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째 메르스… 사우디 “정보 공유·선제대응·협업이 중요”

2015.06.05 21:34 입력 2015.06.05 21:49 수정

작년 ‘제다 창궐’ 때 당국 은폐·안이한 대응 일관

보건장관 경질 정보 공개 후 방역에 새로운 전기

“한국은 메르스 발병이 처음이어서 두려움이 더 클 수 있다. 한국 정부는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 국민의 불안과 공포를 해소하는 게 중요하다.”

사우디아라비아 보건부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을 전담하고 있는 압둘아지즈 압둘라 빈사이드 보건차관은 지난 4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어 “우리가 체험으로 얻은 교훈은 감염이 확인됐을 때 대처하는 것은 너무 늦고 의심 단계에서부터 하나도 빠짐없이 정부가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사우디가 메르스 대처 경험이 풍부한 만큼 관련 자료를 보내주면 우리의 경험을 기꺼이 공유하겠다”고 했다.

투명성과 선제 대응, 협업을 강조한 그의 조언은 3년째 메르스와 싸우고 있는 사우디의 뼈아픈 경험에서 우러나온 것이다. 2012년 9월 처음으로 메르스 확진 환자가 보고된 사우디는 지금도 전 세계 메르스 환자의 절반 이상이 이곳에서 발생하는 등 사실상 ‘메르스의 본산’이다. 사우디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통계를 축소하거나 외부 전문가의 개입을 차단해 바이러스를 확산시키는 데 일조했다는 국제적인 비난을 샀다.

국제 전염병 전문가들은 “메르스 감염의 온상이 된 병원 의료시스템을 개혁하고, 백신을 개발할 수 있도록 메르스 환자의 유전자 정보를 공유해달라”고 사우디 정부에 요구했지만, 답변을 얻어내지 못했다. 통제가 심한 사우디 언론에도 별다른 기대를 하기 어려웠다. 그사이 메르스는 다른 중동국가나 미국, 유럽으로까지 퍼져나갔다. 특히 지난해 4~5월 사우디의 가장 큰 무역도시 제다에서 두 달 새 350여명의 환자가 무더기로 발생한 일명 ‘제다 창궐’은 우려의 정점이 됐다. 그런데도 압둘라 알라비 당시 보건장관은 “계절적 요인일 뿐”이라면서 “정부는 이미 모든 조치를 다 하고 있다. 추가 예방책은 없다”고 밝혔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사태가 심상치 않음을 깨달은 압둘라 당시 국왕은 그제서야 자신의 오랜 심복이었던 알라비 장관을 전격 경질했다. 이는 사우디의 메르스 대응에 큰 전환점이 됐다. 알라비의 뒤를 이어 부임한 압델 파키 장관은 즉시 메르스가 발병한 제다 지역의 병원들을 일일이 돌아다니며 ‘정보의 투명한 공유가 가장 중요한 제1의 원칙’임을 천명했다. 메르스 양성 반응이 나와도 보건당국에 제대로 신고하지 않던 병원들은 장관의 독려에 태도가 바뀌기 시작했다. 이후 당국이 메르스 통계를 전면 재검토한 결과, 그동안 메르스 감염자 113명과 사망자 93명이 축소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사우디는 외부 전문가들의 도움을 얻는 데도 적극적으로 변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협약을 체결해 CDC의 도움으로 의료진을 재교육하는 한편, 해외 과학자들과 유전자 정보를 실시간 공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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