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리적으로 말하기, 논리적으로 사고하기

정보화 시대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는 논리적 사고력의 중요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체로 창의력과 예술적 감각이 뛰어나고, 남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들이 좋다. 하지만 의외로 기초적인 논리적 사고력이나 서술 능력은 미흡한 이들이 많다.

송용진 인하대 수학과 교수

송용진 인하대 수학과 교수

나는 대학교에서 오랫동안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일반수학, 수학논리 및 논술 등의 과목을 가르쳐 오며 학생들이 논리적 사고에 유난히 약하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다. 학생들은 수식 계산을 통해 답을 구하는 것은 잘하는 편이지만 어떤 새로운 개념을 이해하거나 수학 문제의 풀이를 논리적으로 서술해야 하는 대목에서는 뭘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라 엉뚱한 답을 써 놓는 경우가 많다. 학생들이 아주 단순한 내용에 대해서도 그런 것을 보면 그것이 이해력이나 서술 능력이 부족해서라기보다는 어떤 추상적인 내용을 논리적으로 서술해야 하는 상황을 맞이하면 그냥 머리의 회전이 딱 멈추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을 때도 종종 있다.

미국 학생들은 한국 학생들과 반대이다. 미국 학생들의 계산 능력이나 전반적인 수학 실력은 형편없이 약한 편이지만 간단한 새로운 개념을 받아들이거나 자신이 이해하는 것을 서술하는 데는 한국 학생들보다 나은 편이다. 그래서인지 미국의 대학교 1학년 학생들의 수학 수준은 한국 학생들에 비해 훨씬 낮지만 학년이 올라가며 학생들의 수학 실력이 빠른 속도로 느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럼 한국 학생들은 왜 논리에 약할까? 우리말이 논리적인 서술을 하는 데 불편한 언어여서 그렇다는 사람들도 있다. 일리가 없지는 않다. 우리말에는 부정관사, 정관사가 없고, 어떤 말을 꾸미는 수식어가 반드시 앞에서 수식해야 한다. 그래서 수식어가 좀 길어지면 의미 전달이 잘되지 않는다. 반면에 서양 언어에는 수식어를 수식할 말의 뒤에 놓을 수도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우리말은 서술어가 문장의 가장 뒤에 위치하기 때문에 문장을 끝까지 다 읽은 후에야 그 의미를 알 수 있다. 부정문인지 긍정문인지조차도 문장 끝에서 결정되고, 부정의 부정은 긍정이라는 법칙도 서양 언어와는 다르다. 하지만 나는 그런 언어적인 것보다는 ‘문화와 교육’에 그 답이 있다고 믿는다.

한국 사람들은 사리나 말의 옳고 그름을 세세히 따지는 사람을 까다로운 사람이라며 꺼리는 경향이 있다. 좀 빈틈이 있더라도 성격과 사회성이 좋거나 수단이 좋은 사람을 인정하는 경향도 있다. 사람들은 “나는 200% 동의한다”라든가 “1 더하기 1은 2가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다”와 같은 말이 안 되는 말을 들어도 별로 개의치 않는다(2의 정의가 1 더하기 1이다).

어느 스포츠 중계 해설자는 “~게 해줘야지만이 게임의 흐름을 가져올 수 있다”는 말을 무한 반복한다. 충분조건과 필요조건을 혼동하는 엉터리 말이지만(왜냐하면 다른 플레이를 잘하는 것은 소용없다는 말이므로) 수년간 고쳐지지 않는 것을 보면 방송국에서는 별로 개의치 않는 것 같다.

나는 논리적 사고력도 결국은 평소에 정확한 언어를 구사하는 것으로부터 길러진다고 믿는다. 틀린 것에 대하여 민감해하는 문화의 확대가 필요하다. 어린 학생들은 문화적 감수성이 아주 예민해서 기성세대가 ‘정확함을 중시하는 문화’를 이루어 준다면 학생들의 논리적 서술 능력은 자연스럽게 증진될 것이라고 믿는다. 결국 논리도 습관이기 때문이다.

학교 교육 현장에서 논리와 토론에 대한 교육은 쉽지 않다. 다들 그 중요성은 공감하고 있지만 상황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논리는 수학에서 (토론은 국어에서) 가르치는 것이 좋을 텐데 교육과정에서 시수도 부족하고 학생들도 선생님들도 논리 부분을 부담스러워한다. 수학에서 논리 교육의 핵심적 내용은 집합, 함수, 명제 등인데 교육과정이 개편될 때마다 그 부분들은 축소되고 있다.

예를 들어 전에는 중학교 1학년 수학 교과서의 첫 단원이 ‘집합’이었지만 중학교 과정에서 집합이라는 개념은 사라졌다. 함수의 개념도 중학교에서 없어지고 고등학교에 가서야 나온다. 그렇게 된 이유는 학생들이 논리나 개념에 약하다 보니 부담스러워하는 데다, 교육과정을 개편할 때마다 교육부가 수학 교과 내용을 줄이라고 요구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결국 논리를 어려워해 그 부분들이 축소되고, 그 부분들이 축소되니 논리 교육이 약화되는 악순환이 생겨난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비록 풀기 어렵지만 논리적으로 말하고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널리 퍼진다면 언젠가는 해결될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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