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글로벌 미디어·여론 다양성’ 다 무너졌다

2011.12.01 18:36 입력 2011.12.01 21:59 수정

정부는 종합편성채널을 도입하는 근거로 일자리 창출, 글로벌 미디어 그룹 육성, 지상파 독점 구조 해체 등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부의 특혜 없이는 시장에 안착하기도 힘든 종편이 정부가 선전한 경제적 효과를 유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부가 종편 지원 정책의 명분으로 내걸었던 전망들이 헛말이었음이 드러나고 있다.

■ 일자리 2만1000개 창출? 신규 채용 현재론 미미

정부는 지난 2009년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보고서를 인용해 “방송법 개정과 방송규제 완화에 따른 경제적 파급 효과를 낙관적으로 예측하면 취업유발효과가 2만1000명 수준에 달하고 보수적으로 예측하면 1만3000명에 이를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현재 방송시장의 인력 규모는 이런 추산이 실현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김용민 화백

김용민 화백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지난달 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한 ‘2010년 방송산업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2009년 12월 말 KBS·MBC·SBS와 지역 민방 등 지상파 33개의 종사자 수는 1만3646명이다. 지상파를 비롯해 유선방송, 위성방송, 방송채널사용사업자 등 방송산업 종사자를 모두 합해도 2만9966명에 불과하다.

보수적인 예측치를 적용해도 종편 4개로 지상파 33개에 달하는 1만3000명의 고용을 창출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특히 종편 4개사는 신문사가 방송을 겸영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기존 신문 인력을 방송에서 활용할 수 있다. 신규 채용을 대규모로 하지 않아도 방송 인력을 충원할 수 있는 구조다.

미디어법 개정으로 2만여명의 고용이 창출될 것이라고 했던 정부도 종편의 일자리 효과에 대해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방통위 김준상 방송정책국장은 지난해 12월 종편 사업자 선정 기자회견에서 ‘일자리가 얼마나 생길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위원회 차원에서 말씀드리긴 어렵고 사업자들이 나름대로 제출한 일자리 창출 계획을 보면 구체적으로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글로벌 미디어 그룹 육성? 미국 그룹과 경쟁 안돼

정부는 종편을 도입할 때 글로벌 미디어 그룹 육성을 목표로 내세웠다. 그러나 글로벌 미디어의 모델이 미국이라면, 한국에서 미국과 유사한 글로벌 미디어 그룹이 탄생하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종편 4개사의 납입 자본금은 3100억~4220억원이다. 자본금 규모를 비교했을 때 4개사의 자본금을 더해도 신문·잡지·방송·영화 등 미디어 전 영역을 망라하는 미국 그룹과는 경쟁이 되지 않는다.

최진봉 미 텍사스주립대 저널리즘스쿨 교수는 “미국은 6개 미디어 그룹이 방송·영화·잡지·케이블 등을 모두 소유하고 있다”며 “국내 언론사가 자본력으로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밝혔다. 시청자 도달 범위에서도 미국의 미디어 그룹은 전 세계에 배급망을 보유하고 있다. 최 교수는 “국내 미디어 기업이 거대 자본 없이도 세계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방안은 프로그램 콘텐츠 개발”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종편은 드라마·교양 등 해외 수출이 가능한 장르보다 뉴스 보도에 비중을 두고 있다. 드라마·교양도 제작비를 절감하기 위해 국산 프로그램 제작을 최소화하고 외국 프로그램을 수입해서 방송한다는 게 기본적인 편성 전략이다.

■ 지상파 독점 구조 해체? 여론 독과점 되레 심화

종편 출범의 또 다른 명분은 지상파 독점 구조에서 탈피해 방송사업자 간 경쟁을 활성화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종편이 4개나 선정되면서 광고 유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결국엔 자본력이 뒷받침되는 거대 언론사만 살아남을 공산이 커졌다.

전문가들은 언론사를 인수·경영할 여력이 있는 대기업이 ‘종편 전쟁’의 마지막 승자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독점을 해체하기 위해 도입한 정책이 되레 독점을 공고하게 만드는 셈이다.

종편의 등장은 여론의 다양성 확대는 고사하고 여론의 독과점을 심화시킬 것이 분명하다. 신문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는 조선·중앙·동아일보가 방송 매체까지 소유하게 된 데다, 낙하산 인사들에게 장악된 KBS와 MBC도 조·중·동과 크게 다르지 않은 보도 행태를 보이고 있다. 보수 매체들과 다른 관점에서 보도하는 서울·지역의 일간지와 지역방송·종교방송 등이 생존 경쟁에서 낙오할 경우 여론의 왜곡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방송사들의 프로그램 제작·편성도 시청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비슷한 연예인들이 겹치기 출연하는 자극적인 예능 프로그램에 편중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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