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협조 없인 메르스 차단 어렵다”

2015.06.05 21:46 입력 2015.06.05 21:54 수정

위험국 방문 함구·격리지역 이탈로 확산위험 키워… 전문가 “신고의무·감염예방 수칙 지켜야 ”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악화의 1차 책임은 초동 대처에 실패한 정부와 방역당국에 있지만 환자 개인의 이기심과 비협조도 메르스 확산에 불을 댕겼다.

지난달 20일 첫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68·남)는 초기 조사에서 메르스 위험국인 사우디아라비아 등지를 방문한 사실을 함구한 채 바레인 체류 사실만 밝혔다. 지난달 26일엔 세번째 확진자(76·남)의 아들인 열번째 확진자(44·남)가 의료진의 만류에도 중국 출장을 강행했다. 이 환자는 홍콩 입국 때 메르스 감염 환자와 접촉하지 않았다고 거짓신고까지 했다. 지난 2일엔 자가격리 대상인 50대 여성이 대중교통을 이용해 골프를 치러 나간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b>순창 마을 ‘통째 격리’</b> 5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양성판정을 받은 전북 순창의 마을 전체에 대한 출입통제가 시작되면서 방역 담당자가 주민의 외출을 막고 있다. | 연합뉴스

순창 마을 ‘통째 격리’ 5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양성판정을 받은 전북 순창의 마을 전체에 대한 출입통제가 시작되면서 방역 담당자가 주민의 외출을 막고 있다. |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메르스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부의 신속한 관리·대처가 중요하지만 시민들의 공동체 의식과 자발적인 협조도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나 하나쯤이야’ 하는 안일한 생각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마스크나 세정제 같은 의료용품을 매점매석하거나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퍼뜨리는 무책임한 행위 등도 메르스 사태 해결을 더욱 어렵게 할 수 있다. 고려대 의과대학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는 “전문가들이 아무리 우직하게 조치를 취해도 국민들이 협조하지 않으면 헛것”이라며 “최초 확진 환자가 정부가 조치를 제대로 안 했다고 비판하지만 (위험국 방문 사실을 밝히지 않으면) 정부나 전문가로서도 손쓸 도리가 없다”고 했다.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강철인 교수는 “외국에서 메르스로 인한 사망 사례는 대체로 고령이거나 만성 호흡기질환 등을 지니고 있는 경우였고 이는 우리나라도 크게 다르지 않다”며 “일반 국민들이 과도한 불안감을 갖기보다는 방역당국과 의료진의 지침에 충실히 따라주는 것이 메르스 종식을 위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최강원 교수는 “옛날 페스트나 콜레라가 유행했을 당시부터 방역의 기본은 자유의 제한”이라며 “자가격리를 하면 당장 손해를 볼 수 있고 답답할 수 있지만 협조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이어 “제일 큰 책임은 정부와 보건당국에 있지만 피해가 확산되면 피해는 결국 국민이 보게 되므로 자기 자신을 위해서라도 적절한 조치를 잘 지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숙한 시민의식을 기대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투명한 정보 공개가 필수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서울대 사회학과 장덕진 교수는 “감염 의심자들은 해당 질병에 대한 지식이 충분치 않은 상태라 일상을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며 “정부가 명확한 시그널을 주면 국민들도 통제에 따를 것이므로 (올바른 의사결정을 위한) 정부의 투명한 정보 공개가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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