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가짜뉴스, 바이러스보다 빨리 번졌다

2020.01.29 21:22

17년 전 사스와 달리 유튜브·페이스북 등 타고 삽시간 전파

‘박쥐탕’ 원인설·‘생물 무기’ 음모론 등 근거 없어도 화제로

SNS 업체들, 건강 정보 가장한 허위정보 걸러내기 ‘골머리’

중국 우한(武漢)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확산 사태는 여러모로, 중국 광둥성에서 발병해 2003년 대유행한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을 연상케 한다는 말이 나온다. 하지만 17년 전 당시에는 페이스북과 트위터가 없었고, 그때는 유튜브가 탄생하기 이전이었다.

미디어 환경 급변으로 가짜뉴스와 헛소문, 음모론 등이 전파되는 속도가 이미 바이러스의 확산세를 앞질렀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영국 BBC 방송은 29일(현지시간) 대표적인 가짜뉴스로 신종 코로나가 ‘박쥐를 먹는 중국인의 기상천외한 식습관’에서 유래했다는 ‘소문’을 꼽았다. 우한에서 폐렴 환자가 증가하기 시작할 때부터 조회 수가 급증한 이른바 ‘박쥐탕’ 유튜브 영상이 주된 근거로 제시된다. 이 동영상에서 한 중국 여성은 ‘박쥐탕’을 먹으면서 “치킨 맛이 난다”고 했는데, ‘중국 후베이(湖北)성의 일반적인 식습관’이란 설명이 따라붙었다. 그러나 이 영상은 중국의 유명 블로거인 왕멍윈(汪夢云)이 2016년 서태평양 팔라우에서 찍은 일종의 ‘희귀 먹방’이었다.

인간의 막연한 공포를 숙주로 삼은 음모론도 활개치고 있다. 미국에서 활발하게 공유되고 있는 ‘음모 이론가’ 조던 사더가 제작한 영상을 보면, 영국의 퍼브라이트연구소와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이 백신 개발 특허 획득과 기금 모금을 위해 고의로 바이러스를 유포시켰다는 내용이 나온다. 하지만 BBC 모니터링팀의 확인 결과 이는 근거가 전혀 없는 것으로 드러났으며, 연구소가 개발 중인 특허는 닭의 전염성 기관지염과 관련된 치료제였다.

신종 코로나는 원래 중국의 은밀한 생물 무기 프로그램이었는데, 우한 바이러스학연구소에서 누출됐다거나, 캐나다의 국립미생물학연구소에서 퇴직당한 중국 연구원이 바이러스를 우한에 보냈다는 등의 그럴싸한 주장도 나왔다. 그러나 이런 소문들은 ‘뒷받침할 만한 증거가 없는’ 가짜뉴스로 판정받았다.

우한에서 병원 간호사로 일한다는 ‘내부 고발자’의 동영상도 과장이 심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 간호사는 마스크를 한 채 “중국 전역에 9만명의 신종 코로나 환자가 있으며, 바이러스 2차 변종으로 환자 1명이 최대 14명까지 감염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세계보건기구(WHO) 추정에 따르면 1명이 감염시킬 수 있는 범위는 1.4~2.5명 정도다. 이 동영상은 유튜브에서 수백만 뷰를 기록했는데, 한국인이 올린 것으로 전해진다.

근거가 있건 없건 화제가 되면 삽시간에 확산되다 보니, 소셜미디어 업체들은 사실상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아예 거짓말은 아니지만 교묘하게 ‘건강 정보’를 가장해 유통되고 있는 허위 정보들이 ‘주적’으로 지목되고 있다. 페이스북과 유튜브 등은 신뢰할 만한 출처를 가진 정보를 유해한 내용이나 의심스러운 정보에 앞서 검색되도록 하는 알고리즘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하지만 전염병 방역과 마찬가지로 급속도로 확산되는 가짜뉴스를 뒤쫓기에 급급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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