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확산

독일 확진자 4명, ‘증상 없는’ 중국인과 접촉 뒤 감염

2020.01.30 06:00

‘2차·무증상 감염’ 비상

중국으로 가는 마스크 29일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 충남 천안시가 우호협력 도시인 중국 웨이하이시 원덩구로 보낼 마스크와 방호복 상자가 쌓여 있다.  김창길 기자

중국으로 가는 마스크 29일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 충남 천안시가 우호협력 도시인 중국 웨이하이시 원덩구로 보낼 마스크와 방호복 상자가 쌓여 있다. 김창길 기자

세계 곳곳에서 확진자 속출
WHO “가능성 있다” 언급에
질본 “과학적 근거 부족해”
조기차단 여부 ‘방역 분수령’

중국에 체류한 적이 없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독일·일본 등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사람 간 전파(2차 감염)가 중국 밖에서도 확인된 것으로, 발생 국가들에선 바이러스가 급속히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독일에선 감염자가 증상이 없는 상태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바이러스를 옮긴 사례도 확인됐다. 2차 감염의 조기 차단 여부가 전 세계 확산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28일(현지시간) 현재 베트남·독일·일본·대만에서 2차 감염자가 확인됐다. 이들은 중국에 다녀온 적이 없는 이들로 베트남 감염자는 지난 23일, 대만 감염자는 28일 각각 확진 판정을 받았다. 두 사람은 중국 방문 이력이 있는 가족으로부터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일본에서는 우한에서 온 중국인 관광객들을 태운 60대 남성 버스 운전기사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독일 바이에른주에서는 27일 첫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나왔고 다음날 3명의 추가 확진자가 나왔다. 모두 2차 감염자들이다. 독일 환자 4명 모두 자동차 장비업체 베바스토 직원으로 지난 19일 중국 상하이에서 온 중국인 여성에게 감염된 것으로 보인다. 이 여성이 중국으로 돌아간 뒤 이들은 확진 판정을 받았다. 특히 중국인 여성은 감염 증상을 보이지 않아 ‘무증상 전파 가능성’ 우려를 낳았다.

중국 밖에서 사람 간 전파가 속속 확인되고 있다는 것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이들 국가에서 신종 코로나가 급속하게 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감염자와 숙식을 함께했던 가족들은 잠재적 환자가 될 수 있고, 이들이 바이러스를 퍼뜨릴 수 있다. 면역력이 약한 환자가 많은 의료시설도 2차 감염 가능성이 높다.

프랑스에서 확진자 3명이 나온 후 유럽질병예방통제센터(ECDC)는 지난 26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가까운 가족 구성원들 사이에서는 2차 감염 발생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무증상 전파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독일 사례처럼 감염 초기 증상이 없는 감염자가 일상생활을 영위하면서 주변에 바이러스를 급속도로 퍼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 크리스티안 린트마이어 대변인은 28일 유엔 제네바 사무소에서 기자들과 만나 “조사가 좀 더 필요하다”면서도 “무증상 감염자도 바이러스를 옮길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노스이스턴대학의 알레산드로 베스피냐니 교수는 AFP통신에 “미국 보건당국은 잠복기에도 감염력이 있다는 증거를 보지 못했다”면서도 “사실이라면 사태의 예상을 깨는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했다.

또 전문가들은 재생산지수(한 명의 감염자가 몇 명에게 감염을 시키느냐)도 중요 변수로 보고 있다. WHO 추정에 따르면 현재 신종 코로나의 재생산지수는 1.4~2.5명 정도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은 0.4~0.9명,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은 4명이었다. 1명 이하로 떨어지면, 감염병이 소강상태로 접어들게 된다는 것을 뜻한다. 다만 메르스와 사스 때도 무증상 감염자가 있었지만, 이들에 의해 다른 사람이 감염된 사례는 없었다.

한국에는 아직 2차 감염자가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일부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기 전 일상생활을 했던 만큼 가능성은 적지 않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7일 감염병 위기경보 단계를 ‘주의’에서 ‘경계’로 상향했다. 박혜경 중앙방역대책본부 총괄팀장은 29일 “초기부터 취합한 정보로 볼 때 2차 감염 가능성이 있다는 쪽으로 판단했고, 이 때문에 가족(밀접 접촉자) 및 의료기관 등의 2차 감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대응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 보건당국은 무증상 전파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메르스나 사스 때 무증상 전파가 없었던 만큼 같은 계열인 신종 코로나도 이런 전례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무증상기나 잠복기에 전염력이 있다는 건 좀 더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근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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