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돌아왔다’던 바이든…이·팔 ‘이중잣대’ 신뢰 잃어

2021.05.19 21:31 입력 2021.05.19 22:17 수정

안보리 성명 네 번째 불발

미국 뺀 14개국은 찬성

인권 문제 공격받던 중·러에

목소리 키우는 명분 제공

‘미국이 돌아왔다’던 바이든…이·팔 ‘이중잣대’ 신뢰 잃어

“미국이 돌아왔다”며 다자주의 귀환을 알렸던 조 바이든 정부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 속에 국제사회의 신뢰를 잃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정부가 두 나라의 갈등 완화를 위해 물밑작업을 벌이고는 있지만 종전을 촉구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공동성명에는 반대하며 중국 등의 인권 문제를 비판할 때와 다른 이중적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유엔 안보리는 18일(현지시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 간 충돌을 논의하기 위한 네 번째 유엔 안보리 회의가 열렸지만 공동성명을 내지 못했다. 이번에도 미국이 반대했기 때문이다. 앞서 세 차례 회의에서도 미국을 제외한 14개 나라가 모두 찬성했지만 미국이 사태 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면서 자국의 외교적 노력을 위한 시간을 요구해 무산됐다.

이날 회의에서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바이든 대통령은 휴전에 대한 지지를 밝혔다”면서도 “유엔 공개성명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긴장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도 이날 아이슬란드 외무장관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외교적 노력을 조용하면서도 치열하게, 사실상 쉼 없이 하고 있다”면서 “미국이 유엔 성명 발표를 방해한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세웠던 ‘자국 우선주의’를 버리고 인권과 민주주의 원칙을 강조한 다자주의 복원을 약속했다. 미국은 그동안 중국의 신장 위구르 지역 인권탄압을 비판하며 압박했고, 러시아에는 야권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의 석방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팔 갈등 국면에서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인정한다”며 이스라엘 편에 서면서 팔레스타인의 생명과 인권은 무시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미국의 이 같은 이중적 태도는 유엔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목소리를 키우는 명분을 제공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유엔이 폭력사태를 막기 위해 “당장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단순히 한 나라의 방해 때문에 안보리가 한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미국을 비난했다. 러시아도 동예루살렘에 있는 팔레스타인의 인권을 짓밟는 이스라엘의 시도를 비판하며 국제법 준수를 요구했다.

외교전문지 폴린폴리시는 이날 “중국, 러시아 등 경쟁국의 인권 문제를 거론하며 압박을 가하던 미국이 이스라엘에는 다른 도덕적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외교관은 “미국이 다자주의를 지지하기 위해 돌아올 것을 약속했다지만 우리는 지금 안보리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안보리 공동성명 채택을 막고 있는 미국을 비판했다.

휴먼라이츠워치 유엔 대표 루이스 샤르보노는 “트럼프 정부와 달라졌다는 것을 보여주려면 동맹국은 물론 적에게도 동등하게 인권기준과 국제법을 적용해야 한다”면서 이-팔 충돌 중재와 관련해 “바이든 정부는 스스로 신뢰를 저버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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