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냉전 시대 오나

나토와 러시아의 유라시아연합 두 세력의 충돌지점 ‘우크라 사태’

2014.03.19 21:59
정재원 | 국민대 국제학부 교수

대다수 전문가들의 예상을 뒤엎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8일 의회 연설에서 크림반도 합병을 연내 완료하겠다고 선언했다. 제재에 나선 미국과 유럽을 비웃기라도 하는 것처럼 보였다. 서방과 러시아의 직접적 군사충돌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우크라이나군, 특히 크림 내에서도 가장 반러시아적인 무슬림 타타르인들과 관련된 국지적 충돌이 예상되고 있다.

[신냉전 시대 오나]나토와 러시아의 유라시아연합 두 세력의 충돌지점 ‘우크라 사태’

옛 소련 국가들 중에는 크림자치공화국 같은 민족 단위 자치지역을 떠안고 있는 나라들이 많다. 러시아 연방의 83개 행정단위 중에도 ‘공화국’ 명칭을 쓰는 자치지역이 21개에 이른다. 그 가운데 아제르바이잔의 나고르노-카라바흐, 조지아의 압하지야와 남오세티아, 몰도바의 트란스니스트리아 등은 해당 국가의 주권이 미치지 않는 반(半) 독립적 지위를 갖고 있다. 조지아 내 두 자치공화국의 경우 독립을 선언했지만 러시아가 합병을 하지는 않았으나 크림반도는 상황이 특수하다. 러시아계가 주요 민족으로 있는 행정단위는 옛 소련권 국가에선 크림자치공화국이 유일하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크림반도에는 흑해함대가 있다. 크림반도의 항구들은 우크라이나의 주요 밀 수출항이다. 무엇보다 지중해를 통해 유럽 남부로 나아가는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지역이다. 수십년 전까지 러시아 영토였다는 역사적 사실도 러시아로 귀속되는 것에 정당성을 실어준다.

좀 더 큰 틀에서의 이유들도 존재한다. 유럽연합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동쪽으로 확장할 때 가장 중요한 나라가 우크라이나이듯, 러시아가 내년 출범 목표로 구상하는 ‘유라시아연합’에서도 우크라이나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나라다. 이 나라를 둘러싼 충돌은 충분히 예견됐다고 볼 수 있다. 유럽은 러시아에 수입가스의 30%를 의존하는데, 그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셰일가스 매장량도 우크라이나가 유럽에서 3번째로 많다. 셰일가스 개발이 본격화되는 시기에 이뤄진 우크라이나의 정권 교체는 지금까지의 권력 교체와는 성격이 다르다.

또 흑해와 아조프해(크림반도의 내해)에는 2조㎥의 가스와 4억3000만t의 석유가 묻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자립 의도를 차단할 필요가 있었다. 흑해 유전개발 회사인 체르노모르나프토가스와 페오도시아 석유터미널 등이 러시아로 넘어가면 다국적 에너지회사들은 철수할 수밖에 없다. 우크라이나 경제를 뒤흔들기 위해서라도 크림은 러시아에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러시아로서는 서방의 영향력 확산을 막을 호기로 봤을 수 있다. 또 일시적 위기는 닥칠 수 있으나 미국과 서방의 경제제재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고, 지속적이지도 못할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러시아는 체첸자치공화국 등 내부의 분리독립 세력을 철저히 억눌러왔다. 동티모르, 코소보, 남수단의 독립국가 수립을 지지한 서방의 논리적 빈틈을 공격하는 것에서 보이듯 러시아의 행보에는 자신감이 넘친다.

물론 크렘린의 자신감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 푸틴은 권위주의적 정치 행태와 경제성장 둔화에 따른 국민들의 불만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데 어느 정도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언론 통제와 애국주의 선동 속에서도 모스크바 중심부에서 수만명이 우크라이나 사태 개입 반대와 푸틴 반대 시위를 벌였다.

푸틴 역시 줄타기를 하고 있고, 경제적 어려움이 커지는 상황에서 러시아의 미래는 장담할 수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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