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머슬카의 상징 ‘포드 머스탱’

2012.06.12 13:58 입력 2012.06.12 14:06 수정

1960년대 미국 자동차 시장에는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었다. 젊은 세대 위주의 소비문화와 개인주의가 만연했고 한편으로 경제성을 따지는 실용주의도 득세했다. 베이비붐 세대로 불리던 당시의 젊은이들은 생애 첫 차를 가지는 꿈에 부풀어 있었고, 기성세대들은 세컨드카를 마련하려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미국 자동차 업체들은 이러한 분위기를 등에 업고 본격적인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그 대표적인 주자가 바로 포드의 머스탱(Mustang)이다. 미국인의 드림카인 머스탱은 흔히 머슬카(Muscle Car), 또는 포니카(Pony Car)의 선두주자로 잘 알려져 있다.

미국 젊은이의 아이콘으로 등장한 포드 머스탱 = 머스탱은 출시 첫 해 판매 목표는 10만대였으나 데뷔 첫 날 주문량만 2만 2000대, 한 해 동안 40만대 넘게 판매되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웠다. 특히 남성미 넘치는 디자인과 강력한 힘, 그리고 경쟁력있는 가격대로 인해 머스탱은 당시 미국 젊은이들의 아이콘으로까지 불렸다.

포드 머스탱(2010년형). <출처: 포드코리아>

포드 머스탱(2010년형). <출처: 포드코리아>

머스탱의 디자인 총괄은 포드 제품담당 책임자인 도날드 N. 프레이(Donald N. Frey)가 맡았다. 하지만 당시 포드의 사업본부장이던 리 아이아코카(Lee A. Iacocca, 1924~)가 없었다면 머스탱은 빛을 볼 수 없었을 것이다. 리 아이아코카는 놀라운 판매능력으로 말단사원으로 입사한지 5년 만에 부사장에, 나중엔 최고경영자(CEO)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그는 당시 미국인들이 어떤 자동차를 원하는지 꿰뚫어보고 있었다.

포드 머스탱을 탄생시킨 리 아이아코카와 포드 머스탱 탄생 45주년 에디션. <출처: 포드코리아>

포드 머스탱을 탄생시킨 리 아이아코카와 포드 머스탱 탄생 45주년 에디션. <출처: 포드코리아>

시장을 파악한 리 아이아코카, 머스탱 개발 지시 = 그가 개발진에 원했던 것은 사회적 욕구를 철저히 반영한 변화였다. 경제적이면서도 빠르고 복고적이지 않으면서 새롭게 차별화된 자동차가 그것이었다. 구체적으로 경주용 차량에서 주로 사용되는 4인승의 버킷시트(bucket seat: 개별 탑승자의 몸을 감싸도록 디자인된 시트)를 장착하고(프로토타입에서는 2인승이었으나, 후에 4인승으로 변경되었다), 길이 180인치(4.572m) 이하, 그리고 차 무게 2500파운드(1134㎏) 이하이면서 판매가격 2500달러 이하로 맞출 것을 주문했다. 여기에 후드는 길고 지붕은 짧은 반면 트렁크 공간은 여유로워야 했다.

1962년 10월, 미국 그랑프리 대회에서 소개된 T-5(Mustang 1). 포드 머스탱의 프로토타입 모델. <출처: 포드코리아>

1962년 10월, 미국 그랑프리 대회에서 소개된 T-5(Mustang 1). 포드 머스탱의 프로토타입 모델. <출처: 포드코리아>

이렇게 해서 포드는 포드 머스탱의 프로토타입 모델이 된 T-5(Mustang 1)를 제작, 1962년 10월 미국 그랑프리 대회를 통해 공개한다. T-5는 참석자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포드의 경영진은 단순한 T-5라는 이름 대신 새로운 이름을 원했다. 개발단계에서는 T-5를 비롯해 ‘Cougar, Aventura, Allegro, Stilletto, Turino, Torino, XT-Bird’ 등의 다양한 이름이 물망에 오르기도 했다.

질주하는 야생마 모습의 머스탱 앰블럼은 자유와 야생의 얽매이지 않은 혼이 담긴 미국산 야생마를 상징한다고 한다.

질주하는 야생마 모습의 머스탱 앰블럼은 자유와 야생의 얽매이지 않은 혼이 담긴 미국산 야생마를 상징한다고 한다.

‘야생마’라는 뜻의 머스탱이란 이름이 정해지기까지 비화도 있다. 먼저 머스탱의 스타일리스트이자 머스탱 원형 디자인을 맡았던 존 나자르(John Najjar)가 제2차 세계대전에 사용됐던 P-51 머스탱 비행기의 팬이었기 때문에 비행기 이름을 따왔다는 설이 있다. 또 다른 하나는 경주마들을 사육하고 있던 포드 마켓 리서치 매니저인 로버트 에거트(Robert J. Eggert)가 부인에게 생일선물로 프랭크 도비(J. Frank Dobie)의 [The Mustangs]라는 소설책을 받았고, 이 소설의 제목을 따서 신차 이름을 붙였다는 얘기다. 질주하는 야생마 모습의 머스탱 앰블럼은 자유와 야생의 얽매이지 않은 혼이 담긴 미국산 야생마를 상징한다고 한다.

1964½년형 포드 머스탱. <출처: 포드코리아>

1964½년형 포드 머스탱. <출처: 포드코리아>

1964년 뉴욕서 일반에 공개, 출시 첫 날 2만2000대 주문 = 출시 전부터 큰 관심을 끌었던 머스탱은 1964년 4월 뉴욕세계박람회에서 1964½년형이 일반에 첫 공개됐다. 당일에만 2만 2000대의 머스탱이 선주문됐고 출시 100일만에 10만대 이상 판매될 정도로 머스탱의 인기는 예상을 뛰어넘었다. 2년 만에 세 곳의 포드 공장에서 150만대의 머스탱이 생산됐다. 가격은 당시 쉐보레 콜벳의 절반인 2300달러 선에 불과했다. 6종류의 다양한 색상도 매력적인 요소 중 하나였다.

1965년 출시된 머스탱 쉘비 GT350.

1965년 출시된 머스탱 쉘비 GT350.

첫 번째 머스탱은 빨간색의 실내 장식을 한 흰색 컨버터블로 1964년 3월 미시간 주 데어본(Dearborn)에서 생산됐다. 개발비용을 줄이기 위해 포드 팔콘(Falcon)에 쓰이던 섀시와 서스펜션, 프레임 등을 차용했다. 전체적인 차체 길이는 팔콘과 동일했지만 휠베이스(2740㎜)는 380㎜ 가량 짧았다. 폭은 1732㎜로 팰콘보다 61㎜ 짧았다. 6기통 엔진의 차체 중량은 1162㎏, V8엔진 모델은 1360㎏이다. 엔진은 2.8ℓ 101마력과 V8 4.2ℓ 164마력, V8 4.8ℓ 210마력 등이었다.

머스탱의 대항마로 등장한 쉐보레의 카마로(1968년형).

머스탱의 대항마로 등장한 쉐보레의 카마로(1968년형).

이듬해인 1965년에는 당시 최고의 레이서 중 한 명이자 AC 코브라로 유명했던 캐롤 쉘비(Carroll Shelby)와 함께 개발한 ‘머스탱 쉘비 GT350’을 내놓으면서 고성능 모델로서의 이미지를 쌓기 시작했다. 개조에 참여했던 쉘비는 섀시와 하체를 대대적으로 교체했으며 V8엔진의 출력도 300마력 이상 높였다. 쉘비 GT350의 제로백은 6.3초, 최고속도는 210㎞/h로 끌어올렸다.

머스탱과 카마로의 대항마로 1970년에 출시된 닷지 챌린저.

머스탱과 카마로의 대항마로 1970년에 출시된 닷지 챌린저.

머스탱의 성공은 업계의 경쟁을 불러왔다. 쉐보레는 1967년 머스탱과 여러모로 유사한 신차 카마로(Camaro)를 내놨다. 140마력 3.8ℓ 엔진을 장착한 카마로는 데뷔 첫 해에 무려 22만대 이상 판매되며 머스탱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그러자 포드는 1968년 315마력의 6.4ℓ 엔진을 얹은 신형 머스탱을 새롭게 출시했다. ‘빅 블록’ 엔진으로 불리며 화제가 됐던 이 머스탱은 그해 스티브 매퀸(Steve Mcqueen) 주연의 [블리트]에 등장하며 유명세를 얻기도 했다.

영화 [식스티 세컨즈]에 등장한 1967년형 쉘비 GT500.

영화 [식스티 세컨즈]에 등장한 1967년형 쉘비 GT500.

카마로·챌린저 등 경쟁차 등장…머스탱 영향으로 포니카 모델 출시도 = 1970년 포드 머스탱과 쉐보레 카마로의 대항마로 플리머스 바라쿠다(Barracuda)의 플랫폼을 기반으로 닷지(Dodge)의 챌린저(Challenger)가 등장했다. 쿠페와 컨버터블의 2가지 타입으로 출시된 챌린저는 V6 145마력 엔진부터 헤미엔진의 V8 7.0ℓ, V8 7.2ℓ(390마력)까지 선택이 가능했다.

머스탱을 계기로 시작된 이들의 경쟁은 한편으로 미국 자동차업계의 전성기라 할 만했다. 특히 이 시대를 가리켜 머슬카의 시대라고도 부른다. ‘근육질’의 힘센 자동차를 뜻하는 머슬카는 힘을 우선시하는 미국적인 자동차를 일컫는다. 보통 V8 엔진에 고배기량의 크고 강력한 엔진을 탑재하고 자동차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일반 도로 자동차 경주(street racing)나 드래그 자동차 경주(drag racing: 짧은 거리에서 속도로 경쟁하는 경주)에서와 같이 가속력이나, 특히 토크에 역점을 두고 만들어진 중·소형차를 가리킨다. 특히 머스탱의 영향을 받은 소형 스포츠카들이 이후에 잇따라 출시되는데, 이들을 가리켜 조랑말이라는 뜻의 포니카라고도 부른다.

미국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한 머스탱은 높은 인기를 반영하듯 영화에도 줄곧 등장했다. 1965년형 머스탱 컨버터블이 등장한 제임스 본드의 [007 썬더볼 작전]에서부터 1967년형 쉘비 GT500이 등장한 [식스티 세컨즈]를 비롯해 [패스트 & 퓨리어스] 등에 모습을 드러냈다.

2013년형 머스탱. <출처: 포드코리아>

2013년형 머스탱. <출처: 포드코리아>

꾸준한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미국인의 드림카 = 1970년대 중반에 들어 머슬카의 시대도 저물기 시작했다. 1973년 1차 석유파동과 치솟는 보험료, 배기가스 규제 강화로 머스탱을 비롯한 머슬카의 판매는 한풀 꺾이기 시작했다. 엔진의 사이즈와 출력, 차체 크기가 줄어들었고 머슬카의 대명사인 V8엔진도 이내 사라졌다. 하지만 미국인의 드림카답게 머슬카, 특히 머스탱은 지금도 꾸준한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출시 44년을 맞은 2008년 4월, 머스탱은 전 세계적으로 900만대 판매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웠다. 올 3월에는 2013년형 포드 머스탱 GT와 쉘비 GT500를 내놓으며 여전히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1964½년형
1964년 4월 뉴욕세계박람회에서 일반에 최초 공개된 포드 머스탱. 보통 생산/출시연도로 모델을 구분하나, 포드 머스탱의 첫번째 모델은 1964년 중반에 공개되었다는 뜻에서 1964½년형이라 불린다.

<안광호 기자 ahn7874@kyunghyang.com>

포드 머스탱(2.8ℓ) 제원

엔진 형식 : 2.8ℓ V6 / 배기량 : 2782㏄ / 최고속도 : 175㎞/h / 차체형식 : 2도어(4인승) 고정헤드 쿠페 / 트랜스미션 : 3단 수동 외 최고출력 : 101hp·4400rpm / 최대토크 : 21.6㎏·m·2400rpm / 전장 X 폭 X 전고 : 4613㎜ X 1732㎜ X 1298㎜ / 휠베이스 : 2740㎜ / 총 중량 : 1162㎏ 생산년도 : 1964~1973년(1세대) / 디자이너 : Donald N. Frey / 생산국가 : 미국(데어본 외) / 생산대수 : 900만대 이상(현재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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