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결’ 강조하지만 불안한 동맹…수습 나선 바이든

2021.12.10 14:30 입력 2021.12.10 16:24 수정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9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민주주의 화상 정상회의’에 참석해 개막 연설을 하고 있다. 워싱턴 | 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9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민주주의 화상 정상회의’에 참석해 개막 연설을 하고 있다. 워싱턴 |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이 지난 9일(현지시간)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통해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압박을 강화한 가운데, 미 동맹국들의 ‘단일대오’에 불안한 징후가 감지되고 있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의 외교적 보이콧 문제를 두고 프랑스의 불참 선언이 나오는 등 내부의 온도차가 확인된 것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위협과 관련된 미국의 대응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 속한 동유럽 국가들의 반발로 이어졌다. 적극적인 대응을 원하는 동유럽 국가들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진화에 나섰다.

미 동맹국들간의 입장차는 베이징 올림픽 보이콧 문제를 계기로 떠올랐다. 미국이 주도하는 안보 동맹 ‘오커스(미국·영국·호주 3자 외교안보협의체)’와 정보 공동체 ‘파이브 아이즈(미국·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 5자 기밀정보 동맹)’ 소속 국가들을 중심으로 보이콧에 동참하는 행렬이 이어졌으나, 일부 동맹국들은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하며 선뜻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히지 못한 것이다. 한국과 일본이 대표적인 사례다. 한국은 이날 열린 민주주의 정상회의에서 중국의 문제를 직접적으로 거론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프랑스는 올림픽 보이콧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발표하기도 했다. 중국의 인권 침해를 규탄하는 목소리는 내겠지만, 상징적인 조치(보이콧)를 위해 올림픽을 정치화해선 안 된다는 취지다. 프랑스의 보이콧 불참은 2024년 하계올림픽 개최국이기에 불가피한 측면도 있으나, 일각에서는 오커스에 따른 앙금이 작용한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프랑스는 미국·영국·호주의 오커스 결성으로 호주와의 잠수함 구매 계약이 일방적으로 파기되는 피해를 입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프랑스의 이익을 고의적으로 훼방한 계약의 열렬한 후원자”라며 영국을 비판하기도 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위협에 대한 미국의 대응도 동맹 내 이견을 불렀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7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전화회담 이후 우크라이나에 미군을 파병하지 않을 것이며, 오는 10일까지 러시아와 최소 4개국의 나토 동맹이 참여하는 고위급 협상을 개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같은 대응은 일종의 타협으로 비춰지며 러시아의 위협에 민감한 동유럽 나토국들의 심기를 건드렸다.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분리주의자들이 사실상 통제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을 러시아에 공식적으로 넘기도록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압박할 것이란 보도도 나왔다.

동유럽 나토국들은 러시아의 입김으로 나토 가입 자격이 제한돼선 안되며, 이번 사태 논의에서 동유럽 국가들이 빠지면 안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카야 칼라스 에스토니아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어떤 국가가) 나토 회원국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 러시아에 발언권을 줘서는 결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장 우려되는 점은 유럽을 세력권에 따라 나누려는 시도이며, 우리는 역사를 통해 이런 순간들을 기억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러시아를 등에 업은 벨라루스와 갈등 관계인 폴란드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의 발표 이후 혼란과 분노가 섞인 반응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우려가 나오자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체코와 헝가리, 폴란드, 에스토니아 등 동유럽 나토 9개국 정상들과 통화를 가졌다. 그는 통화에서 동유럽 지역에 추가적인 군사력 증강을 약속하고, 이들 국가들이 모르는 사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해 합의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 강조했다. 그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도 전화회담을 가졌다. 젤렌스키 대통령에게는 러시아가 침공하면 미국이 지원할 것이며, 러시아에 대한 강력한 경제 제재도 준비하고 있음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과 러시아는 향후 미 동맹 내부의 이견을 적극적으로 파고들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이날 ‘불안한 동맹’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올림픽 보이콧과 관련된 미 동맹국들의 온도차를 강조했다. 보이콧에 찬성한 국가들조차 성명의 수위를 조절한 것은 중국과의 관계를 확보하려는 노력으로 해석된다는 것이다. 리하이둥(李海東) 중국외교대 교수는 “동맹국들 사이의 미묘한 차이는 (미국에 대한) 이들의 불신을 반영한다”며 “이들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기심으로 인해 (미국에 대한) 신뢰에 큰 타격을 입었고, 바이든 대통령 퇴진 이후 미 행정부의 정책이 어떻게 될지도 확신치 못하고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