에서 세번째)이 22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15년 경제정책 방향’ 합동 브리핑에서 내년 경제정책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김정근 기자 jeongk@kyunghyang.com

관심은 크게 벌어져 있는 노·사·정의 간극이다. 박 대통령은 “현재 노동시장 개혁에 대해 노사정위원회 논의가 진행 중인데 대승적 차원에서 노사가 대타협해주기를 간절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노사정위 노동시장구조개선특별위원회는 ‘직무·성과급 중심 임금체계 개편’과 ‘해고 요건 명확화’ 등을 기본합의문에 담으려 했으나 한국노총의 반대로 물 건너갔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측은 ‘노동시장 유연성’ 등의 문구를 요구하고, 한국노총은 ‘비정규직 차별 해소’ ‘경제민주화’ 등이 포함돼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한국노총은 22일 산업별 대표자회의를 거쳐 23일 노사정위 본회의에서 해고 요건 등 핵심 쟁점이 빠진 기본합의문을 채택하기로 했으나, 노동계 입장 관철을 시도하기로 해 밀고당기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정부 “고통 분담해 양극화 해소” 노동계 “노골적 희생 강요”

노동계는 정부 시각이 노동자의 희생을 전제로 한다고 보고 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합의문 안에 ‘고통 분담’이라고 표현됐다가 ‘사회적 책임과 부담’이라는 수정안이 나왔지만 이조차 노동자들에게 불리한 표현으로 보고 있다”면서 “각론에 들어가기 위한 기본적 합의문이지만 중요 문구를 놓고 의견이 갈린다”고 말했다.

정부가 추진하려는 임금체계 개편이나 해고 요건 명확화 등도 노동계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노사정위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민주노총은 22일 “경제정책 발표에 앞서 논란이 된 해고 요건 완화, 하향평준화 임금체계 도입, 비정규직 파견 확대와 기간 연장 등 노골적인 반노동정책을 강행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며 노동에 대한 선제적 공격”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노사정위가) 노동시장 구조 개악의 정치적 발판으로 악용될 것”이라며 23일 노사정위 논의 중단을 공식 요구키로 했다.

고용노동부는 노사정위 합의와 관계없이 연내 비정규직 대책 발표를 강행하겠다는 방침이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합의되지 않은 대책이 발표될 경우 노·사·정 논의의 틀을 깨는 것이며 강력한 투쟁으로 대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내년 초부터 정부와 노동계의 극한 대립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하종강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주임교수는 “전체적인 임금을 높여야 하는 상황인데 정부는 거꾸로 가려는 것이며, 현재 정치 상황에서 해고 기준을 명확히 하는 법 개정은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될 수밖에 없다”면서 “소득 주도 방식의 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기업들의 막대한 사내유보금을 노동자에게 옮겨와야 하는데도 정부는 계속 기업편향적 정책을 밀어붙이려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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