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민정수석 ‘스캔들’

안에서부터 허물어지는 박근혜 정권

2016.07.19 17:00 입력 2016.07.19 23:16 수정

참모들 스캔들…사드 ‘TK 민심’ 이반…친여 보수언론도 등 돌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8일 오후 몽골 순방을 마치고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전용기 트랩을 내려오고 있다. 지난 14일 출국길을 배웅했던 새누리당 지도부는 이날 아무도 공항에 나오지 않았다.       정지윤 기자 color@kyunghyang.com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8일 오후 몽골 순방을 마치고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전용기 트랩을 내려오고 있다. 지난 14일 출국길을 배웅했던 새누리당 지도부는 이날 아무도 공항에 나오지 않았다. 정지윤 기자 color@kyunghyang.com

박근혜 정권이 내부에서부터 허물어지고 있다. 박 대통령 주변 참모들이 각종 스캔들에 휘말리면서 정권의 도덕성은 상처를 입었고,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경북 성주 배치로 전통적 지지기반에서 균열 조짐이 보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친여 보수 언론들도 정권과 거리를 두고 있다. 아군이 ‘짐’이 되거나 등을 돌린 것으로, 내부 기반이 무너졌다는 점에서 타격이 더 크다.

■ 적은 내부에 있었다

힘이 빠지는 집권 4년차의 중심을 잡아야 할 박 대통령 측근들이 오히려 더 부담이 되고 있다.

특히 박 대통령 신뢰하에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핵심 역할을 수행해온 우병우 민정수석, 최경환 의원 등 정권의 투톱이 붕괴될 지경에 이른 것이다.

우 수석은 넥슨과 1300억원대 부적절한 부동산 거래를 한 의혹,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몰래 변론’ 의혹 등에 휩싸였다. 본인은 부인하지만, 대통령 핵심 측근이 각종 의혹의 중심에 선 것은 국정운영에 타격이다. 당장 우 수석이 주도했던 전방위 사정정국은 차질을 빚게 됐다. 우 수석 재산도 여론을 악화시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지난 18일 “(우 수석 부동산 거래) 보도를 접한 99% ‘개·돼지’들의 심정은 어땠을까 생각한다”고 힐난했다.

청와대 참모와 친박 핵심들이 4·13 총선 때 “대통령 뜻”이라며 공천에 개입한 사실이 육성으로 확인됐다. 19일엔 현기환 전 정무수석이 “저하고 약속을 하고 얘기한 거는 대통령한테 약속한 거랑 똑같은 거 아녜요”라며 ‘친박 맏형’ 서청원 의원과 경선하려는 김성회 전 의원의 지역구 이동을 추궁한 사실이 공개됐다. 최경환 의원은 김 전 의원에게 “감이 그렇게 떨어지면 어떻게 정치를 하나”라고 했고, 대통령 정무특보 출신인 윤상현 의원도 “내가 별의별 것 다 가지고 있다”고 협박했다. 종합하면 청와대 핵심 참모와 친박 핵심들이 사정당국 자료까지 동원해 공천 전횡을 휘둘렀다는 추론이 가능해진다.

청와대 우병우 민정수석이 지난 11일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모두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 우병우 민정수석이 지난 11일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모두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무너진 지지기반

우선 박 대통령 정치적 고향인 대구·경북(TK)의 민심 이반이 심상찮다. 성주 사드 배치로 황교안 국무총리가 6시간여 동안 주민들에게 포위당한 것이 대표적이다. 대구·경북 새누리당 의원들도 성주 사드 배치 결정에 불만을 공공연히 드러내고 있는 상황이다. 이 지역 의원 25명 중 21명은 지난 13일 사드 배치 결정 과정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보상책을 내놓으라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4·13 총선에서 더민주 의원이 5명이나 당선된 부산지역 민심은 여당 텃밭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정권에 비판적이 됐다.

보수 언론들도 비판 기조로 돌아섰다. 조선일보 등 보수 언론들은 우 수석과 넥슨의 부동산 거래 의혹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또 각종 기사와 사설, 칼럼들을 통해 우 수석 사퇴가 불가피하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한 보수 신문은 현 정권과 ‘전쟁’을 선포했다는 말까지 돌고 있는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국면을 전환할 뾰족한 카드가 없다는 것이다. 분위기 쇄신을 위한 전면 개각이 여권에서 거론되지만 이미 빛이 바랬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인사 검증 최고책임자인 우 수석이 오히려 각종 의혹으로 ‘검증대’에 오른 것이 걸림돌이다. 우 수석이 인사 검증을 제대로 해내겠느냐는 의구심, 이미 후보 검증이 끝났더라도 ‘우병우표 인사’가 신뢰를 얻을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 등이 나온다.

박 대통령은 이날 두문불출했으며, 20일에도 일정을 비워놓았다. 그만큼 고민이 크다는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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