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벡 출신 청년은 왜 뉴욕서 테러를 했나

2017.11.02 21:31 입력 2017.11.02 21:42 수정

우즈벡 출신 청년은 왜 뉴욕서 테러를 했나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소형 트럭으로 자전거도로를 덮쳐 8명을 숨지게 한 테러 용의자는 우즈베키스탄 국적 29세 남성 사이풀로 사이포프였다. 스웨덴 스톡홀름과 터키 이스탄불,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도 지난 2년간 우즈벡 출신들의 테러가 잇따랐다. 우즈벡을 비롯한 중앙아시아 각국의 이슬람 탄압과 만성 빈곤이 이슬람 극단주의를 부추기며 테러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사망할 때까지 26년간 우즈벡을 통치한 이슬람 카리모프 전 대통령은 이슬람을 철저히 억눌렀다. 정부 기구를 동원해 모든 성직자를 통제했고, 이슬람 학교마다 경찰을 잠입시켰다. 메카 성지 순례에도 정부 요원이 뒤따랐다. 이슬람 정당을 불법화했고, 수많은 종교 활동가들을 수감하고 고문했다.

구소련 시절 이슬람 억압의 전통을 공유하는 중앙아시아의 다른 이웃국들도 사정이 비슷했다. 키르기스스탄은 이슬람 성직자들의 설교 내용을 사전 검열했다. 지난해 타지키스탄은 무슬림 남성 1만3000명의 턱수염을 밀게 했고, 전통 이슬람 복장을 파는 상점 130여개를 폐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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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모프는 우즈베키스탄이슬람운동(IMU) 같은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이 자신의 권력을 위협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미국 시사지 더애틀랜틱은 “카리모프의 가혹한 정책은 극단주의를 전혀 제어하지 못했고, 오히려 그 인큐베이터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IMU는 카리모프 정권의 부패와 폭력에 맞서는 대항세력으로 스스로를 포장했다. 억압에 분노한 무슬림들은 극단주의로 경도됐고, 무장세력에 가담했다. 미국 안보전문연구소 수판그룹은 우즈벡 출신 1500명이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조직원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추산한다. 중앙아시아 전역에서 최대 4000명이 IS에 가담했다는 보고도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우즈벡,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등 3개국 국경이 맞닿는 페르가나 협곡 지역이 이슬람 극단주의의 온상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억압과 빈곤을 피해 나라 바깥으로 떠난 이들이 극단주의에 빠져드는 경우도 잇따랐다. 포린폴리시는 “일자리를 찾아 나라를 떠난 중앙아시아 청년들은 지역민들의 인종차별과 혐오를 경험한다”고 적었다.

뉴욕 테러를 일으킨 사이포프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2010년 미국으로 건너왔지만 영어를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 뉴욕에서 가까스로 우버 기사가 됐지만 그는 여전히 행복하지 않았다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IS는 이들의 분노와 고립을 노린다. 포린폴리시는 IS가 최근 수년간 인터넷 영상과 소셜미디어에서 선동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1년 전부터 테러 계획을 세운 사이포프가 찾은 것도 인터넷에 올라온 IS 선전 영상이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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