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 지렛대’ 버리고 ‘대북 직접 압박’ 만지작

2017.06.21 22:32 입력 2017.06.21 22:40 수정

미국 ‘중 지렛대’ 버리고 ‘대북 직접 압박’ 만지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은 20일(현지시간) 중국의 북한 핵·미사일 프로그램 제어 노력이 성공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북한에 억류됐던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사망한 다음날 나온 발언이다. 웜비어 사건을 계기로 트럼프가 ‘중국 역할론’을 접을 수 있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트럼프는 이날 트위터에 “북한 문제를 도와주려는 중국의 노력을 매우 고맙게 생각하지만 그런 노력은 제대로 통하지 않았다”고 썼다. 트럼프는 웜비어를 애도하며 “미국은 다시 한번 북한 정권의 잔혹성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정부는 북핵 문제가 중국의 도움에 달렸다고 강조해왔다. 중국이 제대로 된 제재에 동참하면 북한이 버티기 어렵다는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미·중 정상회담 이후 두 달이 지나도록 중국을 통한 우회 압박의 성과가 적은 데다 북한에서 풀려난 미국인까지 사망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는 중국이 북한을 압박할 능력이 있다는 믿음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트럼프가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제한적이다. 대북 군사적 조치는 사실상 제외된 상태다. 웜비어가 숨지면서 ‘최대의 압박과 개입’이라는 정책 기조 중 ‘개입’의 여지는 급격히 줄었다.

션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트럼프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만날 가능성에 대해 “우리는 분명히 더 멀리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남는 것은 중국까지 타깃으로 삼는 ‘압박’이다. 미국 정부는 북한과 연계된 중국 은행과 기업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2차 제재)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왔다.

북한을 여행금지국으로 지정할 가능성도 커졌다. 헤더 노어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아직 어떤 결론에도 도달하지 않았지만 자세히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이미 4월부터 이런 뜻을 시사했다. 미국이 여행금지국으로 지정한 나라는 아직 없다. 북한을 지정한다면 세계에서 유일하게 미국민의 방문이 금지되는 나라가 되는 셈이다.

북한 문제는 21일 워싱턴에서 시작된 미·중 외교안보대화의 핵심 주제로 떠올랐다. 미국은 웜비어 사망을 계기로 중국을 더욱 압박하고, 현상유지를 깨뜨려야 한다는 점을 역설할 것으로 전망된다. 엘리 라트너 외교협회 선임연구원은 뉴욕타임스에 “시진핑이 북한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을 거라는 걸 트럼프가 언제 깨달을지가 우리 모두의 의문이었는데 웜비어의 죽음이 심판의 날을 앞당겼다”고 말했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