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00만원 매출 고깃집 “손님이 70% 넘게 줄었어요”

2012.04.30 21:58 입력 2012.05.01 09:35 수정
김향미·정희완·이서화 기자

정육점들도 판매 급감

미국의 광우병 발생 소식이 알려지면서 국민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주부는 물론 직장인들도 ‘미국산 쇠고기’를 꺼리고 있다. 수요가 크게 줄어든 식당들은 업종 전환까지 고민 중이다.

서울 강동구 길동에서 ‘맛있는 쇠고기 철판구이집’으로 소문난 ㄱ고깃집을 지난달 28일 오후 7시쯤 찾았다. 매출을 좌우하는 주말 저녁인데도 50여석의 가게 안을 채운 손님은 단 4명뿐이었다. 이들도 쇠고기 구이를 먹는 건 아니었다. 사장 김경숙씨(43)는 “농담이 아니라 정말 가게가 망하기 직전”이라고 했다. 김씨는 “하루 평균 90만~100만원 하던 매출이 광우병 발생 이후 70~80%가 날아갔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가게는 미국산 쇠고기 비율이 60~70% 되다 보니 손님들이 으레 알고 안 온다”고 말했다. 김씨는 아예 메뉴를 바꿀 계획이다. 그는 “어차피 호주산으로 바꾼다고 해도 손님들 보기엔 외국산이라 (거부반응이) 똑같다”고 말했다.

광우병 우려 때문에 미국산 쇠고기를 찾는 손님이 줄어들면서 30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 미국산 쇠고기 매장이 한산하다. |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광우병 우려 때문에 미국산 쇠고기를 찾는 손님이 줄어들면서 30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 미국산 쇠고기 매장이 한산하다. |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동작구 노량진에서 정육점과 식당을 함께 운영하는 최호민씨(55)는 “예전에는 한우는 비싸니까 미국산 쇠고기를 주문하는 분들이 꽤 있었는데 이제는 미국산 쇠고기는 무조건 피하다 보니 매출이 줄었다”며 “광우병 관련 보도가 나오면 손님들은 즉각적으로 반응한다”고 말했다. 송파구 방이동의 한 숯불구이집 직원도 “그동안 절반가량은 미국산 쇠고기를 썼지만 이미 60~70%는 호주산으로 바꿨다”고 말했다.

평소 고깃집을 즐겨 찾는다는 회사원 안진홍씨(29)는 “요즘은 식당 가면 꼬박꼬박 원산지를 확인한다”고 말했다. 공무원시험 준비생인 이모씨(24)는 “(미국 광우병 발생) 보도 이후 한우만 찾는다”며 “앞으로도 한우로 인증된 것만 파는 식당을 가려고 하고 가족들이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려고 하면 말리고 있다”고 말했다. 동작구 흑석동에 거주하는 주부 오미숙씨(51)는 “예전에는 외식할 때 한우는 비싸서 미국산으로 자주 먹었는데 미국 광우병 발생 소리를 들으니 먹는 게 꺼려진다”고 말했다.

재래시장 정육점에도 손님들의 발길이 줄었다.

송파구 가락시장 내 ㄴ정육점은 미국산 쇠고기 매출이 3분의 1가량 줄었다. 직원 방모씨(38)는 “우리 매장에선 국내산 고기를 더 많이 팔고 있는데도 장사에 타격이 있을 정도로 미국산 쇠고기 매출이 급감했다”고 말했다. 직원 이모씨는 “손님들이 미국산 쇠고기를 살 때마다 껄끄러워하니까 파는 사람 입장도 난처하다”며 “그래도 호주산과 비교해 워낙 가격이 싸니까 싼 맛에 그냥 사가려는 시민들도 여전히 많다”고 말했다.

ㄴ정육점에 들른 황모씨(42)는 “쇠고기가 주식이라고 할 정도로 쇠고기를 좋아하는데 광우병 보도 이후 당분간은 안 먹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태순씨(63)는 “우리가 시장에서 사는 것은 직접 확인하고 살 수 있지만 애들이 밖에서 먹고 들어오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이 든다”고 했다.

대형마트를 찾는 소비자들도 불안감을 호소하기는 마찬가지였다. 30일 오전 송파구 잠실 홈플러스의 정육코너는 한산했다. 손님 3~4명이 한우 코너에 있는 쇠고기를 몇 번 들었다 놨다 하다가 이내 걸음을 옮겼다. 직원 강영임씨(37)는 “미국산 쇠고기는 아예 안 산다고 보면 된다”며 “찾는 고객이 없고 매출도 대략 20~30% 줄었다”고 말했다. 홈플러스는 광우병 발생 보도가 나간 당일 몇 시간만 미국산 쇠고기를 안 팔았다가 이후 판매를 재개했다. 이명화씨(54)는 “엄마들은 뉴스에 한번 나오면 안 사먹게 된다”며 “정부도 이랬다저랬다 하고…. 어쨌든 요즘엔 미국산 쇠고기는 안 사먹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산 쇠고기 판매를 중단한 롯데마트에서 만난 양재익씨(55)는 “우리 정부도, 미국 정부도 믿을 수 없다”며 “미국에 사는 친구들은 미국 쇠고기가 위험하다는 생각을 안 한다고 하는데 나는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것과 그들이 먹는 것이 다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008년 ‘광우병 파동’ 때보다는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불안감을 체감하는 수위가 낮다고 보는 경우도 있다.

강동구 길동에서 화로·숯불구이집을 운영하는 황용선씨(49)는 “외국산이 70%고 전부 미국산을 쓰는데 미국산 쇠고기가 맛이 더 좋기 때문에 다른 것으로 바꿀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 광우병 파동 때 가게를 하다가 망한 경험이 있는데 그 뒤로는 (손님들이) 좀 무감각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인근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박명옥씨(56)는 지난 ‘광우병 파동’으로 식당 문을 한번 닫은 경험이 있다. 박씨는 “그때 메뉴를 삼겹살로 거의 바꿨다”며 “미국산 쇠고기도 들어오기 전 다 검사하고 들어오는데 위험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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