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받는 미 가스 유럽 수출론… 크림사태, 에너지 판도 바꿀까

2014.03.19 21:57 입력 2014.03.19 22:31 수정

서방, 러 제재 방안으로 미 에너지 자원 활용 검토

천연가스 유럽 수출, 전략비축유 판매 땐 즉각 타격

크림반도 사태에 따른 러시아와 미국의 ‘신냉전’ 기조가 세계 에너지 판도를 바꿀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막혀 있는 미국의 가스와 석유에 대한 수출을 허용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서방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러시아에 직접적인 경제적 손실을 줄 방안을 찾고 있다. 러시아 이외 지역에 큰 파장이 없어야 하는데, 그래서 거론되는 것이 미국의 에너지 자원이다. 특히 러시아 제재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러시아산 의존도가 높은 유럽이 발을 빼는 모습을 보이자 미 정치권에서는 천연가스를 유럽에 수출하자는 여론이 힘을 받고 있다.

힘 받는 미 가스 유럽 수출론… 크림사태, 에너지 판도 바꿀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 수요량의 10% 이상을 수입했던 미국은 대규모 매장지가 발견돼 개발이 진행되면서 2020년쯤 천연가스 수출국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곳에만 가스를 팔 수 있기 때문에 협정국이 아닌 유럽연합에는 당장 보낼 수 없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세계적 셰일가스 개발에 불을 붙일 수도 있다. 미국이 본격적으로 수출용 가스 생산에 방점을 두거나 러시아에서 가장 많은 가스를 수입하는 우크라이나가 자체 자원 발굴에 속도를 내는 것이다. 화석 연료 대신 재생에너지를 강조했던 유럽 역시 최근 셰일가스 채굴 준비를 하고 있는데, 이 같은 움직임은 천연가스 생산국인 러시아의 위상에 장기적으로도 타격을 줄 수 있다.

미국 천연가스 업체들은 값을 높게 받는 아시아권 수출을 선호해 유럽 수출이 확대될지는 미지수다. 또 러시아가 가격을 낮추면 실효성이 없을 수도 있다. 뉴욕타임스는 미 정부가 천연가스 수출로 동맹국을 도울 수 있을지, 효과가 있는지 분명히 따져야 한다고 전했다.

미국이 전략비축유(SPR)를 푸는 것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미 정부는 세계 석유시장의 급작스러운 붕괴에 대비해 1977년부터 2009년까지 전략비축유 6억9400만배럴을 만들었다. 국제에너지계획에 따라 90일치 수입분은 가지고 있어야 하지만 나머지는 전략적으로 필요한 상황이 아니다. 이 잉여분은 하루 50만~75만배럴씩 2년간 팔 수 있는 규모다. 수출이 현실화되면 국제유가는 배럴당 10~12달러씩 떨어질 것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가 18일 전했다. 이는 당장 시장에 내놓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러시아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러시아는 석유·가스가 수출·수입의 70%를 차지하며, 이는 연간 예산의 52%에 해당한다. 에너지 의존도가 큰 만큼 타격도 크다.

유가 하락으로 수익이 감소할 수 있는 석유업계의 반발이 이어질 수 있지만, 에너지 전문가이자 캐나다 컬리거대 전 교수인 필립 벌리거는 “세계 최대 석유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암묵적으로 동의해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사우디는 이란 핵협상과 시리아 내전 문제로 러시아와 대립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러시아의 영향력 약화를 위한 비축분 방출을 환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우디는 석유값 하락에 대비해 유가 최저점을 바탕으로 예산을 편성해 러시아와 달리 가격하락에 따른 내성도 강하다.

미국이 러시아와의 대립에서 전략적으로 ‘에너지 카드’를 잡으면 외교정책에서 중동 출구전략도 가속화될 수 있다. 미 외교협회 리처드 하스는 “이번 위기 전에도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변화를 준비하고 있었으나 이제 유럽과 아시아에 더 초점을 맞추게 될 것”이라며 “중동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자체적으로 확고한 에너지 지위를 갖추려 할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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